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제106주년인 지난 3월 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함성이 전국에 울려 퍼졌다.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대학로, 강남 일대에서 동시다발로 개최된 탄핵 반대집회엔 MZ세대부터 중장노년층에 이르기까지 국민 수백만 명이 모여 일제히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촉구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대로에서 진행된 ‘세이브 코리아 비상구국기도회’는 이미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에서 확인된 윤 대통령 탄핵 반대와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와 열망을 한꺼번에 분출했다. 불의와 불법에 가로막혀 존망의 기로에 선 나라를 살리기 위한 국민적 함성엔 분명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을 다음 세대에게까지 넘겨주려는 구국적 결단의 의미가 함축돼 있다.
대한민국이 오늘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국민의 대리자를 자처하는 국회의 거듭된 불법 자행과 무능에 있다. 거대 야당은 윤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부터 대통령 선제 탄핵을 주장했고, 내각 줄 탄핵, 입법 폭주, 예산 폭거로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대한민국의 입법뿐 아니라 사법 행정까지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거대 야당의 폭주마저 국회의 정당한 권한 행사로 둔갑시킨 정치 현실이 오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뒤흔드는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세이브 코리아 기도회 측이 이날 발표한 ‘대한민국 보수주의 선언문’에도 그런 내용이 담겼다. ‘자유 대한민국을 소중히 여기는 애국시민 일동’의 이름으로 발표된 이 선언은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이 부여하신, 양도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인간 개인의 존엄과 자유가 있음을 믿는다. 자유민주주의는 왕이나 정부로부터 그러한 개인의 생명과 자유와 소유를 보호하려는 대담한 선언으로 시작되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모든 정책은 언제나 이 천부적이며 자연법적인 권리들을 보장하고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함을 믿는다”고 했다.
이 선언이 지향하는 목표는 “엄중한 국가적 위기 속에서 삼일절을 맞는 대한민국 애국 시민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정치적·도덕적 위기를 절감하며, 불변하는 진리들을 재천명해야 할 시대적 책임을 진다”고 한 전문에 나와 있다. 핵심은 일제에 항거해 일으켰던 3.1운동 때처럼 위태로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오늘 기독교인들이 감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을 언급한 점이다.
106년 전 3.1 만세운동은 일제의 총칼에 빼앗긴 주권을 되찾기 위해 일으킨 거국적 민족 자결운동이다. 제국주의 야욕에 짓밟힌 자유를 되찾기 위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맨주먹으로 들고 일어났다.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자유 독립 만세 함성이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감으로 전 세계에 민족자결주의 운동의 표본으로 각인됐다.
106년 전 3.1만세운동과 106년이 지난 오늘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대학로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개최된 시국 관련 집회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외세의 주권 침탈에 대한 저항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한 궐기는 그 성격의 출발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불법과 강압에 맞서는 불굴의 정신이 그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점이 유사하다.
3.1만세운동은 일제에 침탈당한 주권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으킨 운동이다. 3월 1일 전국적으로 개최된 ‘세이브 코리아 비상구국기도회’ 등 여러 보수단체가 주도한 대통령탄핵 반대집회 또한 불법과 불의에 저항하는 의식있는 국민이 광장에 모여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신념이 106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결과다.
106년 전 3.1만세운동을 종교 지도자들이 주도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서울 탑골공원에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민족대표 33인 중에 기독교 지도자가 과반수를 차지했을 정도로 기독교가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했다.
오늘날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기치를 든 것도 기독교 지도자들이다. 이들의 구국 신념과 결단이 전한길 강사, 그라운드C 등 크리스천 유명 인사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기성세대들 뿐 아니라 젊은이들까지 광장에 모여들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안타까운 건 한국교회가 이런 거국적 구국 운동에 전심전력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누군가는 광장에서 외치고 누군가는 조용히 기도하는 것이 각자의 본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위중한 정치적 격변기에 교회가 침묵하고 몸을 사리는 모습으로는 훗날 예언자로서 시대적 사명을 감당했다고 자위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 일제가 조선을 강제 병합한 목적이 경제적 수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자기들이 신봉하는 종교인 신도(神道)로 우리 민족의 영혼을 완전히 잠식해 ‘내선일체’(內鮮一體)꾀하려는 큰 목적이 있었다. 그것이 천황에 대한 신사참배 강요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밀어닥친 위기를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빚어진 국격 실추와 경제적 손실로 단순화해 대통령의 탄핵을 정당화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교회 지도자라면 나무만 볼 게 아니라 숲을 봐야 하지 않겠나. 오로지 국민을 위해 쓰라고 준 권한을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고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는데 악용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최소한 분별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이 내란 세력이고 내란 주동자들이 아닌가.
대한민국은 지금 체제 전쟁 중이다. 선대에 이룩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지키느냐 아니면 친중·종북 세력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걸 그대로 지켜보느냐 둘 중 하나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나면 그 다음은 ‘신앙의 자유’ 차례다. 그때 가서 침묵한 걸 후회해봤자 소용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