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엘리자베스턴시, 무신론단체의 십자가 철거 요구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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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테네시주 엘리자베스턴시의 린산에 세워진 십자가. ⓒ유튜브 영상 캡쳐

산 위에 세워진 3개의 십자가 조형물로 인해 정교분리 논란에 휩싸인 미국 시 정부가, 십자가를 철거하라는 무신론 단체의 요구를 거부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테네시주 엘리자베스턴 시의 변호를 맡은 로저 데이 변호사는 최근 성명을 통해 “무신론 단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인근 린산의 십자가는 종교 설립에 관한 헌법상 금지조항을 위반하지 않는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위스콘신에 기반을 둔 무신론 단체 ‘종교로부터의 자유 재단’(FFRF)은 1950년대 이웃 소년들이 부활절 프로젝트로 제작한 이후 같은 자리에 놓여 있던 십자가를 제거할 것을 시 측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데이 변호사는 2019년 ‘미국 지역(American Region) 대 미국인본주의협회(American Humanian Association)’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반박했다. 당시 재판부는 7:2로 “메릴랜드의 공공시설에 있는 40피트 높이의 십자가는 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는 “이 사건에서 ‘종교단체들’과 더불어 오랜 기념비, 상징, 관행 등이 ‘합법적 추정’을 갖는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에 따르면, 정부 소유의 종교적 상징물이 세속적 의미를 갖는다면 설립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 따라서 엘리자베스턴시 변호사로서 3개 십자가가 시 소유 재산인 린 산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데이 변호사의 성명은 2018년 처음 제기된 린 산 십자가 논쟁과 관련된, 공무원의 첫 공개 발언이다.

정교분리 원칙 위반에 따른 법적 문제를 제기해 온 FFRF는 십자가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 2018년 2명의 거주자를 대신해 시 앞으로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십자가가 가끔씩 개조되고 야간 조명이 켜지기 때문에, 시에서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FFRF 법적 자문을 맡은 카렌 하이네만은 이달초 CP와의 인터뷰에서 “기금과 모든 것에 대한 사실을 잘 모르지만, 2018년 토지 조사를 통해 시의 재산에 십자가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는 확실히 논쟁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우려는 우리가 종교적으로 기독교와 관련된 상징인 십자가 3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소한 일부 도시에서 이를 유지하고 불을 밝히기 위해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우려다. 만약 그렇다면, 헌법은 이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