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소식에 탈북민 사회 ‘충격’… “연락 안 되면 찾으러 다니자”

40대 탈북민 임대아파트서 백골로 숨진 채 발견
지난 19일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생활하던 북한이탈주민 여성 A(4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A씨 집문. ⓒ뉴시스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생활하다 백골 상태로 발견된 북한이탈주민 여성 A(49)씨 사건이 알려지면서 탈북민 사회는 안타까움을 담은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19일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강제 퇴거 절차를 밟기 위해 강제로 현관문을 개방한 뒤 집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옷차림 등을 토대로 A씨가 지난 겨울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2002년 탈북해 남북하나재단에서 탈북민들의 심리·취업 상담을 돕는 전문상담사로 일했던 고인은 2017년 일을 그만 둔 뒤 오랜 시간 사회와 단절된 채 생활하다 고독한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A씨의 한 지인은 "다들 소식을 듣고 (마음이) 다운됐다"며 "탈북민들끼리 이제는 혼자 사는 사람들 연락 안 되면 '안 되는가 보다'하지 말고 막 찾아다니자고 말한다"고 전했다. "우리가 (남한 사회에) 소속이 없어서 그런가보다"라는 토로도 이어졌다.

남한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 숨진 뒤 뒤늦게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7월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던 탈북민 모자가 사망한 지 수개월이 지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사인은 아사로 추정됐다.

김성민(60)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진짜 황당하다. 그분(A씨)은 나름 한국사회에 잘 정착했다고 하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 분의 경우 자신이 탈북자를 나름 돌보던 입장이니 자기 괴로움이나 고독함을 옆에 사람들에게 밝히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보도가 나온 뒤 탈북민 단체들은 전날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김 대표는 "탈북민들이 무관심 속에 죽어가는 일이 없도록 하는게 제일 중요하다"며 "이번이 두 번째여서 탈북민들도 그냥 넘길 생각은 없다. 뭐가됐든 소리를 한번 내야겠다는 생각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말했다.

남한 정착 이후에도 탈북민들의 정신적 건강을 체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1년 '북한이탈주민의 건강한 정착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김희경 동신대 교수가 한 발표에 따르면, 탈북민들은 ▲낮은 사회경제적 상태 ▲고립으로 인한 외로움 ▲문화적응 스트레스 ▲북에 남은 친지들의 나쁜 소식 등으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또한 탈북민들의 무망감(절망적인 감정)과 우울증은 정착 초기에 높았다가 점차 낮아지다가 2년차 이후부터 다시 증가하는 U자형을 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착 기간이 길어질 수록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신적 무망감과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림일(55) 탈북작가는 탈북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지적하며 "거기서 받은 트라우마를 빨리 회복하는 사람은 드물다"며 "5년 이상 걸리기도 하고 길게 가면 그 이상도 간다. 좀더 장기적으로 심리를 케어하고 치료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홍강철(49) 통일중매꾼 대표는 "우리는 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죄스러움이 있다. 만약 북한에 있는 가족이 돌아가셨다고 들리면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집사람도 탈북 후에 부모님이 다 돌아가신 뒤 그분들이 꿈에 나올 때마다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탈북민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사회와의 연결을 이어갈 공동체를 수립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홍 대표는 "남한에도 집돌이, 집순이가 있듯 탈북민 중에도 남한 사람들과는 만나기 꺼려해도 탈북민들끼리는 잘 만나는 경우가 있다"며 "우리끼리 언제든 만나서 모여살고 일도 같이 하는 마을 공동체나 협동조합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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