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기총의 내홍, 한국교회에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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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내부사태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임시총회에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의 통합을 가결한 후 한동안 뜸했던 고소고발이 재개되는 등 내홍이 재연되고 있는 한기총이 법원이 파송한 임시대표 김현성 변호사를 향하고 있다.

한기총 임시대표인 김 변호사는 오랫동안 한교총과의 통합에 앞장서 왔다. 한교총이 통합에 미온적인 한교연 대신 한기총을 통합의 파트너로 삼은 배경에도 김 변호사의 적극적인 통합 행보가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한기총도 한교연과 마찬가지로 한교총과의 통합을 쌍수를 들어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교총 내 WCC 참여 교단 문제 등으로 통합 추진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6월 2일 임시총회에서 한교총과의 통합 건이 통과된 건 그만큼 김 변호사의 통합 의지가 강하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한기총 안팎에서는 김 변호사가 임시총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물러나 줄 것을 바랐다. 그것이 법원이 그를 파송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대표 선출이 아닌 한교총과의 통합을 결의하기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했고 근소한 표 차로 통과시킴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듯 했다.

그런데 공을 넘겨받은 한교총이 통합문제를 질질 끈 게 화근이 됐다. 일사천리로 통합이 마무될 줄 알았던 게 착각이었다. 결국 어쩐 일인지 통합의 의지가 실종된 듯한 한교총의 미지근한 태도가 김 변호사의 입지까지 흔들리게 만든 원인 중 하나다.

최근 국내 한 일간지에 전면 광고 형식으로 한기총 임시총회 소집 요청 경위서가 게재됐다.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임시총회 소집위원회’ 이름으로 낸 경위서의 내용을 보면 한기총 임시대표인 김 변호사가 한교총과의 통합 추진을 명분으로 도리어 한기총 정상화를 막고 있다는 게 요지다.

소집위 측은 이 경위서에서 “한기총 정관에 대표회장은 성직자로서 영성과 도덕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된 자로 되어 있다”며 “교회를 다니지 않는 김현성 변호사가 2년이 되도록 불법으로 임시 대표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며 김 변호사를 비판했다.

법원이 김 변호사를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으로 파송한 게 지난 2020년 9월 21이다. 당시 교회와 무관한 변호사가 한국교회 보수 연합기관의 법률적 대표로 파송된 것에 뒷말이 적지 않았다. 과거에 한기총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법원이 그나마 장로 또는 집사 변호사를 파송했던 전례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당시 한기총 내부에서는 법원이 한기총을 깔본다며 격분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이 변호사를 임시대표로 파송했는데 그가 교인이 아니라고 해서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해당 기관이 법적으로 조속히 정상화되도록 임시로 직무를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기독교인이냐 아니냐는 엄밀히 말해 법원이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는 말이다.

문제는 그렇게 파송된 임시대표가 2년이 가까이 사실상 대표직에 머물러 있는데 있다. 내부 문제를 수습하고 속히 총회를 열어 지도부를 세우는 등 정상화를 꾀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제3의 기관과의 통폐합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본인에게 부과된 직무의 선을 넘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물론 한기총 구성원 모두가 한교총과의 통합에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라면 말이 달라진다. 그런데 한 차례 부결됐던 통합 건이 다시 임시총회에 상정돼 찬성 70표, 반대 64표, 무효 1표로 가까스로 통과됐다. 지금 한기총의 내홍은 이런 무리수와 깊은 연관이 있다.

임시 총회 후 통합을 반대하는 인사들이 김 변호사를 불법 및 월권, 배임,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들어 혜화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도 법적으로 맞대응한 상태다. 옳고 그름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판단할 문제지만 이런 고소고발 문제로 파행을 빚던 기관을 정상화하라고 법원이 파송한 임시대표가 법적 공방의 중심이 된 건 바람직하지 않다.

김 변호사는 한기총 구성원의 의사 결정에 따랐을 뿐 자신이 뭘 마음대로 한 게 없다며 억울하다는 태도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법원이 자신을 어떤 목적으로 한기총 임시대표로 파송했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김 변호사에게 쏟아지는 한기총 안팎의 따가운 시선은 그가 기독교인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법원에 의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파송된 이상 그 목적에만 집중하고 한 눈 팔지 말라는 거다.

한기총 대표의 임기는 1년이다. 회원교단 총회장을 지냈거나 단체장으로 그에 상응하는 경력과 인품을 갖춘 지도자 중에 엄격한 절차를 거쳐 총회에서 대의원에 의해 직접선거로 선출된다. 그런 자리를 이런 자격 조건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인물이 2년이 다 되도록 권리는 누리고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데도 문제가 없다면 그게 도리어 이상한 거다.

한기총의 거듭된 내홍은 보수 연합을 바라는 한국교회에 커다란 손실일 수밖에 없다. 변호사 신분으로 파송된 임시대표로서도 도리가 아닌 줄 안다. 무엇이 한기총의 정상화를 위한 바른 길인가를 숙고해 바른 판단을 내릴 때다. 시간을 끌수록 상처는 깊어지고 회복은 더디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