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시밭길 걸어온 ‘여성 안수’, 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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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장로교단의 총회가 일제히 개막한 가운데 예장 합동과 고신(20일 개회) 등이 ‘여성 안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교단의 행보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보수 교단들이 ‘여성 안수’를 시행하고 있는 데다 최근 교단 안팎에서 ‘여성 안수’를 허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등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안수’를 불허하고 있는 예장 합동 측은 교단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교단 헌법에 정한 원칙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경에 “여자의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지 아니하노니 오직 종용할지니라”(딤전2:12)와, “모든 성도의 교회에서 함과 같이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저희의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 율법에 이른 것 같이 오직 복종할 것이요”(고전14:34)를 들어 ‘여성 안수’가 비성경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교단의 입장을 반박하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등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총신대 법인이사인 이광우 목사는 얼마 전 자신의 SNS에 “(총회가) 여성 안수를 불허하고 있는데도 더 많은 여학생을 모집하려는 총신대 신대원의 태도는 모순적”이라며 교단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합동 측의 경우 교단적으로 여성 안수를 허락하지 않는 바람에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한 여성 상당수가 진로문제로 애로를 겪고 있다. 타교단으로 적을 옮겨 목사 안수를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최근 군대 내에서 여군 수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여 군목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총신대 신대원의 여성 졸업자의 경우 지원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가 신대원을 졸업한 여성 동문 224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에서 6월 초까지 ‘2022년 여동문회 사역현황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동문 10명 중 2명은 다른 교단에서 목사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직분을 묻는 문항에 전도사가 50%로 가장 많았으나 목사 17.8%, 강도사 0.4%인 것에서 보듯 타교단으로 옮기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총신대 여동문회가 몇 년 전부터 총회에 ‘여성 안수’를 허락해 줄 것으로 요청하고 있으나 교단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예장 고신 측도 ‘여성 안수’ 문제에 있어 합동과 같은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총회 산하 미래정책위원회가 ‘여성 안수 문제에 대한 연구의 건’을 이번 총회에 정식 발의해 이번 총회에서 어떤 전향적인 결정이 내려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고신측 미래정책위원장 손현보 목사는 “성경적으로 반대할 근거가 없다고 본다”며 교단 총회가 ‘여성 안수’를 허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 목사는 “성경에서 여성이 가르치는 것을 금지한다고 하면 여성 목사뿐만 아니라 여성 전도사도, 여성 교사도 당연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여성 전도사와 여성 교사는 놔두고 목사만 안 된다는 건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에서 ‘여성 안수’만큼 파란만장한 역사도 드물다. 총회적으로 가장 먼저 ‘여성 안수제’를 시행한 교단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다. 기장은 1953년에 예장과 분열한 후 1956년부터 ‘여성 장로제’를 시행하면서도 ‘여 목사제’는 끝까지 불허하다가 20년이 지난 1974년에서야 비로소 시행했다.

예장 통합 측의 경우는 더 험난한 가시밭길이었다. 총회에 ‘여성 안수’를 허락하자는 청원이 올라온 1961년부터 통과되기까지 무려 33년이나 걸렸다. 산하 여전도회전국연합회 등이 1994년부터 매해 단골로 ‘여성 안수’를 청원했지만 13번 부결되고 14번째인 1994년 79회 총회에서 가까스로 통과됐다.

통합 측이 ‘여성 안수’의 길을 열자 2000년대 들어 보수 성향의 교단들이 그 뒤를 이었다. 2003년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에 이어 이듬해인 2004년에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가 ‘여성 안수’의 장벽을 헐었으며, 예장 백석(2011년),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2013년)도 동참했다.

지금은 상당수의 보수 교단들에서 ‘여성 안수’가 뿌리내렸으나 초기에는 대부분의 교단이 여성에게 목사, 또는 장로로 임직하는 걸 꺼렸다.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성경 구절을 ‘전가의 보도’(傳家寶刀)처럼 사용했다. 뿌리 깊은 유교적 인식하에 결정권을 쥔 총대들이 100% 남성이라는 점도 뛰어넘기 힘든 장벽이었다.

그러나 여성 사역자들의 포기할 줄 모르는 진심 앞에 철옹성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무모해 보였지만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린 끝에 ‘여성 안수’는 한국교회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예장 합동과 고신 등 ‘여성 안수’에 거부감을 가진 교단들이 이번 총회에서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는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결정이라도 존중하고 따르는 게 당연하다. 당장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실망해 포기하고 주저앉을 필요도 없다.

“구하라 주실 것이요, 찾으라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열릴 것이라”(마7:7)는 말씀은 예수님이 천국 복음을 말씀하신 것이지만 ‘여성 안수’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