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형상’ 인간이해, 과학과 조화될 수 있는 방안은?

이용주 교수, 한국조직신학회 제7차 월례신학포럼서 발제
이용주 교수. ©유튜브 영상 캡처

한국조직신학회가 지난 25일 오후 8시 제7차 월례신학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이용주 교수(숭실대 조직신학)가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 Denis Alexander의 기포드 강연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이 교수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것은 신학적 인간론에 있어서 결코 제거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근본 규정이다. 제사장 문서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존재규정을 ‘땅의 지배’와 긴밀히 결합시키고 있는데, 이는 창조자 및 다른 피조물과의 관계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인간에게 부과되어 있는 독특성을 묘사하는 것“이라며 “전통적으로 교회와 신학에서는 플라톤적인 영혼-신체의 이원론적 분리에 기초하여 인간에게 부과된 영혼 혹은 이성적 속성이야말로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형상이 되게 하는 특수한 자질인 것으로 오래 동안 이해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인간은 신체적으로는 다른 피조물들과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지만 인간에게 부여된 영적·이성적 자질이 그로 하여금 다른 생명체와는 달리 하나님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하며, 바로 이런 점에서 인간은 특별한 존엄성을 지닌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윈의 진화론이 인간이 자연선택이라는 긴 진화의 과정의 산물임을 밝혀낸 이후부터 인간의 고유한 가치와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며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발달한 진화생물학, 분자생물학, 유전학 등은 인간을 물리적으로 구성하는 분자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기계적이고도 인과율적인 작용의 산물로 인간을 설명하는데, 이에 따라 인간이 신에 의해 부과된 고유성을 지닌다는 기독교 신앙의 오랜 가르침은 더 이상 정당화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고 한다.

이어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인간에 대한 신학적 해명의 시도는 일종의 딜레마 상황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인간이 지니는 고유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여전히 영혼과 신체, 정신과 물질의 이원론에 기초한다면 그와 같은 인간에 대한 진술이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참되다는 것을 보이기 어렵다. 반면, 현대 생물학과의 대화를 통해 신학적 인간이해를 심화시키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 이는 자크 모노, 리차드 도킨스, 프랜시스 크릭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생물학자들의 인간에 대한 논의들이 대단히 유물론적이고도 무신론적인 방향으로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간의 고유성을 계속 주장하기 위해 여전히 전통적 이원론에 의지하면 그 진술의 참됨을 주장하기가 어렵게 되고, 반면 자연과학의 자연주의적이고도 일원론적인 해명들을 수용하자니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인간의 고유성과 독특성을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 놓여 있는 것”이라며 “인간에 대한 현대 생물학의 설명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드러내는 방안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유전자, 결정론,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행한 기포드 강연은 하나의 좋은 사례로 제시될 수 있다”며 “여기에서 알렉산더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유전자학이 제시하는 인간이해가 결코 유물론적 환원주의나 인간에 대한 결정론으로 귀결되지 않으며,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신학적 인간이해와 잘 조화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알렉산더의 기포드 강연은 생물학이나 진화과학 자체가 근본적으로 무신론적이리라는 혐의를 지니고 있는 기독교 진영에게는 현대 유전학의 최신 연구 데이터들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반드시 무신론적인 방향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 자신 전문적인 유전학자로서 현대 유전학의 일원론적이면서도 자연주의적인 연구방법과 그 연구 결과를 고스란히 사용하면서 알렉산더는 출생 이후 발달 과정에서 발현되는 유전자적 고유성과 개별성이 인간의 인격성과 자유의지, 그리고 자기결정에 의한 사회적 행동 등의 일종의 생물학적 토대가 된다는 것을 제시한다”고 했다.

또한 “이는 생물학적, 유전학적 자료들을 오직 기계적이고 무신론적인 방향으로 해석해 왔던 이전 세대 진화과학자들의 태도와는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기독교 대중들이 분자생물학, 진화과학, 유전자학 등에 대해 지니는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극복하고 인간에 대한 생물학적 해명들을 진지하게 탐색하게 하는데 좋은 기초 자료를 알렉산더는 제공해 준다”고 했다.

그리고 “진화과학에 기초한 DICI, DAME 등의 관점을 통해 인간의 고유성과 가치에 대한 존중 및 인격적 존재들 간의 상호돌봄을 도출하고 이를 통해 유전학을 통해 획득된 인간이해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가르치는 기독교적 인간이해와 조우하고 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알렉산더의 강연은 자연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통한 신학적 인간 이해의 심화를 위해 필요한 중요한 자료들을 제공해 주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더에게는 근본적인 한계도 나타난다. 이는 역시 자연과학자로 출발했으나 전문적 신학 훈련과 연구를 통해 자연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수행하였던 폴킹혼이나 맥그래스와는 달리 알렉산더는 전문적인 신학 훈련과정을 거치지는 않았으며 이로 인해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조직신학적 논의와 아주 심도 깊은 대화를 수행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예를 들어 기포드 강연 뿐만 아니라 그의 저서 전반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창조행위의 맥락 속에서 삼위일체의 각 인격들의 창조행위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인간의 특수성의 제시나(판넨베르크), 혹은 삼위일체 창조자 하나님의 내재적, 경륜적 활동에 상응하는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의 규정에 대한 신학적 논의(바르트, 윙엘) 등과의 치밀한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러한 한계에 대한 지적은 알렉산더의 약점을 들추어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유전학적 인간이해와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기독교적 인간이해 간의 유사성과 대화가능성을 제시한 알렉산더의 여러 자료들을 토대로 상기한 신학적 전망 가운데에서 이를 통합해야 할 과제가 전문 신학자들에게 주어져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인간에 대한 전통적인 주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 과학이 제시하는 인간 이해와의 대화를 통해 기독교적 인간이해가 여전히 현재에도 참됨을 제시하고자 하는 모든 신학적 시도들에게 이는 앞으로의 과제로 남겨져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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