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선교운동 로잔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고찰(2)

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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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로잔 4차 대회를 향한 제언

한국성서대 김승호 교수 ©기독일보DB

1. 로잔운동 태동의 초석이 된 베를린대회와 프랑크푸르트선언문

앞에서 언급한 것같이 1974년 로잔운동은 인간중심으로 흐르는 에큐메니컬선교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었다. 하나님 중심(God Centered)보다는 인간중심(Man Centered)으로, 하나님의 관심(Theocentric Concern)보다 인간적 관심(Anthropocentric Concern)으로, 영적차원(Spiritual dimension)보다는 인간적 차원(Humanity dimension)으로 나아가는 에큐메니컬선교를 우려하며 ‘교회가 할 일은 바로 복음을 전하는 일’임을 확언한 복음주의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제부터 로잔운동의 초석이 된 베를린대회의 개최이유, 독일 신학자들에 의해 선언된 프랑크푸르트 선언문의 내용을 살펴봄으로 4차 로잔대회 및 로잔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
하고자 한다.

1-1. 베를린대회(Berlin Congress on Evangelism)

베를린대회는 에큐메니컬진영을 대표하는 선교잡지 Christian Century와 구분된 복음주의의 신학과 신앙을 대변하던 잡지 Christianity Today 창간 10주년 기념행사로 1966년 베를린에서 개최되었다. 대회 공동의장인 빌리 그래함 목사와 칼 헨리의 리더십으로 약100여 개국의 1,200여 명이 대회에 참가하였다.

베를린대회는 로잔대회 직전 대회였다. 대회의 목표는 ‘전도가 무엇인가? 에 대해 재정의하는 것과, ‘전도를 위한 성경적 명령을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빌리 그래함은 대회의 목적은 올바른 선교관 정립에 있음을 분명히 하였고 선교가 영혼을 구원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봉사, 사회참여, 사회개혁 등과 같은 것을 선교로 간주하는 자유주의 선교의 흐름을 경계하면서 복음선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위해 대회가 개최됨을 밝혔다. 칼 헨리 역시 대회의 최우선적 관심사(Overriding Concern)는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땅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라 하신 명령의 절대적 성취”에 있음을 확인하는 데 있음을 아래와 같이 말했다.

 ”오늘날 많은 신학자 자신들부터 복음화(evangelized)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신학의 발전이란 이름으로 신학을 혼란시키는 장본인이 되고 있다. 일부 신학자들은 세속적 관점으로 성경에 접근하여 신앙을 적극적으로 파괴하기도 한다. 이것이 베를린대회가 개최된 긴급한 이유다.”

베를린대회가 개최된 목적은 일곱 가지였다. 첫째, 성경적 전도를 정의하는 것; (2)변치 않는 그리스도의 복음과 변화는 오늘의 세상과의 관련성을 밝히는 것; (3)이 세대 온 세상에 복음 전파의 긴급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4)성경적 전도를 우리 시대에 맞게 전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는 것; (5) 성경적 복음을 전하는 일에 장애물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 (6) 여러 지역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도사역의 유형들을 찾아보는 것; 그리고 (7) 복음화의 우선순위를 교회로 인식하도록 소집하는 것이었다.

베를린대회에서 복음주의자들은 변치 않는 구원의 복음이 있음을 확인하고, 교회가 할 일이 ‘복음을 전하는 일’임을 확약하였다. 베를린대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두 권의 보고서 「한 인류 한 복음 한 사역」 On Race, One Gospel, One Task 로 출간되었다.

박영환은 베를린대회가 WCC에 의해 ‘약화 된 복음전도’를 강조한 반 에큐메컬성격을 가진 대회였음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였다.

“베를린대회는 WCC가 사회적 관심과 활동을 복음전도와 대치하려는 행위를 성경을 거부하는 행위로 보았다. 세상의 문제. 어둠. 혼란. 등은 국가의 힘 군대의 힘 경제의 힘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먼저 각 개인이 하나님의 사랑, 구원의 복음을 수용해야 가능하다. 즉 복음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지 사회개혁 운동, 사회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천명한 대회였다.”

이상 살펴본 것처럼 베를린대회의 개최이유, 논의된 내용, 그리고 선언문은 1974년 태동된 로잔운동의 신학과 선교에 초석이 되었다.

1-2. 프랑크푸르트 선언문

프랑크푸르트선언은 1968년 웁살라대회가 ‘인간화’를 WCC의 공식 선교정책으로 채택하는 것을 보면서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과업인 기독교 선교의 성경적 기초가 흔들리는 근본적 위기를 절감하는 가운데 나왔다. 당시 튜빙겐대학 교수로 그리고 대학 내 에큐메니컬 신학과 선교연구소장이던 바이어하우스는 웁살라대회가 인본주의적 선교로 급선회하는 것에 큰 충격을 받고 “인간화가 유일한 세계의 소망인가?”(Is humanization the only hope for the world?)라는 선교의 ‘인간화’에 대한 비판논문을 발표하였다. 그의 논문은 독일 여러 대학 신학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공동으로 성경적 선교개념을 밝히는 선언을 발표하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바이어하우스에 의해 초안되고 WCC에 가입된 독일 개신교회소속 신학자 15명에 의해 발표된 프랑크푸르트 선언문의 원 명칭은 “기독교 선교의 근본적 위기에 관한 프랑크푸르트선언”(Frankfurt Declaration on the Fundamental Crisis in Christian Missions)이었다. ‘기독교선교의 근본적 위기’란 1968년 WCC 웁살라대회가 채택한 ‘선교의 갱신’(Renewal in Mission) 보고서를 비판하고 대응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WCC 회원 교단 독일 신학자들에 의하여 같은 유럽 땅인 스웨덴 웁살라대회에서 ‘선교의 갱신’이라는 이름으로 채택한 ‘인간화’(Humanization) 가 ‘그리스도의 대속’(Redemption through Christ)을 통한 구원(참고: 엡 1:7, 골 1:14)이라는 성경적 가르침에서 이탈한 것을 확인하고 거부하는 강력한 신학적 선언이라는데 그 중요성과 의미가 있다. 1970년 3월 4일 프랑크푸르트 선언문이 발표되자 미국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잡지 Christianity Today가 선언문을 즉각 영어로 번역하여 게재하였는데 이로써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독일 신학자들만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범 세계, 전 복음주의 선교진영의 선언으로 확산되었다. 선언문은 웁살라대회가 채택한 새로운 선교개념이 가져올 근본적 위기를 경고하고,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선교의 거룩한 특권과 의무가 그가 세상에 다시 오실 때까지 모든 인간에게 하나님의 진노로부터 구원받을 복음을 전파하는 데 있음을 재확인하였다.

선언문은 성경을 근거로 ‘선교의 필요적 일곱 가지 근본요소’(Seven Indispensable Basic Elements of Mission)를 아래와 같이 천명했다.

첫째, 마태복음28장 18-20절(지상명령)에 근거하여 선교는 사도들과 초대 기독교의 증언과 행위를 따라야 한다. 선교는 복음의 본질에 근거한다. 따라서 선교가 사회. 정치적 분석과 비기독교 세계의 요구에 따라 선교의 본질과 과업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타락한 세상에 대한 교회의 복음적 전도의 의무에 혼란과 혼동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둘째, 에스겔 38장23절, 시편18편49절, 그리고 로마서15장 9절의 “하나님의 존대함과 거룩함을 나타내어 하나님을 사람들이 알게 하라” 하심과 “열방이 주께 감사하며 주를 찬송하게 하라”는 말씀에 근거하여 선교의 최우선적이고 최고의 목적은 ‘오직 하나님의 이름만을 영광스럽게 하는 것이며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전파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화가 선교의 원초적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것은 그리스도 속에 있는 하나님의 구원행위를 통해 이루어진 거듭남의 산물이다. 선교적 관심이 인간과 사회를 향하여만 전개된다면 결국 무신론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셋째, 사도행전 4장 12절 “다른 이로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니 천하 인간에 구원을 얻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니라 하였더라”를 근거로 그리스도 외에 구원받을 다른 이름을 주신 일이 없음을 교회는 증거해야 한다. 참 하나님이시며 참 인간이신 우리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선교의 기초요 내용이요 근거이다. 선교의 목표는 모든 민족에게 그분이 거저 주시는 구원의 선물을 알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WCC 3차(뉴델리) 대회 이후 에큐메니컬 운동 가운데 퍼지고 있는 ‘세계의 종교들, 역사적 변화, 혁명들 속에 그리스도는 익명으로 존재하시기 때문에 복음의 직접적인 전달 없이도 그분을 만나며 구원을 받는다“는 가르침을 반대한다.

넷째, 요한복음 3장 16절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를 근거로 인간의 구원은 단회(單回)적으로 이루어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대속적 죽으심에 기초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구속적 행위에 대한 신앙이나 지식에 상관없이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은 거듭나며, 그리스도와 화평을 이루었다는 보편주의적 구원사상에 반대한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이 회개와 세례를 통해 영생에 이르게 하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에 대한 불신앙은 구원의 거부를 통해 멸망에 이르게 한다.

다섯째, 베드로전서 2장 9절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낸 것을 선전하게 하려 하심이라”를 근거로 선교적, 기본적, 가시적 과업은 모든 민족에게 메시아적 공동체를 불러내는 것임을 확인하며, 복음전파는 모든 곳에 그리스도의 교회를 설립하는 것이며 교회는 소금과 빛으로 새로운 사회적 환경을 구현하는 실체로 정의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교회와 사회가 순전히 사회적인 온 인류의 화해를 공유해야 한다는 이 세상만을 강조하는 구원에 대한 일방적인 강조를 거부한다. 이러한 주장은 결국 교회의 자기붕괴를 초래하게 된다.

여섯째, 에베소서 2장 11-12절 “...그 때에 너희는 그리스도 밖에 있었고 이스라엘 나라 밖의 사람이라 약속의 언약들에 대하여 외인이요 세상에서 소망이 없고 하나님도 없는 자이더니”를 근거로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원은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주어졌고 비기독교적인 다른 신앙을 가진 자들은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에 참여함으로써만 구원받을 수 있음을 선언한다. 따라서 “비기독교적 종교들도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과 같이 구원의 길들”이라는 비성경적 가르침을 거부한다. “비기독교인들과의 대화가 복음전도를 대신할 수 있다”라는 WCC의 주장을 반대한다. 그들의 주장은 종교혼합주의를 낳아 기독교선교를 반 성경적 방향으로 나아가게 함을 경고한다.

일곱째, 마태복음 24장 14절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거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에 근거하여 종말론적 선교를 선언한다. 선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재림 사이에 인류를 위한 하나님의 구원행위며 복음전파를 통하여 나라와 민족들이 그리스도를 믿든지 거부하든지 결정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것을 선언한다. 그리스도의 부활과 재림 사이에 그리스도의 교회와 적그리스도 세력 간의 갈등이 점점 더 절정에 이를 것이다. 그리고 다시 최후의 날에 그리스도께서 이 시간 세계 속으로 다시 돌아오시어 사단의 세력을 꺾으시고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실 것이다. 웁살라대회가 “종말론적 기대가 그리스도의 재림의 약속의 너무나도 긴 지연 때문에 거짓으로 판명되었으므로 이제는 포기해야 한다”라는 성경적 근거를 벗어난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우리는 반박한다. 메시아적 구원을 세계의 진보와 사회적 개혁 등과 동일시하는 WCC 신학과 선교를 거부한다.

베를린대회가 선교의 복음주의적 원리를 천명하는 분명한 자세를 취하였지만, 정면으로 WCC의 선교정책과 선교에 관한 결의를 반박하고 나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일곱 가지 선언은 조목조목 WCC 선교의 비 복음성과 혼합성을 반박하였다는 점, 그리고 선교의 성경적 근거를 먼저 명시하고 사도적, 초기 기독교적, 전통적 개신교 선교의 원리를 확실하게 천명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WCC의 선교가 어디서부터 빗나가기 시작했는지 분명하게 지적하며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마 28장 19-20절)에 의하여 시작된 선교가 성령강림으로부터 그리스도의 재림의 날까지 그 사명 외 어떤 사명도 선교의 과업 밖의 또 부속적인 일임을 천명하였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박영환은 선교가 「복음주의 선교여야 하는 이유: 프랑크푸르트 선언문 다시 읽기를 중심으로」에서 “프랑크푸르트 선언문은 선교의 주제가 인간화가 아니고 복음화라는 명확한 정답을 제시해준 제안서며, 설명서이다. 선언문은 작금의 혼돈스러운 복음주의선교입장을 바로 세우고, 에큐메니컬 선교가 던진 과제를 정리해주었다. 복음전도는 인간의 영원한 관심사며 제일가는 사역이다. 선언문은 세계선교의 정체성으로, 복음주의 선교가 선교현장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라며 기독교선교에 관한 선언문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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