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올해 성장률 0.8% 전망… 0%대 저성장 현실화

무역갈등과 내수 부진 겹친 악재 속 성장률 급락… 관세 시나리오 따라 경제 전망 요동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하며, 0%대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됐다고 밝혔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4.9%),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0.8%),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있었던 2020년(-0.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이번 하향 조정의 배경으로 미·중 무역 갈등 심화,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건설경기 침체, 민간소비 둔화 등을 복합적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은행은 5월 29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1.5%에서 0.8%로 0.7%포인트 대폭 낮췄다. 이는 지난 1년간 계속 하향 조정된 전망의 연장선으로, 2024년 2월 2.3%에서 5월 2.1%, 11월 1.9%, 올해 2월 1.5%로 점차 낮아졌다.

이번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1.0%보다는 낮지만, 씨티그룹(0.6%)과 JP모건(0.5%)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금융연구원이 앞서 같은 수치인 0.8%를 제시한 바 있다.

한은은 이번 전망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을 둘러싼 기본관세 10%, 품목별 관세 25%가 유지되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했다. 이는 지난 2월 전망보다 강화된 전제이나, 4월 초 상호보복관세가 한창일 당시보다는 다소 완화된 조건이다. 또한 하반기부터 반도체와 의약품 등에 1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반영했다.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한은은 정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고 추경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경제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편성한 13조 8천억 원 규모의 추경은 내수 진작에 일정 부분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경제 측면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이 완화되는 듯 보이나,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계속되며 협상 과정의 불확실성이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경제 또한 정치 불안 완화에도 불구하고 통상환경의 불안정성과 소비 심리 위축이 개선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분기에는 내수 부진과 수출 위축이 겹치며 역성장을 기록했고, 2분기에도 건설경기 침체와 소비 회복 지연이 이어지면서 0.5%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금리 인하와 추경 효과, 그리고 경제 심리 회복에 힘입어 내수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의 경우 미·중 간 관세 유예와 협상 등으로 긴장은 일부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관세율과 협상 불확실성이 상존해 본격적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내년 성장률 전망도 기존 1.8%에서 1.6%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 이는 내수 개선에도 불구하고 악화된 통상환경의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올해 820억 달러 흑자로 전망돼, 2월 제시된 750억 달러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상품수지는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과 내수 부진으로 인한 수입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나면서 흑자 폭이 늘어날 전망이다. 본원소득수지도 해외 배당소득 증가 등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의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대미 수입이 확대될 경우, 경상수지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한은은 무역협상 진행 방향, 경제 심리의 회복 속도, 글로벌 금융시장 변화 등 다양한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이들 변수에 따라 시나리오별 전망도 함께 제시했다.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미·중 등 주요국과의 무역협상이 원만히 진행되고, 미국의 관세율이 올해 말까지 대폭 인하될 경우, 올해 성장률은 0.9%, 내년은 1.8%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미·중 갈등이 재점화되고 주요국과의 협상이 결렬돼 관세가 상당 부분 복원될 경우, 올해 성장률은 0.7%, 내년은 1.2%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3분기 이후 관세 경로가 달라지면,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불확실한 대외 여건 속에서 관세 정책과 무역협상의 방향성이 내년 한국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한은 #성장률 #기독일보 #저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