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통일과 화해의 모델(上)

오피니언·칼럼
강석진 목사의 북한교회사 이야기(48)

요셉의 화해 정신과 독일의 화합 통일 사례

강석진 목사

이 시대의 분단 역사를 통일과 화해의 역사로 전환시키는 데에는 기독교 사관을 통해 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그 모델을 성경에서 찾아본다면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상고해 볼 수 있다. 구약에서 가장 예수그리스도를 예표하는 인물로는 요셉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형제간의 화해와 구원의 인물로 그 대표성이 확실하다.

요셉의 형제들은 야곱의 첫 부인 레아와 둘째 부인 라헬과 그녀들의 몸종에서 모두 12명이 출생되었기에 그들 간의 갈등은 태생적이었으며 특히 야곱이 라헬에 대한 편중된 애정과 그녀에게서 태어난 요셉 편애는 나머지 10명의 형제들이 차별에 대한 시기 질투와 증오로 이어졌다. 결국 형들이 요셉을 들판에서 죽이려다가 노예로 은 30냥에 팔아넘기므로 형제지간에 비극이 표면화되었다.

그 사건이 있은 지 13년 후에 애굽에서 그들 간에 극적인 상봉으로 드러나게 된다. 가해자 10명의 형들과 피해자인 요셉과의 상봉은 애굽에서 절대적 우월한 신분을 갖은 총리 요셉과 유목민으로 히브리족이라는 하등의 신분을 갖은 10명과 대면되면서 극적인 화해의 모습이 연출되었다.

"요셉이 형들에게 이르되 내게로 가까이 오소서 그들이 가까이 가니 이르되 나는 당신들의 아우 요셉이니 당신들이 애굽에 판자라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 그런즉 나를 이리로 보낸 이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시라 하나님이 나를 바로에게 아버지로 삼으시고 그 온 집의 주로 삼으시며 애굽 온 땅의 통치자로 삼으셨나이다"(창45:4~8)

이러한 요셉의 삶과 그 모습 속에서 우리는 참다운 민족의 화해와 통일과 북한 선교의 성경적 모델을 발견하게 된다. 통일과 북한 선교의 완성을 위해서 남과 북이 상호 간에 하나의 민족 공동체이며 신앙 공동체라는 의식을 공유할 때에 비로소 완전한 통일을 성취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신앙의 자유와 보편적 인권과 경제상의 풍요한 삶을 누리고 있는 한국교회가 요셉과 같은 마음으로 북한 동포들을 품어야 하고 화해를 선제적으로 베풀어야 한다.

우리는 70여 년 동안 남과 북의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동족 간에 너무도 많은 희생과 아픔과 증오심을 품고 살아왔다. 특히 북한 공산 정권은 한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정권 유지 수단으로 악용해왔다. 분명한 현실은 결과적으로 남과 북은 70여 년간 서로 피해자이며 가해자로 인식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동족 간의 상처와 한을 요셉처럼 하나님의 사랑으로 감싸고 용서하며 화할 때에 민족 정서상으로 진정한 통일이 가능한 것이다.

분단 한국의 70여 년은 상황적으로도 끊임없이 대립과 반목과 갈등을 겪어 왔다. 앞으로 통일이 된다면 남과 북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로 지역적,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인 갈등 등이 통일 후유증을 심각하게 유발되어 고통스런 통일이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같이 예견되는 문제들을 잘 해결하려면 요셉같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통합과 화해형의 리더가 필요하다.

이제는 북한도 그릇된 이념 추구와 핵 무장화와 허황된 적화통일 정책을 청산하고 보편적 인권 정책과 대내외적 개혁 개방을 추구한다면 서로의 신뢰가 회복되며, 통일의 환경이 견고히 구축될 것이다. 이것은 곧 균형잡힌 통일로 향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이러한 민족적인 화해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요셉 같은 극진한 형제애를 서로 보여주어 화답해야 한다. 요셉의 형제애는 우리에게도 지난 날의 모든 갈등과 반목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요셉은 그런 문제에 대해 가장 모범된 모델을 잘 입증해 주었다. 그 사랑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으로 지속 가능한 사랑과 화해의 순환적 고리가 될 것이다.

현대사에서 요셉과 같은 형제애와 리더십으로 기적적인 통일을 성취한 독일의 경우를 통해서 많은 교훈과 성경적 모델을 발견하게 된다. 1990년 10월 통일을 이룬 독일을 보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통일의 완성은 수십 년을 이어가며 장기적 안목을 갖고 시행착오를 점진적으로 개선, 개혁하면서 지금의 강한 통일로 재탄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통일을 완성시키는 데에는 정치적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받게 된다. 만일 서독이 동독에 대해 민족 공동체 의식 없이 서독의 재정적 희생을 감수하지 않았다면 매우 불행한 통일로 이어졌을 것이다.

독일은 30여 년에 걸친 지금의 성공적인 통일이 되기까지 최초로 통일의 기회를 십분 발휘한 인물은 '통일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헬무트 콜(Helmut Kohl) 총리이다. 그가 경제적으로 낙후된 동독인들을 배려하여 화폐의 교환 비율을 서독과 동등하게 포용해 줌으로써 동독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고, 동족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그로인한 통일 비용의 급증으로 서독은 장기간에 걸친 경제적 침체와 동독과 서독의 양극화 되었던 현상은 과도기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였다.

1998년에 두 번째로 통일 수상이 된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oder) 수상은 통일 후에 발생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인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지난 정권의 통일 정책을 계승, 지속해 가며 점진적으로 개혁을 단행하여 통일 후유증을 개선해 나갔다. 이어서 2005년에 세 번째 통일 수상으로 바통을 이어받는 정치인은 동독 목사의 딸인 여성 지도자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로서 통일의 삼걸(三傑)이 되었다. 그녀 역시 통일의 후유증으로 중환자가 된 독일을 국내적으로는 산업과 금융을 활성화시켰고, 대외적으로는 유럽 경제를 견인하는 유럽의 선도국으로 우뚝 서게 하였다. 그녀는 초유의 총리 4선을 연임하면서 독일의 경제를 흥왕케 하여 통일의 열매를 동서독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독일의 요셉 역할을 해내었다.

독일의 통일은 30여 년의 세월을 통해 완성해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 통일 작업은 진행형으로 나갈 것이며 독일의 통일은 더욱 완숙해질 것이며 그 열매를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독일의 통일은 사실상 분단 이전으로의 회복이었며, 이를 위해 동서독 주민들은 상호간에 지지하며 화해하여 일구어 낸 통합의 결과물이었다.

강석진 목사(「근현대사로 읽는 북한교회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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