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8월 12일 서울 은평구서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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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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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에 전시된 1921년 당시 쓰인 찬송가 모습.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한국 개신교 140주년을 기념하며, 개신교의 역사와 유산을 총망라한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관장 안교성)이 오는 8월 12일 서울 은평구에 문을 연다.

이 박물관은 1885년 헨리 아펜젤러와 호러스 언더우드 선교사의 입국을 기점으로 시작된 한국 개신교의 여정을 담아낸 공간으로, 연면적 1,341㎡ 규모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조성됐다. 재단법인 한국기독교역사문화재단이 운영하며,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전시장과 수장고, 아카이브 등 전문시설을 갖추고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상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공식 등록됐다.

‘신앙이 아름다웠던 순간들’이라는 제목의 상설전시는 개신교 선교 초기부터 2000년대까지의 시간을 시대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대한제국 말기, 일제 강점기, 해방과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민주주의 정착기의 신앙 현장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조명한다.

전시에서는 초기 선교사들의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언더우드 선교사 혹은 그 가족이 사용한 한국어 학습 노트는 낯선 언어를 익히기 위한 외국인 선교사들의 치열한 노력을 보여준다. 손글씨로 적힌 ‘우연히’ 옆에는 ‘unexpectedly’라는 영어 뜻풀이가 적혀 있으며, ‘통촉하다’는 ‘to know’로 해석돼 있는 것이 인상 깊다.

또한 캐나다 장로교 출신 제임스 게일이 1897년 발간한 한국어-영어 사전 초판본과, 언더우드 가문이 경영했던 타자기 회사의 초기 수동 타자기 등 당시의 생활과 문화, 선교 사역의 실체를 보여주는 유물도 공개된다.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은 일제강점기를 다룬 전시에서 기독교가 보여준 저항과 순응의 양면을 함께 다룬다. 진관사에서 발견된 태극기와 유사하게, 일장기를 검은색으로 덧칠해 만든 태극기가 전시되어 항일운동에 나선 기독교인의 정신을 상징한다. 실제로 이 태극기는 1910년대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기독교인들이 일장기를 변형해 항일 의지를 표현했던 사례를 보여준다.

반면, 일제의 전쟁에 협력한 흔적도 전시되어 있다. 일장기가 인쇄된 부채와 그 뒷면에 ‘국방 부인의 노래’가 적힌 유물은, 일부 교회가 친일 활동에 동참했음을 드러내며 복합적인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전시는 산업화 시기 도시선교 운동, 노동자 인권 옹호 활동, 정부와 기독교 간 유착 관계를 드러낸 포스터, 민주화 이후 사회운동 참여까지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일복지재단의 '밥퍼 운동'에 사용된 최초의 냄비와 소형 버너는 기독교의 사회봉사 정신을 상징하며, 1988년 발표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선언)’ 자료도 공개된다.

2007년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당시 교인들이 착용했던 방제복 등도 전시돼, 한국 기독교가 사회적 재난의 현장에서도 공동체와 함께 했음을 보여준다.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