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느 독립운동가들처럼 수감 등 처벌
신사참배 거부자들, 서훈은 커녕 점점 잊혀
옥고 치른 미발굴 독립운동가 100여명 추정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독립운동이다!”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였던 당시, 기독교인들의 신사참배 거부운동이 단지 종교·신앙운동만이 아니라 이 역시 독립운동이었다는 목소리가 예장 고신 측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고신포럼(대표 김경헌 목사, 사무총장 이상선 목사)은 오는 21일 오후 2시 국회 헌정회 회의실에서 열리는 ‘신사참배거부운동 재조명 제4회 국회 학술세미나’를 앞두고, 12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내 카페에서 이 세미나의 취지와 의미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고신포럼은 “일제 치하 일본에 항거한 우리 민족의 대표적 독립운동은 직접 총을 들고 싸운 무장독립과 우리 말과 글을 지키려는 조선어학회 사건, 신앙으로 일제의 황민화정책에 항거한 신사참배 거부 운동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신사참배거부운동은 신앙운동이자 민족정신을 지키려는 기독교의 마지막 믿음의 저항운동이었다”며 “일제는 이들을 민족주의자로 규정해 여느 독립운동가들에게 씌웠던 치안유지법 및 보안법 위반죄에다 천황불경죄까지 더해 5~6년 감옥에 수감하는 등 혹독하게 처벌했다”고 했다.
고신포럼은 “이처럼 일제가 전국 곳곳에 신사를 세우고 신사참배를 강요할 때 이를 거부한 평양신학교를 폐쇄시키고, 마침내 총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하는 등 모두 굴복할 때 단연코 ‘아니요’라고 일어섰던 이들이 바로 경남·부산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인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주동자가 고신교단을 설립한 한상동 목사”라고 했다.
이어 “그뿐만 아니라 일제는 거부운동의 확산을 막으려고 함께 신사참배 거부에 나섰던 조수옥을 비롯해 정덕생, 손명복, 방계성, 이현속, 이인제, 최덕지 등 숱한 분들을 멀리 평양감옥으로 끌어갔다”며 “그들은 5~6년씩 혹독한 옥고를 치러 순교도 당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지만, 광복 80년을 앞둔 지금까지도 이들은 주기철·손양원 목사처럼 독립운동가로 서훈받기는커녕 한국기독교 역사에서 점점 잊혀 가면서, 한상동 목사는 오히려 한국교회의 분리주의자로 폄하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다.
고시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김영일 목사는 “신사참배는 일본이 그들의 사상과 정신을 심어 조선인들을 일본화하려 했던 수단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것을 거부하고 우리의 정신을 지키려고 했던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단순히 종교적 반대운동만이 아니라 우리의 민족성을 세우고 새롭게 하기 위한 운동이었다”며 “그렇다면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독립운동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신포럼에 따르면 광복을 불과 4달 앞두고 평양감옥에서 순교한 이현속 전도사 등 신사참배 거부운동을 했던 이들 중 일부가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아 서훈된 사례가 있지만 아직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많다. 일본 국회에서 “신사참배는 죄악”이라며 “죽으면 죽으리다”라고 외쳤던 안이숙 사모, 신사참배 거부로 투옥되었던 한부선 선교사 등 옥고를 치른 미발굴 독립운동가는 50~100여 명으로 추정된다고 고신포럼은 덧붙였다.
한편, 이번 국회 학술세미나에선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가 ‘한국교회와 신사참배 거부운동의 의의’,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 전 원장이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왜 독립운동인가’라는 제목으로 각각 주제발표할 예정이다.
이 밖에 김정일 교수(숭실대 기독교교육학), 오지원 소장(한국침례교회연구소), 전정희 종로문화원 전문위원, 최기찬 국가보훈부 공훈심사과장, 최수경 대표(모닝포커스)가 토론한다.
특히 이번 세미나는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가 후원한다. 고신포럼에 따르면 한상동 목사는 한글학자인 김두봉과 초대 국회부의장인 김약수(본명 김두전)의 조카사위다. 이에 헌정회가 이번 세미나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세미나에는 헌정회 회원인 정재호·이영일·김형오·이주영·이혜훈 전 국회의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학영 국회부의장 등 아직 미서훈된 이들의 유족이나 후손들이 사는 지역구의 국회의원들도 동참한다.
또한 이번 세미나는 특히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소장 이태룡 교수)와 함께한다. 이 연구소는 미서훈 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해, 국가보훈부에 서훈을 신청하는 국가보훈학술사업을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