국제 엠네스티, 리비아 기독교인 11명 수감에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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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리비아 기독교인들. ©오픈도어

리비아에서 11명의 기독교인이 불공정한 재판 끝에 징역형을 선고받자 국제인권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재판을 “심각하게 결함이 있는 불공정한 절차”라며 즉각적인 판결 취소를 요구했다.

지난 4월 15일 트리폴리 법원은 리비아 남성 9명, 여성 1명, 파키스탄인 1명에게 징역 3년에서 15년에 이르는 형을 선고했다. 이들에게는 ▲이슬람 모독 ▲인터넷을 통한 종교적 신성 모독 ▲금지된 단체 설립 시도 ▲헌법 기본 원칙 변경 선동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앰네스티는 재판 과정에서 증거 검토와 증인 심문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출석만 확인하고 변호인들의 석방 요청을 기각하는 절차만 반복했다”며 “내무안보국(ISA)의 조사 결과만을 근거로 판결이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독교인들은 2023년 3월 트리폴리 내무안보국에 의해 선교 활동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함께 구금됐던 미국인 2명은 며칠 만에 석방됐지만, 나머지는 장기간 고문·임의구금·변호인 접견 거부·강요된 자백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ISA는 같은 해 4월 자백 장면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 공식 채널에 공개하기도 했다.

검찰은 처음에는 ‘배교죄’를 적용했으나, 이는 리비아 형법 291조에 따라 사형에 해당하는 조항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취하됐다. 그럼에도 검찰은 여전히 ‘금지된 기독교 단체 설립’ 등 다른 혐의를 유지했다.

특히 파키스탄인 피고인에 대해서는 “리비아에 단체를 세우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이미 1992년 가족과 함께 이주해 30년 이상 현지에서 살아온 인물이었다.

수감자 가족들의 고통도 극심하다. 한 피고인의 아내는 “남편은 체포 직후부터 신체적·정신적 고문을 당했다”며 “5개월 동안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어 매일 기적을 기다렸다”고 호소했다. 그녀의 딸은 올해 네 살이 되며, 사진으로만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앰네스티는 리비아 당국에 대해 ISA가 저지른 고문·강제실종·임의구금 혐의에 대한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며, “평화적으로 신앙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수감된 이들의 유죄 판결과 형을 즉시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분열과 불안정이 지속되는 리비아에서 기독교 소수 집단이 직면한 열악한 현실을 드러낸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는 리비아를 2025년 기독교 박해 순위에서 세계 4위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