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내놓은 가운데, 연말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배당기준일을 연말에서 다른 날짜로 분산시킴에 따라 투자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해 기존에 3·6·9월 말로 명시돼 있던 배당기준일 규정이 삭제되면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기준일을 지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 결과 과거 결산기 말일인 12월 31일에 몰려 있던 배당기준일이 올해 들어 2~3월로 분산되고 있다.
기존에는 배당을 받기 위해 12월 31일 기준 주주로 등재되어야 했지만, 기준일이 옮겨지면서 연말까지 주식을 보유해야 할 유인이 줄어들게 됐다. 특히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로 대주주 범주에 포함되는 투자자들이 매도를 통해 세금 회피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말 증시에서의 매도세가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개정의 여파로 정관을 바꿔 배당기준일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기업들도 증가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사 791개 중 42.9%인 339개사, 코스닥 상장사 1,590개 중 42.3%인 672개사가 관련 정관을 개정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현대자동차, 삼성화재, 현대모비스, 포스코홀딩스, KT&G, CJ제일제당 등 주요 기업들이 배당기준일을 2~3월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SK하이닉스는 배당기준일을 2월 28일로 설정했고, 이에 따라 해당 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기준일로부터 2거래일 전인 2월 26일까지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연말에 보유 종목을 매도한 뒤, 2월 중 배당기준일이 공시되면 그에 맞춰 주식을 재매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연말 주식 보유의 필요성이 줄어든 셈이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세제 개편안에 따른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로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과거보다 커질 가능성이 크다"며 "배당기준일이 12월에서 2~3월로 이동한 기업이 늘어나면서, 연말에는 기관과 외국인의 배당 수취 목적 매수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에도 세금 회피성 매도세는 연말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이었던 2021년 연말에는 개인 순매도 규모가 3조1,587억원에 달했고, 2022년에도 1조5,370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준이 50억원으로 완화됐던 2023년에는 순매도 규모가 4,626억원으로 줄어들었으나, 다시 기준이 강화되면 매도세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