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탓이 아닌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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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드는 생각이지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때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인지상정일 것이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지난 3년간 큰 곤욕을 치렀다. 국내 확산 이후 방역당국이 가한 예배 제약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부의 동요도 심해졌다. 방역에 협조해야 하는 현실에는 공감하면서 정부가 요구한 비대면 예배 방식을 놓고 교회끼리 갈등하게 된 건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때 만해도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그간의 문제들은 눈 녹듯 다 사라질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규제가 해제되면서 사회는 점차 일상을 회복해 가는 반면에 교회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문제가 시작됐음을 체감하게 됐다.

코로나가 가져온 한국교회의 첫 번째 위기는 방역조치가 강화되면서 당국이 예배 인원까지 제한하는 등의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두 번째 위기는 보다 본질적이고 현실적인 과제를 몰고 왔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예배 인원 제한이 사라진 후에도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는 한국교회에 닥칠 불안한 미래에 대한 예고편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지표를 그대로 보여주는 통계가 있다. 한국리서치가 올해 11월 11~14일, 25~28일 두 차례에 걸쳐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사이 개신교 신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신앙에서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잠시 교회를 떠난 게 아니라 아예 믿음을 버렸다는데 있다. 1년 전인 2021년 11월에 개신교를 믿는다고 했던 사람 중에 12%가 현재는 믿는 종교가 없다고 했고, 1%는 다른 종교로 전향했다고 대답했다는 데 조사 결과만 봐도 가히 충격적이다.

이런 결과는 지난 9월 장로교 총회에 보고된 각 교단의 교세통계에서도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의 경우 1년 만에 26만3500명이, 통합총회는 같은 기간 14만8000명이 준 것으로 보고됐다. 또 기독교대한감리교회는 5만여 명,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2만여 명 감소해 이들 4개 교단에서만 1년 새 50만 명 가까이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에 수백 개의 교단이 있는 현실에서 일부 교단이 보여주는 걸 다라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여타의 교단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국교회 교단들이 처해 있는 교세 감소라는 현실은 최근 10년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따라서 코로나19가 교세 감소 추세를 부채질한 게 분명한 사실이라도 이 모든 걸 일일이 코로나19 탓으로 여길 순 없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가 눈여겨봐야 할 지표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의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은 비종교인 비율이 최근 15년 동안 두 배로 늘어나는 등 급상승하다 20%대를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비종교인 비율은 1950년까지만 해도 1%를 밑돌다가 1972년 5%를 돌파했고, 2002년에 10%를 넘어섰다. 2017년에 20%대에 진입했는데 두 배로 뛰는 데는 불과 15년이 걸렸다. 그 후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비종교인 비율은 20~21% 선을 유지하고 있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한국리서치가 올해 11월까지 매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3번의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의 종교인구 비율은 개신교 20% 불교 17% 천주교 11%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종교가 없다는 응답이 51%나 됐다.

한국과 미국이 닮은 점은 비종교인 비율에 큰 굴곡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미국의 비종교인 비율이 20% 선을 유지하고 있다면 한국은 2018년 이후 50% 내외를 유지하고 점이 그렇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일례로 ‘최근 1년 사이 교회에 더 이상 나가지 않는다’고 답한 개신교인은 12%에 달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게 교회는 나가지 않으면서 자신을 여전히 기독교인이라 생각하는 층이다. 전문가들도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생각하는 ‘가나안’(안나가) 성도의 증가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영국의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이주해 철저하게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나라다. 종교의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된 나라이나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기독교 정체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불과 130년 전에 미국 선교사에 의해 복음을 받아들인 우리의 현실은 미국과는 많이 모든 것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코로나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든 사회 분위기든 기독교인이 교회를 등지고 신앙에서 멀어지는 현상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참고하고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매해 연말이 되면 전국의 대학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곤 한다. 그런데 올해는 ‘과이불개(過而不改)’가 선정됐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회 지도층이나 정치권 인사들의 언행을 비판하는 의미가 크지만 2022년이 며칠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한국교회에 울리는 경종이 아닌가 싶다.

한국교회는 올해 내 잘못을 고치기는커녕 상대의 잘못을 더 목소리 높여 외치지는 않았는가. 예배당 군데군데 빈자리에 가슴앓이는 하면서도 정작 과감한 변화와 자기반성에는 소홀하고 외면하지 않았는가. 새해에는 교회부터 달라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