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복귀와 이를 위한 의정 대화가 본격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새 집행부 구성을 마치고 사직 전공의들의 오는 9월 수련 병원 복귀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정부 역시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계기로 전공의들과의 대화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의료계 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정부에 제시할 11가지 요구 조건의 우선순위를 매겨달라는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조사는 의정 협상 테이블 마련을 앞두고 전공의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기 위한 절차로, 향후 대전협의 협상 전략 수립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가 제시한 주요 요구안에는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료개혁 실행 방안 재검토, 보건의료 거버넌스 내 의사 참여 비율 확대,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의과대학 정원 3년 예고제 준수, 수련 병원의 전문의 인력 확충, 불가항력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군 복무 중이거나 입영 대기 중인 전공의의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법 제59조(업무개시명령) 폐지, 의대생 24·25학번의 교육 보장, 학사 유연화, 헌법상 전공의의 노동 3권 보장 등도 요구안에 담겼다.
이 같은 요구안은 의료현장의 근본적 문제 해결과 전공의 권익 향상을 동시에 노린 것으로, 복귀 조건에 대한 실질적 협상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한성존 신임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모처에서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지난 1년 5개월 간 이어진 의정 갈등의 해소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에도 대전협은 정부 및 국회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갈 방침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가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할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부 측 역시 대화를 위한 준비에 착수한 모양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복지부 차관을 중심으로 관련 사안을 계속해서 점검하고 있으며, 실무적으로도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질병관리청장을 역임한 인물로, 의료정책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날 취임 30일을 맞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전공의 복귀와 의료시스템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교체 이후 긴장과 불신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2학기부터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여건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은경 후보자에 대한 의료계의 환영 성명이 희망적인 신호"라며, "전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강행이 갈등을 악화시켰고 의료시스템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에 복지부 장관 임명을 마무리하고, 솔직한 대화와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의정 협상이 구체화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