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픈 역사, 6.25를 기억하는 국가와 국민의 자세와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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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호국영웅들을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책임 있게 예우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시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서명하며 한 말이다. 이 약속은 윤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면서 군 복무 도중 부상한 현역 및 예비역 장병들과 동행함으로써 실현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동맹재단 주최 만찬에 2015년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 몰래 설치한 목함지뢰 폭발로 부상한 김정원 육군 중사와 하재헌 예비역 육군 중사(장애인 조정선수) 등 8명을 대동했다. 두 사람 외에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대령, 갑판병 출신인 전준영 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 2017년 K9 자주포 폭발로 전신 화상을 입었던 이찬호 예비역 병장도 함께했다.

정부는 정부조직법을 바꿔 6월부터 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시켰다. 이는 국가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을 어떻게 예우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의 의미를 지녔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눈부신 번영은 호국영웅들이 목숨 걸고 자유를 수호한 결과”라며 “이들을 기억하는 게 국가의 품격”이라고 했다. 국가보훈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이 존중받고 예우받는 문화를 확산하는 데 있음을 상기시킨 것이다.

처를 부로 승격시킨 건 정부조직법상 분명한 위상의 상승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외형이 아니라 역할에 따른 내용 실천에 있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독립과 건국에 헌신하신 분들, 공산 전체주의 세력에 맞서 자유를 지켜내신 분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서 있다”라고 언급한 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두 형제를 언급했다. 6·25전쟁 당시 조국의 부름을 받고 함께 참전했다가 전사한 고 김봉학 육군 일병과 그의 동생인 고 김성학 일병이다. 두 사람 중 동생은 1960년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하지만 형의 유해는 2011년 강원 양구군 월운리 수리봉에서 발굴됐으나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정밀 분석을 거쳐 올해 2월에야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이 두 형제는 6.25 전쟁 발발 73년 만에 현충원 묘역에 나란히 묻혔다. 지난 현충일에 거행된 두 형제의 유해 안장식엔 윤 대통령 부부가 직접 참석했다. 대통령이 전사한 국군장병의 유해 안장식에 참석했다는 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 대해 국가가 최고의 예우를 갖추겠다고 한 스스로의 다짐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참전해 전사하거나 다친 군인과 그 가족에 대해 최고로 예우하는 나라로 말하면 미국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미국은 제1·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 베트남전을 비롯해 중동 분쟁 등에 군대를 파견해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데 앞장서 온 나라다.

이런 각종 전쟁에 참전했다 퇴역한 군인들에 대해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예우로 보답하고 온 국민이 존경해마지 않는다. 우리는 ‘베테랑’이란 말을 단순히 노장이란 뜻으로 사용하지만, 미국에선 나라를 위해 헌신한 노병을 깍듯이 격을 높여 부르는 용어로 통용된다.

한국교회가 이들 ‘베테랑’들을 존경하고 예우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사회적으로도 크게 귀감이 될만하다. 그중 새에덴교회는 매년 6.25 참전 용사들을 초청해 그 보은에 감사를 표해 왔다. 올해는 특히 6·25전쟁 제73주년과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한·미 참전용사를 함께 초청한다고 한다. 교회가 이런 행사를 일회성이 아닌 매년 지속적으로 여는 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일종의 다짐이다.

한국교회연합은 6.25 73주년에 즈음해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경제적 번영은 목숨을 걸고 지켜준 이들의 희생이 없이 거저 얻어진 게 하나도 없다. 따라서 국가가 이들을 합당하게 예우할 뿐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문화를 진작시키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자 품격”이라고 했다.

정부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합당하게 예우하는 것과 교회가 감사한 마음을 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나 본질적으론 같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감사하고 존경하는 데 있다. 아픈 역사를 잊어선 안 될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반복하지 않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매년 돌아오는 아픈 역사 6.25를 기억하는 국가와 국민의 자세이자 품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