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농인 배우가 화제가 될 수 있다면

오피니언·칼럼
기고

미국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화제가 된 영화가 있다. 바로 '코다'라는 작품이다. 영화 코다는 최고상인 작품상을 포함해 3관왕을 거머쥐었다. 이 영화 제목은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 즉,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일컫는 말이다. 4인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비장애인인 소녀 루비가 음악과 사랑에 빠지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따뜻한 내용으로 그려진 영화다. 루비는 농인 가족을 세상과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다.

영화에서 수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영화 속 아버지를 연기했던 농인 배우 트로이 코처는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미국 ABC방송에서 "실제 청각장애인들이 캐스팅된 영화 중 아카데미 작품상을 차지한 최초의 영화"라고 했을 정도로 많은 화제가 되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다양한 장애인 배우가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농인 배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비장애인 배우가 수어를 연습하여 연기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연기를 배우고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는 없겠냐는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장애인 배우가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인 배우가 조명을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보게 됐다.

청각장애인(농인) 배우가 직접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면 좋은 점이 무엇일까? 수어를 통한 다양한 표정을 연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정을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어 극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강점을 잘 살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연기를 보여주는 드라마와 영화가 생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청각장애 배우가 최초로 수상한 만큼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장애인 배우가 재능을 살려 활동을 할 수 있는 무대가 늘어나기를 소망한다.

이샛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