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별금지법에 맞서는 교계, 세겹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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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평등법)’에 반대하는 미스바 구국기도회 및 국민대회가 지난 15일 주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있었다. 이날 집회에는 어린이에서부터 청년, 장년,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약 3만 명의 성도와 시민이 참가해 국민을 역차별하는 악법 제정 시도에 강하게 저항했다.

이번 집회는 ‘차별금지법(평등법)’에 반대하는 교계의 단합된 힘과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사실 그동안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 1인 시위 등 산발적인 집회는 쭉 이어져 왔지만, 교계 주도로 수만 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가 국회 앞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집회는 주일 오후임에도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17개 광역시도악법대응본부, 전국 17개 광역시도 226개 시군구 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교단협의회 등 120개 단체와 전국 500여 개 교회가 참가했다. 주최 측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법의 이름과 달리 성적지향 즉 동성애자를 보호하고 이들을 차별하면 처벌하겠다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분위기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한 데서 보듯이 곧 차별금지법도 이처럼 힘으로 밀어붙일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교계에 얼마나 고조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교계는 그간 정의당과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의 차별금지법 법안 발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다소 느긋한 자세를 견지해 왔다. 그런 교계의 뺨을 때려 정신을 차리게 만든 게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비대위 회의에서 “15년 전 ‘평등법(차별금지법)’ 논의가 시작됐지만 그동안 국회는 법 제정에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못했다”며 “평등법 제정 논의를 힘차게 시작하겠다”는 발언으로 교계를 향해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름만 약간씩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한 4개의 ‘평등법’ 및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 법안들은 모두 아직 소관 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런 마당에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이제부터 법 제정 논의를 힘차게 시작하겠다”라고 한 건 이제부터는 개인 의원의 주도가 아닌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차별금지법’에 의지를 보이면서도 당 주도로 끌고 가지 않은 건 반대 목소리를 내온 교계뿐 아니라 여론의 추이에 따른 정치적 득실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에서 패배하고 나서는 태도가 돌변했다.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는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소위 ‘팬덤 정치’에 얼마나 매몰돼 있는지를 보여줬다.

일각에서는 ‘검수완박’ 법안 처리 과정에서 처음에 반대하던 정의당이 전원 찬성으로 돌아선 것에 주목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통과를 절실히 바라는 정의당과 민주당 간에 모종의 정치적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교계는 이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지방선거가 끝나면 야당 주도로 본격적인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성소수자단체들도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회원 5백여 명은 지난 14일 오후 용산역 광장에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기념대회를 개최한 후 대통령 집무실 앞을 지나 이태원까지 행진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특히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앞 도로에서 “성소수자 차별 혐오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자신들의 세를 과시했다.

교계는 지난 2007년 처음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됐을 때부터 줄곧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막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교회가 특정 법안에 이처럼 반대하는 건 복음의 가치 훼손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함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나님의 창조 섭리에 도전하는 이념과 행위를 방조했을 경우 교회가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는 건 서구교회의 사례가 증명한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이 문제에 사활을 걸어야 할 당위성이 있다. 대다수 목회자와 성도들도 한국교회 만이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의 단합된 힘과 결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그런 점에서 이번 차별금지법(평등법)에 반대하는 미스바 구국집회는 결과적으로 한국교회의 결집을 정치권과 국민 앞에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수가 모여도 지역단체와 개교회의 참여만으론 한국교회의 단합된 힘을 드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집회에 한국교회연합(한교연)만 참여하고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다른 연합기관이 빠진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지난해 한기총·한교연·한교총이 기구통합 논의를 활발히 진행할 때만 해도 한국교회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당위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기구통합작업이 흐지부지되면서 정작 중요한 정책 연대마저 실종된 느낌이 든다. ‘차별금지법’ 등 교계의 당면한 중대 현안에 대해 한동안 같은 이름으로 내던 성명서마저 이제는 따로 내고 있으니 말이다.

법무법인 I&S 조영길 대표변호사는 미스바 구국집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막아서는 힘은 오직 한국교회에 달려있다”며 “한국교회가 일치된 힘으로 깨어 일어날 때 차별금지법을 막아설 수 있다”고 했다. 그냥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따끔한 일침으로 들린다.

성경에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도서 4:12)는 말씀이 있다. 차별금지법에 대응하는 한국교회가 특히 새겨들어야 할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