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기도] 보이지 않는 하나님 앞에

오피니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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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요한 목사

사랑의 하나님!

억압과 가난으로부터의 해방이 곧장 자유와 사랑의 세계로 가는 길은 아닙니다. 이집트에서 나와 신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와 아론에게 대들었습니다. 차라리 이집트 땅 고기 가마 곁에 앉아 배불리 먹던 때에 죽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금도 빵을 위해 자유를 제한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시어 그의 백성을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굶주림으로부터 해방이 정치적 자유보다 우선합니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가 무엇을 향한 자유와 하나 되지 못했습니다. 억압과 가난으로부터의 자유가 다른 이에 대한 독단으로 나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하옵소서.

모세가 시내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오랫동안 모세가 내려오지 않자, 이스라엘 백성은 아론에게 말합니다. 일어나서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어 주십시오. 우리를 이집트 땅에서 올라오게 한 모세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백성의 아우성을 이기지 못한 아론은 금고리들을 모아 송아지 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른 신들을 섬기는 것은 물론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어떤 것이든지, 그 모양을 본떠서 우상을 만들지 못한다고 명령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의 관념과 특정한 공간에 갇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직 믿음, 믿음으로 두려움 없으리. 오직 믿음.”

사람이 되신 하나님, 십자가에서 죽으신 하나님,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어떻게 치욕이 영광이 되고, 약함이 강함이 됩니까?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능력이요 지혜라면 이것이야말로 역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역설을 믿는 신앙, 이 자유로운 신앙을 갖게 하옵소서. 인간이 되신 하나님, 십자가와 부활, 고난 속에서 희망을 찾고, 보이지 않은 것들을 증거로 믿는 믿음을 갖고, 어떤 지혜로도 이해할 수 없고, 어떤 기적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역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보다 더 높이 평가하며, 보이지 않는 하나님, 살아계신 주님 앞에 순종하는 사람으로 이 사순절에 불러 주옵소서.

사랑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찬송가 399장)

■ 연요한 목사는 숭실대와 숭의여대에서 교수, 교목실장으로 일했으며, 한국기독교대학 교목회 회장, 한국대학선교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기도시집 香>,〈주를 대림하는 영성>, 〈성서다시보기>(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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