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념 편향 교과서로 뭘 배우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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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새 교과서가 올 신학기 학교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특정 이념 편향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학부모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교과서 내용에 포함된 젠더 이데올로기 등 정치·사회적 편향성에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달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정한 평등을 바라는 나쁜 차별금지법 반대 전국연합’(진평연),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 등 9개 단체가 공동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 분석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교사, 학부모, 교육 정책 전문가들은 새 교과서의 정치 이념 편향성을 지적하며 교육 콘텐츠의 중립성과 다양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발표회를 주최한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세계적으로 성혁명의 이념적 도전이 확산하는 가운데, 우리 교육 현장에도 ‘젠더 이데올로기’가 파고들고 있다”라며 그 심각성을 지적했다. 또 “사회적 합의 없이 학교 현장에 도입된 포괄적 성교육, 성인지 감수성,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 등이 학생들의 정체성과 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을 우려했다.

이어진 과목별 전문가들의 분석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이들은 국어, 윤리, 보건, 사회 등 주요 교과서 곳곳에서 ‘젠더 이데올로기’, 생태주의, 특정 정치 성향이 반영돼 있다며 이런 것들이 교육 현장의 가치 중립성과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소임을 경고했다.

해냄에듀의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월북 작가인 현덕, 이태준을 비롯해 조정래, 신동엽 등 특정 이념성향의 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수록해 이념 편향성 문제가 대두됐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대본은 10대 임신 문제 미화, ‘빨간머리 앤’은 ‘정치적 올바름’, 즉 PC주의를 청소년에게 은연중에 주입하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천재교과서 고등 국어1에 실린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회고도 문제로 지적됐다. 재임 중 미성년 성폭력 음란 영상물이 올라간 대화방 문제로 도덕성 비판과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야기한 인물을 청소년에게 귀감이 되는 양 교과서에 실었다는 자체가 문제다.

보건 교과서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성과 건강’ 단원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면서 성별이 수십 가지이며, 개인이 선택 가능하다고 한 ‘젠더교육’ 내용이 청소년에게 왜곡된 성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회 교과서에서는 연표 시작점을 태아기가 아닌 0세부터 설정한 점이 생명존중 의식을 약화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화론을 절대화한 기술 방식, 브렉시트를 일방적으로 부정적으로 서술한 점도 교육의 중립성 훼손의 사례로 지적됐다.

윤리·도덕 교과서에서는 다문화와 종교 이해 단원이 문제로 지목됐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주민의 문화 적응보다는 문화 상대주의를 강조한 것이 국가 정체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 분단의 원인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북한의 남침을 명시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서술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날 발표회에 전문가들이 분석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우리 자녀들이 이런 교과서로 교육을 받고 과연 건강한 정신을 가진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 중학생에게 성관계를 권리(인권)로 인식시키고 남녀 성별 해체를 가르치는 걸 교육이란 이름으로 포장하기엔 어린 자녀들에게 미치는 정신적 해악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녀를 학교에 보낼 부모는 없을 것이다.

더 심각한 건 교과서에 기재된 내용 상당수가 특정 관점을 사실인 양 제시하고 있는 점이다. 특정 이념과 정치적 견해를 주입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성장기 청소년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건 사고능력과 건전한 비판 의식을 함양하는 필수요소가 아닌가.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교육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이날 전문가들이 간과해선 안 될 문제점으로 지적한 게 또 있다. 일부 교과서가 차별·혐오 언어에 관한 내용과 관련해 마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이미 제정된 것처럼 기술한 점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심어줄 뿐 아니라 하는 등 사실을 호도한 점에서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시정을 요구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주최 측은 분석된 내용을 교육부 및 각 교육청에 공식적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또 교사들을 대상으로 워크숍과 학부모 설명회를 얄어 드러난 문제점을 공유하고 공론화 절차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교육 현장에서 채택된 교과서를 막은 건 역부족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15년 교육과정을 7년 만에 개편한 것으로 시안이 발표됐을 당시 역사를 비롯해 사회, 도덕, 보건 분야 등에서 특정 이데올로기에 편중됐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그런 문제점을 상당 부분 개선하고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한 건데 그걸 반영한 새 교과서에서 또다시 같은 문제가 드러난 거다.

초중고교생 교과서는 단순한 지식 전달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세상에 난무하는 온갖 왜곡 정보를 차단하고 그 나이에 맞는 삶의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 교과서가 일부 교육 이념가들의 정치 이념 선동의 배출구가 된 현실을 생각할 때 암담하지 않을 수 없다. 이헌 현실을 모른 채 좌시하면 우리 자녀들의 교육 현장은 특정 이념의 종속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