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슬람 편드는 지자체장의 편향적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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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대구 대현동 주택가에 건축중인 이슬람 사원과 관련한 갈등에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뿌리가 같다”는 등 이슬람을 편드는 듯한 견해를 밝힌데 대해 교계가 온통 벌집을 쑤신 듯 떠들썩하다. 지역주민의 생활주거권 피해로 촉발된 문제를 마치 종교간 갈등이 근본 원인인양 훈수를 두고 나선 것이 문제를 봉합하기보다 갈등을 키우고 있는데다 기독교를 폄하하는 듯한 시장의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홍 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구약성서는 같고 신약부터 달라진다”며 구약에 기록된 이스마엘의 탄생 이야기를 썼다. 그러면서 “그때 하나님은 하갈과 이스마엘에게 ‘너의 자손을 번창케 하리라’라고 말씀 하셨고, 600여년이 훨씬 지난 후에 그 자손인 마호멧이 나타나서 이슬람교를 창시하였다”며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뿌리가 같다고 한 자신의 주장의 근거를 댔다.

더 나아가 “이슬람은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슬람교도의 80%는 온건 수니파이고 강경 이슬람인 시아파는 10% 내외 밖에 되지 않는다. 테러리스트라는 극단적인 이슬람은 시아파 중에서도 0.1%도 되지 않는다”라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중세 십자군 전쟁으로 시작된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 충돌은 지금까지 지구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지만, 두 종교의 출발은 구약의 하나님을 근본으로 하는 한 뿌리”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의 이런 주장에 교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의 논리는 구약에 나오는 이스마엘의 자손을 통해 이슬람교가 탄생했으니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한 뿌리라는 건데 그렇게 치면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류가 하나인 이상 모든 종교 또한 같은 뿌리라는 논리의 비약에 빠질 수 있다.

한국교회언론회가 즉각 “참으로 어이없는 노릇”이라며 반박하고 나선 건 이런 배경에서다. 언론회는 “이슬람과 기독교는 뿌리는커녕 아무 것도 같은 것이 없다”며 이슬람 경전인 꾸란에서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이 일부 나온다는 걸 근거로 같은 뿌리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언론회가 홍 시장의 주장을 반박한 근거는 이렇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성경 구약에서 어떤 접점이라도 있으려면 성경에 나오는 사람들이 이슬람의 경전에서도 똑같이 발견돼야 하는 데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인류의 구원주, 메시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이슬람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이 믿는 마흐메트만이 최후의 예언자라고 보는데 무엇이 같은 뿌리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신학자들의 견해는 이보다 더 신랄한 편이다. 아신대 선교대학원 아랍지역학 소윤정 교수는 “이슬람교는 기독교와 완전히 다른 종교”라며 그 근거로 “기독교의 신관은 삼위일체 신관이고 이슬람은 삼위일체를 부인하고 유일신 알라를 믿는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같은 하나님을 근본으로 하는 한 뿌리라는 주장은 가당치 않다”며 홍 시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슬람 전문가들은 홍 시장이 이슬람교도의 80%는 온건 수니파이고 강경 이슬람인 시아파는 10% 내외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는 반응이다. 수니파 이슬람을 온건파라고 한 것에 대해 이란 선교사를 지낸 이만석 목사는 단적으로 “이슬람에 대해서 잘 모르고 이슬람을 두둔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실 수니파는 온건하고 시아파는 과격하다는 홍 시장의 견해는 사실과는 심한 괴리가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IS, 알카에다 모두 수니파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그럼 수니파인 무슬림형제단이 알카에다로 이어지고 알카에다에서 IS가 나온 걸 뭐라 설명할 것인가. 결국 테러를 자행하는 건 헤즈볼라와 같은 시아파나 IS를 일으킨 수니파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대구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 주택가에 이슬람 사원을 짓는 문제로 촉발된 갈등에 특정 종교를 두둔하고 나선 자체만으로도 적절한 처신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보다 더 적절치 않아 보이는 건 마치 기독교가 이슬람교를 배척해 무슬림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식의 황당한 논리다.

이런 기울어진 시각으로 시정을 펴는 건 지극히 위험하다. 당장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주민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구나 기독교와 이슬람이 같은 뿌리라는 주장은 기독교인이라면 감히 입 밖에 꺼내선 안 될 말이다.

한때 대통령 후보로 나서 자신을 기독교 신자라고 밝혔던 지자체장의 이 같은 언행은 그를 신뢰해 지지를 보냈던 수많은 기독교인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표변’으로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홍 시장은 자신의 얕은 지식으로 기독교를 함부로 폄하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주민의 권익을 우선하는 시장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