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명상(53)] 어느 시골 교역자의 일기-베르나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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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 양을 먹이라
김희보 목사

“세 번째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주께서 세 번째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므로 베드로가 근심하여 이르되 주님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양을 먹이라”(요한복음 21:17).

주 예수는 우리 모두에게 그 귀한 영혼을 돌보는 사명을 주셨다.

‘사탄의 태양 아래’에 있는 敎會(교회)의 現實(현실)을 서술한 조르주 베르나노스(Georges Bernanos, 1888년 2월 20일-1948년 7월 5일)의 ‘어느 시골 교역자의 편지’(Journal d'un curé de campagne, 1951)이다.

젊은 신부가 북부 프랑스의 어느 시골 마을 앙브리쿠르에 사제로 부임한다. 그의 첫 부임지인 이 시골 마을에서 그는 성실함과 친밀함으로 신부의 의무를 다하려고 하지만 마을의 외톨이로 남아 있다. 이웃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보면서 배척하기까지 한다. 그의 선배 신부는 그에게 사제 역할에 대한 충고를 해 주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그는 극도의 고립감과 상황을 개선시킬 수 없다는 무능력 때문에 자신의 믿음이 흔들릴 정도로 우울증에 빠진다.

雪上加霜(설상가상)으로 그는 몸에 병이 있어 포도주 약간만으로 지탱할 정도로 허약해져 있고, 그것이 더욱 자신의 믿음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그는 그런 심경들과 신에 대한 자신의 열정, 마을의 세속성을 모두 일기로 적기 시작한다. “모든 게 은총이라네” 끊임없는 고뇌와 불행에 시달리면서 질문과 기도를 멈추지 않는 한 신부.

그 영혼의 주인공은 믿음, 초월과 늘 가까이할 수밖에 없는 신부이다. 영혼, 믿음, 초월 같은 것은 언어적 정의나 설명이 가닿을 수 없는 영역의 것들이다. 그것들은 언어적 규정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내적 체험의 영역에 속한다.

이 소설은 어느 시골 신부의 내적 체험의 기록이다. 아니, 소설이라는 형식(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형식)을 통해 독자를 그런 내적 체험 가까이 이끄는 작품이다.

“내 생각이 이러니 나는 그네들, 가난한 사람들에게, 반란이라도 일으키라고 설교하고 싶다네. 나는 외려 우선 저 ‘투사들’, 말로 벌어 먹는 사람들, 혁명 조작꾼들 한 무리를 붙잡아다가 플랑드르 출신 사내가 어떤지를 보여 주고 싶다네. 우리 플랑드르 사람의 피에는 반항심이 흐르지.

역사들 더듬어 보게나! 귀족이나 부자들이라 해서 우리들에게 두려움을 준 적은 결코 없지. 지금의 나니까 선뜻 고백할 수 있는데 감사하게도 나는 아주 건장하지만 천주께서는 내가 육욕의 유혹을 그리 많이 받게 허락하지 않으셨네. 하지만 불의나 불행이라면 내 피가 들끓어오르지.”(86~87)

앙브리쿠르 본당의 젊고 순수한 신부야말로 인간의 진정성, 어린이 정신의 구현자이며, 영웅, 순교자, 즉 성인과 等價(등가)된다. 또한 이 작품에 고유한 내적 깊이를 마련한다. 이 소설의 원한
주제는 의 이해와 관련하여 각별한 ‘어린이’ 정신은 영원한 주제이다.

‘소명(calling)’은 원래 종교적 개념으로서 신(神)의 부름을 받은 일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러던 것이 차츰 일반화되어 개인적,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발견하고 그것에 헌신하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로 발전했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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