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이후, 국민의힘과 탄핵 반대 세력의 헌법재판소를 향한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이 변론 재개 신청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에도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한 변론 요청을 거부한 사례가 있으며,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이 탄핵심판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변론 재개가 승인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 7일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재에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등 7명의 의견서를 추가 제출했다. 의견서는 탄핵소추와 심판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탄핵심판의 각하 또는 기각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논거로는 ▲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사법적 판단이 불가능하다 ▲ 국회가 내란죄 철회를 인정했다 ▲ 형사소송법상 증거 법칙이 무시됐다 등의 주장이 포함됐다.
지성우 전 한국헌법학회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의견서에서 "심리 과정에서 핵심 증인의 증언이 조작·왜곡되었고, 주요 메모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관련 증거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구속 취소 결정을 받고 이튿날 석방되자, 여권에서는 변론 재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심판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지적돼 왔다"며, 헌재에 변론 재개를 공식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며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한 만큼, 헌재도 탄핵심판 절차의 논란을 의식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선고 기일이 기존 예상됐던 14일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윤 대통령 측의 절차적 흠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해당 주장은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되었으며, 일부 쟁점은 헌재가 변론 중 입장을 밝혀 기각한 바 있다.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지난달 11일 변론에서 "검찰 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으며, 형사소송법상 증거 법칙을 완화해 적용하는 원칙이 확립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변론 과정에서 증거 채택 논란에 대한 헌재의 입장을 일정 부분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이 탄핵심판의 결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이 모두 내란죄 혐의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법원이 내란죄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두 재판이 별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탄핵심판 결과에는 직접적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한, 헌재가 탄핵심판에서 채택한 수사 기록 중 공수처가 생산한 자료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공수처-검찰 간 수사권 논란이 탄핵심판 결과에 미칠 가능성도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변론 재개 신청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측 한 관계자는 지난 7일 구속 취소 결정 이후 변론 재개 신청 여부에 대해 "현재로서는 상황을 좀 더 파악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변론을 종결한 이후,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평의를 열어 사건 쟁점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 탄핵심판 사례를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후 변론 이후 14일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선고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헌재는 기존 계획대로 14일 전후에 선고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헌재가 현재 한덕수 국무총리,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다수의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보다 중대한 사안으로 평가되는 만큼, 선고 일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