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죽음이 품격을 입다

도서 「죽음이 품격을 입다」

송길원 목사(NGO 하이패밀리 대표)의 신간 <죽음이 품격을 입다>(출판사: 하온)가 최근 출간됐다. 저자는 국내 최초 임종 감독으로서 ‘작은 장례식 운동’을 펼쳐왔다. 병원 중심의 장례가 아닌 고인의 생애가 요약된 스토리텔링 사진과 유품, 편지 등이 놓인 ‘메모리얼 테이블’과 함께하는 고인 중심의 품격있는 장례식을 제안한다.

이 책은 음지에서 쉬쉬하던 장례와 죽음 문화에 지난 20여 년간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던 저자의 이야기와 간증을 내포하고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대형 병원과 상조회사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란 말로, 고민 없이 단일화한 장례 절차에는 ‘고인의 생애와 애도’가 끼어들 틈이 없다. 정신없는 접객, 조문, 국밥, 관과 수의 선택, 3단 5단 화환이 ‘상조 트랙’ 위에서 맹렬하게 돌아간다. 남은 자들끼리 쫓기듯 치른 이 ‘판에 박힌’ 예식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지금의 염습과 완장, 영정과 수의가 예법에 맞기는 한 걸까. ‘불효자’ 소리는 듣기 싫은 경황 없는 사람들에게 남는 것은, ‘이쑤시개 하나조차도 돈으로 계산된’ 장례 청구서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무하마드 알리는 은퇴 3년 만인 1984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병원이었다. ‘상대방을 KO시킬 뿐 아니라 눕히고 싶은 라운드는 내가 정한다’라던 알리도 죽음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74세에 그는 KO패를 당했다. 장례를 위해 고향 캔터키주로 시신을 옮겨야 했다. 알리의 장례식은 밥 거널이 총괄했다. 그가 임종 감독이었다. 알리의 가족과 측근을 태운 전용기에서 알리의 죽음을 알렸다. 이 모든 시나리오는 장례 매뉴얼을 담은 《더 북The Book》에 들어 있었으며 이는 알리가 직접 계획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알리의 장례식 하이라이트는 8만 8,000장의 장미꽃잎이었다. 꽃잎은 운구 차량을 위한 레드카펫이 됐다. 이 역시 플로리스트인 매기 카사로가 기획한 ‘장례 프로젝트’의 일부였다. 한국이라면 어떨까? 장례의향서는커녕 유언도 없다. 영원히 살 것처럼 버티다가 창졸간에 떠난다. 해맞이, 달맞이는 있어도 죽음 맞이는 없다. 미국 대통령은 취임 순간 ‘죽음 계획’을 세운다. 대통령 유고 상황은 국가적 재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장례는 자신을 선출해준 국민과의 마지막 대화다. 그래서 엄중하다. 나라의 품격이 담긴다. 죽음이 그 나라의 역사가 되고 유산이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례 도우미의 위세는 어디서나 위풍당당이다. 영정사진을 가리고 관 앞에 서서 손 지휘까지 한다. 그 표정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누구도 관과 유골함(영정사진 포함)을 앞설 수 없다. 유족들도 고인을 앞세워 뒤따른다. 저런 싸구려 의전은 대체 누가 가르쳤을까? 팔뚝에 완장을 채우고 상장(喪章)을 다는 것도 그들이다. 대단한 의식이다. 1969년 <가정의례준칙>은 삼베로 만든 상장을 가슴에 달도록 규정했다. 2009년 <건전 가정의례준칙>에도 상장 조항이 있다. 완장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상장이 마치 화물의 짐 꼬리표 같지는 않은가? 일제 시절에 배운 것을 아직도 고집하고 있다. 참으로 희한한 노릇이다”라고 했다.

저자는 이어 “우리는 꽁꽁 묶는다. 무슨 죄가 그리도 큰가? 그것도 모자라 영정사진에 띠를 둘러 죄수를 만든다. 수인(囚人)의 ‘수(囚)’는 가둘 수다. 파자(破字)해 보라. 죄를 지은 사람은 사방으로 가로막힌 교도소에 가둔다. 인질·포로로 잡아넣었다는 뜻이다. 그게 영정 띠의 상징이다. 그렇게 해서 죽은 자를 또 한 번 죄수(罪囚)로 만들어 만천하에 공포한다. 관도 죄수를 밧줄에 묶어 끌고 가듯 운구한다. 비참하다. 관은 어깨 위로 올려 들어야 한다. 이것이 고인에 대한 마지막 공경의 표시였다. 상여를 메고 나갈 때도 그러했다. 디그니티(dignity) 즉, 존엄과 품위였다”라고 했다.

그는 “이제, 휠체어를 장착한 어린이 전용 ‘소원 앰뷸런스’가 세계에서 첫선을 보인다. 세상에! 성인용 앰뷸런스는 넘쳐났으나 어린이만을 위한 앰뷸런스는 없었던 것이다. 유모차에 신세 진 지 57년 만에 앰뷸런스로 갚아주는 셈이라고나 할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돌봄과 양육의 상징, 캥거루를 캐릭터로 했다. 아이들을 위한 레고 장난감과 애착인형, 아동도서와 영상장치도 비치했다”라고 했다.

이어 “2022년은 소파 방정환이 어린이 존중을 강조하며 어린이날을 제정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소아암 환자수는 국내 1만 6천여 명으로 추정되며, 매년 1,200명이 추가 발병한다. 여기에 진단조차 못 받은 ‘상세불명 희소질환’ 100여 명을 포함해 희소질환 환아도 매년 500여 명이 넘는다. 소식을 전해 들은 배우 이영애 씨가 기꺼이 동참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 입시는 초·중·고 12년을 준비한다. 그것도 모자라 재수 삼수까지 한다. 결혼식도 최소한 몇 달을 준비한다. 그런데 죽음과 장례는 ‘닥쳐야’ 한다. 헐레벌떡이다. 결혼식은 1시간 남짓이면 끝난다. 그 짧은 퍼포먼스를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한다. 웨딩 플래너의 도움은 필수다. 장례식은 기본이 3일이다. 그 3일을 보내면서도 염장이와 육개장 밥상 차리는 도우미 외에 별다른 게 없으며 상주는 갈팡질팡한다”라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장례는 그 집안의 마지막 품격이라 한다. 화려한 삶을 살고도 마지막이 아름답지 않다면 그의 평생은 어둡다. 하지만 평범하고 다소 거친 삶이었더라도 아름답게 떠나는 자의 뒷모습은 사회에 큰 여운을 남긴다. 반목이 컸던 가족이라도 아이가 읽은 추모 편지 한 장에, 서로 마음을 돌이키고 부둥켜안는다. ‘미안하다, 고마웠다’라고. 짧은 한마디가 모두를 울린다”라고 했다.

한편, 송길원 목사는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를 전공했으며 고신대학교·고려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청란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NGO 단체인 하이패밀리 대표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죽음의 탄생>, <이야기로 집을 짓다>, <죽음이 배꼽을 잡다>, <행복한 죽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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