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이직생활은 ‘닷’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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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니는 회사에 이직하기 전까지 나는 9년 차 대리로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어 뉴스 영상 및 장애 인식개선 캠페인 등의 영상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페이스북 친구였던 최아름 팀장님께 '닷'에서 일해 볼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닷? 이게 뭐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네이버 검색 창에 닷을 검색했다. 아! 페이스북 포스팅 중에 '점자 스마트 워치' 관련 글을 본 적이 있었다.

경기도 수원까지 출퇴근하며 9년 동안 일했지만 정작 이직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반복되는 업무에 출퇴근 거리가 멀었고, 아이는 언제 아플지 몰라 늘 마음을 졸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직을 마음에 두지 않았던 터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번 회사로 와서 이야기를 나누자는 제안에 닷에 처음 가봤다. 근무했던 직장과 다르게 생소한 분위기였다. 장소만 다르지, 누구나 느끼는 회사 생활이라고 생각하기엔 뭔가 달랐던 이유는 뭘까? 이렇게 나에게 질문투성이였던 '닷' 회사를 다시 생각해 봤다.

​이직하기 전의 직장에서는 수어 통역사와 같이 근무해 소통에 무리가 없었지만 닷은 청각장애인 직원이 내가 최초였고, 모두 수어를 아직 배우지 않아서 소통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이직을 망설일 때 내 마음을 정하게 해 준 한 마디가 있었다.

​"더 큰 무대로 오세요!"

근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소통은 서로 맞춰 가면 되는 일이고, 내가 닷에서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그런데 닷은 개인의 역량을 키우고,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최적의 환경이었다. 무엇보다 회사의 위치가 아이의 어린이집과 집의 도보 10분 거리에 있었다. 이건 마치 나의 운명인가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

거의 마음을 정한 후에 대표님과의 면담에서 닷이 세워진 계기와 그동안 해왔던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미션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9년간의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닷에서 새롭게 시작했다. ​

글로벌 임팩트 팀에서 새로 업무를 시작하려니 9년 전의 새내기 내 모습이 떠올랐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배우는 데도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짧았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수어를 공유하고 업무 관련 커뮤니케이션은 메신저와 메일을 적극 활용하니 큰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업무를 맡아 배우며 열의를 다하고 싶다는 의지가 마구 샘솟았다. 이직하기 전의 걱정은 기우였다.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모두에게 이로웠으면 좋겠다. 점자 스마트 워치를 시작으로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풍요로운 삶을 누릴 때까지 혁신을 이루고 싶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이곳에서, 슬기로운 이직 생활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앞으로도 반짝반짝 빛나기를 바란다.

이샛별 작가

#이샛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