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대 대선 최대 화두로 떠오른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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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과거 국회에서 발의됐던 ‘차별금지법안’에 동성애 등 성적지향과 전과자가 포함된 것에 절반 이상이 공감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최근 인터넷 언론 뉴스피릿이 여론조사 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별금지법’ 상에 ‘전과자·동성애자도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2.3%로 나타났다. “공감한다”는 응답은 31.6%에 그쳤다. 다만 정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의견이 갈린 모습이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무려 74.3%로 나타난 반면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선 찬성한다(50.4%)는 응답이 반대(39.6%)보다 월등히 많았다.

‘차별금지법’은 오랜 기간 국회에서 발의와 계류가 반복될 정도로 우리 사회에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대표적인 법안이다. 1997년 최초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입법을 요구한 이래 국회에서 10번이 넘는 발의 시도가 이어졌다. 최근엔 지난 2020년 6월 제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 10명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을, 그 이듬해 6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이와 유사한 ‘평등법안’을 발의했으나 모두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교계는 진보 계열 의원들이 거의 매 회기마다 이 법안을 단골 발의한 배경에 친 동성애 진영의 정치적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성 소수자 젠더 인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의원들도 있지만 의원 배지를 달기까지 친 동성애 그룹의 지원을 받았거나 아니면 성 소수자 문제를 시대의 조류쯤으로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막상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 해놓고 그 이상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여러 차례 법안 발의를 한 정당 입장에선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이유를 대고 있으나 실은 기독교계의 반발 등 국민적 저항이 심해 이를 정면 돌파하기 버거웠다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그런 ‘차별금지법’이 6.3 대선을 앞두고 다시 뜨거운 이슈가 된 건 지난 18일 첫 대통령 후보 TV토론에서였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하느냐”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방향은 맞지만, 너무 복잡한 현안이 얽혀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다른 의미의 파급력을 발휘한 거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 후보의 본심은 이날 “어떤 특정한 요소에 의해 차별이 생기는 걸 내버려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한 발언에 이미 나와 있다고 본다. 원론적으론 찬성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 사안으로 새로 논쟁이 되고 갈등이 심해지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기 어렵다”는 말로 뒤를 흐린 이유도 짐작이 간다. 찬성한다 라고 하면 기독교계가 반발할 것이고 반대한다고 하면 본인이 평소에 했던 발언을 뒤집는 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6.3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후보 측으로서는 얼마 남지 않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논란을 야기할만한 발언은 최대한 억제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몸조심, 말조심으로 지금의 지지율을 쭉 끌고 가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불과 3년 전인 20대 대선 후보 때는 이와 완전히 다른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유보적 입장이 대선 이후까지 유지될지 의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2022년 1월 11일 신경제 비전선포식 자리에서 “형법상 평등의 원칙이 각 분야에서 사회 각 분야에서 각 영역에서 실현돼야 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에 앞서 2017년 3월 한국여성대회에선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에 성소수자가 30%를 반드시 넘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차별금지법’을 당연히 제정하고, 학교에서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겠다. 어릴 때부터 가르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만들겠다. 나는 이걸 바꾼 적이 없다”며 반복적으로 법 제정 의지를 드러내 온 이 후보가 강경 의지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린 사례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기독교계 인사를 만나거나 교계 기관을 방문하는 자리에선 비교적 유화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차별금지법’ 제정의 의지를 꺾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번 대선에서 최대 관심사로 부각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어느 후보가 찬성, 또는 반대하는지를 알려주는 ‘21대 대통령 선거 정책질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올바른 대통령을 원하는 단체 연합’이 지난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표한 ‘차별금지법’에 명시적으로 반대한 대선 후보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황교안 후보 두 사람 뿐이었다. 반면에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와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찬성을,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교총은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정치적 연대를 꾀하는 목회자와 교계 단체에 자제를 요청했다. 교회가 정치에 휘둘리는 것과 자칫 선거법 저촉으로 곤욕을 치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교회가 특정 후보를 대놓고 지지, 또는 선거운동을 하는 건 극히 조심해야 할 일이다. 종교가 권력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에 출마한 각 후보가 어떤 정책과 견해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는 건 유권자의 알 권리 충족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교계의 핵심 관심사인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두말이 필요치 않다. 말 몇 마디로 옥석을 가려내지는 못하더라도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 정도는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