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성경관의 배경(1)-자유주의 신학

오피니언·칼럼
기고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성경은 기독교 신앙생활과 신학의 근본 토대이다. 성경의 중요성에 관하여 김균진은 “성서 없이 그리스도는 인식될 수 없다. 성서 없이는 복음도 하나님의 말씀도 없다. 오직 성서를 통해서만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고 하나님이 시작한 구원의 역사에 동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서가 신앙과 신학의 원천과 규범이다.”라고 정리한다. 성경이 이처럼 모든 신학과 교회 사역의 원천이 되므로 성경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성경관은 기독교의 선교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독교 선교 진영 중 하나인 WCC (세계교회협의회) 에큐메니칼 진영은 전통적인 성경관과는 상당히 달라진 성경관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성경관은 에큐메니칼 진영의 선교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에큐메니칼 진영의 달라진 성경관이 어떤 배경 하에서 생성되었는지를 살펴보자.

물론 에큐메니칼 성경관이 어떤 배경 하에서 형성되었는지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에큐메니칼 성경관이 워낙 다양한 영향을 받으면서 형성되어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복음주의 성경관과 다른 에큐메니칼 성경관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에큐메니칼 성경관에 영향을 준 몇 가지 주요 신학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러한 영향은 에큐메니칼 신학만 받은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복음주의 신학도 영향을 받은 면이 있다. 하지만 복음주의 신학의 경우에는 이러한 신학들의 영향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저항하면서 영향을 최소화한 반면, 에큐메니칼 진영은 일정부분 적극적으로 수용을 한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

에큐메니칼 성경관에 영향을 준 신학사조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말할 수 있는 신학은 자유주의신학이라 할 수 있다. 자유주의 신학은 계몽주의의 영향 속에서 모든 성경을 철저히 이성을 기준으로 해석하려 한 신학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이성을 가지고 성경을 해석하기에 성경에 나오는 기적이나 기적적인 일들은 하나의 신화나 상징과 같은 것들로 해석된다. 즉 성경에 나오는 기사들 중 이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은 모두 과학을 알지 못하던 시대 사람들의 기록일 뿐이라는 관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유주의는 성경 속에는 하나님의 말씀도 있지만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성경은 무오한 말씀이 아니다. 성경은 문학서, 역사서와 마찬가지로 오류 있는 인간의 책이다.”라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성경은 하나님이 인간을 빌어서 쓰신 것으로 하나님이 저자이시고 인간은 도구에 불과한 존재이건만, 자유주의 신학은 하나님의 책을 인간의 책으로 전락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사고는 자연스럽게 성경에 대한 신뢰성의 추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상과 같은 사고 속에서 초자연적인 역사를 이룬 구원자 예수를 수용하기 보다는 윤리적 모델로서의 예수를 주장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즉 인간을 구원하신 예수의 탄생, 기적, 부활, 승천 등의 신화 같은 이야기들은 거부하고 낮은 자, 가난한 자, 병자 등을 사랑하셨던 윤리 교사로서의 예수를 강조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이해 속에서 성경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말씀이기보다는 윤리 교과서로 이해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경향에 대하여 유진열은 “성서는 사람의 종교성을 고양하고 표출하기 위해 인간에 의해 쓰여진 일종의 도덕 교과서이지 초자연적으로 계시된 것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 결국, 성서의 무오류성이나 영감설은 거부되고 성서는 하나의 종교적 천재들의 노력의 산물로 전락하게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어 이러한 이해가 세상에 대한 연결성을 높이고자 하는 선한 의도로 출발하였지만 자칫 성경의 진리를 희석시키고, 기독교의 진리를 탈선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데이비드 보쉬 (David J. Bosch)는 서구의 교회들이 하나님의 계시보다 이성을 강조하는 이러한 신학을 점점 더 깊이 있게 수용하면서 계몽주의 풍조에 항복하였음을 지적하였는데, 에큐메니칼 신학에 이러한 영향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현대선교신학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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