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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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목사(한국교회연합 바른신앙수호위원장, 예장 합동총신 증경총회장)
최철호 목사(한국교회연합 바른신앙수호위원장, 예장 합동총신 증경총회장) ©합동총신

저는, 지금 세상이 미친 듯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교회 안에서 한가하게 머물며 “예수 믿고 복 받으세요! 좋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라고 소리치며 기뻐 춤출 수만은 없습니다. 그렇게 하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위협적이고 우울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역사의식에 눈을 뜨고 주목하며 각성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성경 구절은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교회에서도 충분하니까 말입니다. 저는 C. S. 루이스를 좋아합니다. 그는 탁월한 기독교 변증가로, 웬만한 신학자나 목사들보다 훨씬 박식하고 훌륭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가 쓴 글들을 두 번, 세 번 읽습니다. 루이스는 1955년 <20세기Twentieth Century> 4월호에 “썩은 백합”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하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권력은 부패합니다. 고상한 주장을 내세우는 권력일수록 더 많이 간섭하고 비인간적이고 억압적일 것입니다. 모든 정치권력은 기껏해야 필요악에 불과합니다. 그 구속력이 가볍고 평범한 것일 때, 그저 유용하거나 편리한 역할만 자처하고 그 목적을 엄격하게 제한할 때 그나마 덜 해롭습니다. 정치권력이 내세우는 초월적이거나 영적인 모든 주장, 혹은 대단히 윤리적인 주장은 위험하고, 정치권력이 우리의 사생활을 간섭할 명분을 제공합니다. 자기 본분에 충실하면 좋겠습니다.”

국민이 국가에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닙니다. 그저 외세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고 평화스런 가운데 먹고 입고 쉬고 잠자고 문화생활을 누리는 데 있어서 고달프지 않는 사회, 공의公義 대신 불의不意가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 사회입니다. 집권자는 자기 본분에 충실해야 합니다.

우리는 종말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마지막 심판을 생각하겠지요. 루이스는 1952년 <삶의 종교Religion for life> 겨울호에 “그리스도인의 소망”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하였는데,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의 종말을 생각할 때 가장 두려움에 떨 사람은 자기 나름으로는 양심에 따라 진심으로 미래의 세대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위해 수백만 명의 동시대 사람들에게 가한 온갖 잔혹 행위와 불의를 정당화해 온 혁명가 아닐까요? 이 순간이 세상의 마지막 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세상에 대한 만병통치 식 정책을 미친 듯이 집행할 마음은 싹 가시지만, 건전한 도덕과 분별력 안에서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는 일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심판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에 의거 말씀드린다면, 인생의 후반기에 무언가 변혁을 일으키고자 한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공자는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나이 육십쯤 되면 내 주장을 앞세우지 말고 남의 말에 귀를 잘 기울여서 지혜롭게 처신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무슨 ‘혁명’이란 말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혁명은 늘 달갑지 않은 힘이 작용하고, 숱한 희생을 강요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정말 중요한 일은 언제나 죽음과 종말을 기억하고 염두에 두면서 합당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금은 세상의 마지막 밤일지도 모릅니다.

#최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