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교 140주년, 교회가 연합할 절호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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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을 맞아 주요 교단과 연합기관 등이 부활주일인 다음달 20일을 전후해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140년 전 미국 장로교의 언더우드 선교사와 감리교의 아펜젤러 선교사가 인천 제물포항에 첫발을 디딘 역사적인 날을 기리기 위해서다.

미국 장로교회가 파송한 언더우드 선교사와 미국 감리교회가 파송한 아펜젤러 선교사 부부는 일본 요코하마를 거쳐 1885년 4월 5일 부활주일 아침에 인천 제물포 항에 도착했다. 두 선교사는 한국에 도착한 첫날 부활주일 예배에서 “오늘 사방의 빗장을 부수시고 부활하신 주님께 간구하오니 어둠 속에서 억압을 받고 있는 이 한국 백성에게 밝은 빛과 자유를 허락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했다.

한국교회는 이 역사적인 날을 한국 기독교 선교의 시작점으로 삼고 있다. 올해 4월 20일 부활주일을 전후해 선교 140주년 기념예배와 함께 다양한 행사와 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교단 차원에선 가장 먼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오는 4월 3일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 기념 연합대회’를 개최한다. 세 교단이 함께 선교 기념대회를 갖게 된 건 140년 전 내한한 장로교와 감리교 선교사에 의해 이 땅에 세워진 교단의 정통성을 잇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념예배는 세 교단의 교단장들이 돌아가며 순서를 맡는다. 또 예배에 이은 2부 기념대회에서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기념사를 전한다. 장로교와 감리교 선교 140주년이지만 한국교회 전체가 이 뜻 깊은 날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웨슬리안 교단 중 하나인 기하성 대표에게 순서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

3부 학술세미나는 3개 교단의 신학대 교수들이 140년 전 언더우드·아펜젤러 선교사가 한국에 와서 행했던 선교, 교육, 사회봉사를 주제로 강연한다. 이어 한국 기독교 역사를 성찰하고,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여러 과제와 이를 극복할 방안 등이 담긴 3개 교단 연합 선언문이 합동·통합·기감 목회자 및 남녀 청년 대표 총 3명에 의해 낭독될 예정이다.

연합기관 차원에선 한국교회총연합이 한국 기독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교총은 지난 13일 대표회장회의에서 △한국 기독교 140주년 기념식과 칸타타(빛의 연대기) △한국 기독교 14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제작 및 방영 △한국 기독교 14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 △한국 기독교 140주년 기념 근대문화유산 탐방 등의 사업을 확정했다.

140년 전 언더우드·아펜젤러 선교사가 첫 발을 디딘 인천에서도 성대한 기념행사가 펼쳐진다. 아펜젤러·언더우드 역사문화기념사업회와 인천기독교총연합회가 오는 4월 5일 오전 11시 인천 100주년기념탑 공원에서 공동으로 개최하는 ‘선교 140주년 기념대회’엔 예장 통합 김영걸 총회장과 합동 김종혁 총회장, 기감 김정석 감독회장이 참석한다.

이밖에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도 함께 선교 14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두 교단은 지난달 교단 임원들이 만나 다음 달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한국선교 140주년 기념토론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 교단과 연합기관, 단체들이 각기 한국교회 선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와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는 건 매우 뜻 깊다. 저마다 한국 기독교의 지난 140년을 돌아보며, 한국교회 본질 회복과 사회적 책임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건 이런 역사적 의미를 지닌 날에 대한 기념을 몇 개 교단과 기관 단체가 각각 따로 한다는 점이다. 물론 선교 140주년이 국내에 있는 수백 개의 교단 모두에게 똑같은 의미일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오늘의 한국교회를 있게 한 출발점을 기념하는 일을 몇 몇 교단이 독점하는 듯한 모습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세 교단이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장로교와 감리교 교단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지금의 한국교회를 있게 한 역사적 유산을 기리는 일만큼은 좀 더 문호를 활짝 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모든 교단이 다 참여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장로교 정통성을 잇고 있는 예장 고신과 기장만이라도 함께 하는 길을 모색했어야 할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40년 전, 한국교회는 선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와 사업을 펼쳤다. 그때는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사업회’라는 이름으로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하나님의 성회 등 한국교회 전체 교단과 기관·단체들까지 한데 어우러졌다. 당시 범 교단적인 연합사업의 결실로 인천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을 비롯해 양화진 한국기독교선교기념관, 용인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 등이 세워진 것이다.

선교 100주년이 주는 상징적 의미와 선교 140주년은 많이 다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연합과 일치’를 외쳐온 한국교회가 그 선언적 의미 뿐 아니라 행동으로 옮길 절호의 기회가 선교 140주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한국교회가 선교 140주년을 기리는 건 역사적인 의미에 대한 고찰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다음 세대에 신앙의 유산을 전승하려는 데 더 큰 방점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념비적인 해만이라도 한국교회가 ‘숫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대승적 차원에서 분열과 분파주의를 극복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될 것이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