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한 번 낮췄다. 불과 3개월 만의 추가 하향으로, 2025년 성장률은 0.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올해 초 발표된 2.0%에서 시작해 4월의 1.0%에 이어 세 번째 하향 조정이다. 반년 만에 1.2%포인트가 줄어든 셈이다.
IMF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이 같은 수치를 공개했다. 반면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대부분 상향 조정되면서, 한국의 상대적 부진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국 경제의 부진한 평가 배경에는 올해 상반기 예상보다 저조했던 실적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IMF와의 질의에서 이번 하향 조정의 배경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와 미국의 관세 강화 등 국내외 정치 및 통상 불확실성이 상반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IMF는 "2025년 성장률 하향은 정치 불안정성과 글로벌 통상 변수의 영향으로 경제가 기대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오히려 1.4%에서 1.8%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새 정부의 출범과 두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 편성, 완화적 정책 기조 등에 따른 하반기 경기 반등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IMF는 내년 경기 회복 조짐에 대해 "정치 불확실성 일부 해소와 소비·투자 심리 개선, 추경 집행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올해 중반 이후 내수가 점차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세계경제는 반대로 회복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기존 2.8%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실효 관세율 하락, 조기 선적 증가, 달러 약세에 따른 금융여건 개선, 주요국의 재정 확장 기조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미국의 성장률은 1.8%에서 1.9%로, 유로존은 0.8%에서 1.0%로 상향됐다. 일본(0.6→0.7%), 캐나다(1.4→1.6%), 호주(1.6→1.8%)도 일제히 상승 조정됐다. 중국은 4.0%에서 4.8%, 인도는 6.2%에서 6.4%, 태국은 1.8%에서 2.0%로 각각 높아졌다. 브라질,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성장 기대가 커졌다.
주요국 중 성장률이 하향 조정된 국가는 한국 외에는 네덜란드(1.4→1.2%)와 러시아(1.5→0.9%) 정도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세계 경기 회복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고립되고 있다는 인식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IMF는 앞으로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 미국의 통상 정책을 지목했다. 실효 관세율이 다시 상승하거나, 주요국 간 관세 협상이 결렬될 경우 투자와 무역 흐름이 둔화되고 세계 경제 전반의 성장세도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에 따라 IMF는 각국 정부가 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 조성과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산업정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역 및 다자간 무역협정 확대를 통해 무역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