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기도] 보시오, 이 사람이오

오피니언·칼럼
연요한 목사

사랑의 하나님!

그리스도 고난의 의미를 묵상하지 않고서 부활의 광명한 아침의 기쁨을 느끼지 못합니다. 고통의 심연에서 절규해 본 사람만 부활의 환희와 승리의 함성의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전에는 그의 얼굴이 남들보다 더 안 되어 보였고,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상해서, 그를 보는 사람마다 모두 놀랐다.”(사52:14)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겼고,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뺨을 맡기셨습니다. 침을 뱉고 모욕하여도 그것을 피하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으셨으니 그 얼굴이 오죽하셨겠습니까? 상하신 주님의 얼굴을 떨며 보고 싶습니다. 주님의 환한 자비와 인자로 넘치는 얼굴만 아니라 상하신 얼굴도 바라보게 하옵소서.

사람들이 그를 찌꺼기로 취급했습니다. 사람도 아닌 벌레요, 사람들의 비방 거리, 백성의 모욕 거리일 뿐입니다.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고, 그가 상처를 받은 것은 우리의 악함 때문입니다.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써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매를 맞음으로써 우리의 병이 나았습니다. “오 거룩하신 주님 그 상하신 머리 조롱과 욕에 싸여 가시관 쓰셨네.” 죄가 얼마나 컸기에 주님이 이런 고통을 당하셔야 했습니까? 주님의 망가진 모습을 묵상하면서 자신을 던져 사랑하셨음을 알게 하옵소서. 주님의 얼굴은 곧 해처럼 밝은 모습으로 변하셨습니다. 죽음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생명을 주며, 낮아지심으로써 지극히 높아지셨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지만,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습니다.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지만, 자기의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생에 이르도록 목숨을 보존할 것입니다. 무덤을 깨뜨려 부활하셨고 승천하사 지극히 높임을 받으셨습니다. 주님의 상하신 얼굴이 승리가 되었습니다. 주님의 사랑을 깨닫습니다. 부활을 소망합니다. 그곳은 어둠이 총공격해오는 무서운 전쟁터였습니다. 그 외로운 밤, 하나님도 은총의 얼굴을 숨겨버린 칠흑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작은 겟세마네에서 십자가의 고통 때문에 몸부림치게 하옵소서. 보시오, 이 사람이오. 상하신 주님의 얼굴을 보게 하옵소서. 고통과 번민의 긴 밤이 지나 광명의 아침을 맞게 하옵소서.

사랑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찬송가 145장)

■ 연요한 목사는 숭실대와 숭의여대에서 교수, 교목실장으로 일했으며, 한국기독교대학 교목회 회장, 한국대학선교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기도시집 香>,〈주를 대림하는 영성>, 〈성서다시보기>(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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