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넘긴 '강제북송' 수사… 檢 "100~120% 증거 채우는 중"

통일부가 지난 7월 12일,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 당시 판문점에서 선원 2명이 송환되는 과정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통일부 제공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해외에 체류 중이던 관계기관 직원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반년이 흐른 가운데, 당시 안보라인 총책임자였던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의 소환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최근 사건 당시 외교·안보 관계기관에 근무하던 직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파견으로 인한 해외 체류 등의 사정으로 그동안 검찰청에 나오지 못했던 실무자급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국정원 고발 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주요 피의자 및 참고인들에 대한 수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해왔다. 8월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단행한 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강제북송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엔 서훈 전 국정원장이 소환 조사를 받았다. 서 전 원장은 구체적으로 이 사건 관련 보고서 등에 '귀순 의사' 등 일부 표현을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국정원 합동조사를 조기에 종료시켰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수사선상에 오른 외교·안보라인 지휘부들은 북한 어민들이 합동신문 과정에서 귀순 의향서를 제출하긴 했으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들이 외국인 지위에 준한다고 봐 북한으로의 추방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10월 기자회견에서 "당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며 "이들을 대한민국 일원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서 이들에 대한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팀은 일찌감치 귀순의 목적과 귀순 의사는 구별돼야 한다며 이러한 논리를 반박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어민들의 귀순 목적에 처벌을 피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해도 그들의 귀순 의사는 분명했다는 것이다. 또 그들이 귀북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 북송했다는 점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검찰은 그 밖에 ▲탈북민을 강제북송시킬 법적 근거가 없고 ▲(어민들의) 살인죄를 국내에서 수사·처벌이 가능했다고 보며 ▲북송을 '고도의 통치행위'로 해석해도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선 수사가 길어지는 점을 들어 수사팀이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법리 및 증거관계 구성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보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고 있으며, 90% 만큼의 증거가 있지만 100 또는 120을 채우기 위해 수사를 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며 "참고인들의 진술이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피의자 조사가 남은 인사로는 당시 안보라인 총책임자였던 정 전 실장 정도가 있다. 검찰은 설 연휴 이후 정 전 실장과 소환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한국으로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 추방된 사건이다. 한국 정부 수립 후 북한 주민이 강제 송환된 최초 사례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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