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명상(22)] 신곡(神曲)-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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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기는 길
김희보 목사

“무릇 하나님께로 난 자마다 세상을 이기느니라. 세상을이기는 승리는 이것이니 우리의 믿음이니라”(요한일서 5:4)

본문 4절은 세상을 이기는 부정과거 시제로서 과거에 단회적으로 있었던 한 사건을 의미한다. 이것은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죄와 사망의 권세로부터 단번에 해방되어 영생에 참여하는 복을 누리게 되었음을 뜻한다.

인류가 생존하는 한 영원한 고전인 서사시 <신곡(神曲)>(Divina commedia, 1300-21)의 원래 제목은 ‘코메디아’(희극)이다. 작자는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괴테와더불어 세계 4대 시성(詩聖)인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 ‘코메디아’라고 한 것은 슬픔(지옥)에서 기쁨(천국)에 이르는 순례기(巡禮記)이기 때문이다.

단테는 인지(人知)의 최고봉으로 일컫는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로 우주 편력(遍歷)에 나선다. 인생의 탐람(貪婪)한 늑대와 교만한 사자와 정욕의 표범의 습격에서 도망쳐, 우선 지옥을 순례한다.

지옥 문에는 글귀가 새겨 있었다.

“나를 거치면 슬픈 고을이 있고
나를 거치면 괴로움이 있고
나를 거치면 멸망의 족속이 있네

나 외에 창조된 것은 영원 외에
달리 없어, 영원히 남아 있으리니
여기 들어오는 자 너희 모든 희망을 버리라!”

지옥(Inferno)은 9계(界)로 나뉘어, 정욕, 사치, 분노, 이단(異端), 포학(暴虐), 악의(惡意), 자살, 속임, 반역의 죄를 저지른 자가 징계를 받고 있었다. 지옥에서 가장 큰 벌은 반역자이고, 특히 예수를 반역한 가룟 유다는 지옥의 대왕 루치펠로의 입에 물려 질겅질겅 씹히고 있었다.

이어 연옥(Purgatorio)의 산에 이르렀다. 일곱 둘레로 된 연옥에는 속죄의 가능성이 있는 영혼들이 고민하며 정죄(淨罪)의 수행(修行)을 하고 있었다. 연옥은 올라갈수록 죄가 가벼운 영혼들이 있었다. 그 순서는 교만, 질투, 분노, 게으름, 탐욕, 탐식(貪食), 음욕(淫慾)이었다. 연옥 정상(頂上)에는 지상낙원이 있었다.

단테는 여기서 베르길리우스와 헤어졌다.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베르길리우스는 천국(Paradiso)을 인도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단테는 천국의 인도자가 될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아, 믿음과 소망과 사랑 세 여인과 동반(同伴)하여 구천(九天)의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 지고천(至高天)에서 삼위일체 신(神)의 모습을 우러러 경배하는 것이 허용된다.

“까마득한 환상 앞에 힘이 다했노라.
그러나 이미 나의 열망과 의욕을
한결같이 움직이는 바퀴와도 같이
해와 별들을움직이는 사랑이 돌리고 있더니라.”

이 서사시의 마지막 구절은 “사랑”이라는 말로 끝맺어져 있다. 우주에서 하계(下界)를 내려다 본 단테는, 우주의 질서 있는 운행이 신(神)의 ‘사랑’에 의한 것임을 깨닫는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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