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제58차 북한인권 결의안에서 북한 인권 피해자들의 제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북한인권단체 및 북한 내 억류된 한국인 가족들이 지난달 4일 EU에 보낸 서한에 대한 공식 답변이다.
파올라 팜팔로니 유럽대외관계청(EEAS) 아시아·태평양 부실장은 11일 북한 인권단체들이 공개한 답변 서한에서 "귀하의 제안들을 확인했으며, 우리 직원들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가능한 한 이를 결의안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팜팔로니 부실장은 "브뤼셀, 제네바 및 뉴욕에서 관련 사안과 기타 의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것은 앞으로도 유럽연합의 강력한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인권시민연합(NKHR) 등 북한인권 시민단체와 강제 북송된 탈북민 가족, 북한 내 억류된 한국인 가족들은 EU에 서한을 보내 북한에 10년 이상 억류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의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또한 ▲납북자 및 이산가족의 강제 분리 문제 명시 ▲국군포로 송환 의무 위반에 대한 국제인도법 위반 지적 ▲모든 납북자, 억류자, 미송환 국군포로의 즉각 송환 요구 등의 내용을 결의안에 포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추가적으로 ▲북송된 임산부 및 그 자녀에 대한 강제 낙태 문제 명시 ▲북한의 국제노동기구(ILO) 가입 및 핵심 ILO 협약 비준 검토 촉구 등의 내용도 결의안에 포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서한에는 북한인권시민연합(NKHR), 북한정의연대, 6·25국군포로가족회, 물망초, 노체인, 징검다리, 씽크(THINK),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등 다수의 인권단체가 참여했다. 개인 서명자로는 2013년 이후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 2023년 10월 중국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김철옥 씨의 친언니 김규리 씨, 사촌 김혁 씨가 포함됐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달 24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일정으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58차 인권이사회를 진행 중이다. 이번 회기 마지막 주에 북한인권 결의안이 채택될 예정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03년부터 2006·2007년을 제외하고 매년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해왔다. 현재까지 총 20차례에 걸쳐 결의안이 채택됐으며, 2016년부터는 별도의 표결 없이 합의(컨센서스) 방식으로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이번 결의안이 피해자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반영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