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뒤흔든 7개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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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헌제 교수 ©기독일보 DB

지난 2021년은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민 모두는 물론이고 한국교회에도 큰 시련의 한해였다. 또 4.15총선과 다가오는 3.9 대선으로 인해 격화되는 진보와 보수, 좌우 이념충돌은 교회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한편 코로나로 가라앉은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모처럼 천주교와 기독교가 협력해서 기획하였던 “2021 성탄캐롤 켐페인”을 불교가 방해한 것은 정말 유감이며, 수년간 이어져온 명성교회 세습 관련 분쟁은 한국교회에 큰 상처를 입히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법원의 판결례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바 이중에서 한국교회를 뒤흔든 7개 판결을 살펴본다.

코로나19와 대면예배금지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조치는 한국교회가 누려온 (대면)예배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문제를 야기하였다. 대면예배만이 진정한 예배라고 믿는 교회들은 대면예배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당국의 조치, 즉 집합제한조치에 반발하여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이를 기각한 판결, 집합제한명령에도 불구하고 현장예배를 강행한 목사에 대한 형사처벌(벌금형)을 선고한 판결, 전면적 대면예배 금지가 위헌이라는 교회의 주장을 받아들여 집행정지를 일부 인용한 결정 등이 있다.

판결의 주된 취지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집합제한처분은 타인의 생명과 건강을 배려하려는 목적의 것으로 종교자유의 침해가 아니며 오히려 '인간에 대한 사랑'을 근간으로 하는 종교의 본질에도 부합하는 조치일뿐만 아니라 반드시 대면예배만이 올바른 예배라는 생각은 왜곡된 인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기기관인 법원이 예배는 생명이요 호흡이라는 기독교 신앙을 이해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예배의 방식을 임의로 구분하여 비대면예배만을 허용한 것은 정교분리 원칙의 침해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있다. 그나마 비대면예배의 전면금지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아 19인 이하의 대면예배를 허용한 법원 결정이 나온 것은 큰 소득이다.

목사의 설교와 공직선거법 위반

교회의 정치참여와 관련해서 교회의 예배나 옥외집회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설교를 한 목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가 문제 되었다. 교회의 예배 도중 설교에서, 4.15총선에서 황교안 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한 목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한 판결과 광화문 집회에서 집권 여당과 대통령을 비난하고 지유우파 정당의 지지를 주장한 전광훈 목사와 이은재 목사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판결 등이 있다.

법원은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선거운동’이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이어야 하므로, 우선 대상인 선거가 특정되어야 하고, 다음으로 당해 선거에서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대상이 되는 후보자가 특정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특정 정당 등에 대한 지지 내지 반대임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판단의 근거로 하였다. 대선정국에 목사님들이 설교에서 유의할 대목이다.

성탄 캐럴 켐페인과 불교의 방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한교총이 문화부의 예산지원하에 진행하려 한 “12월엔 캐럴이 위로가 되었으면 해”라는 행사에 대해 불교종단협의회가 정교분리원칙 위반을 이유로 제기한 중지가처분신청을 기각한 결정은 세인들의 주목을 끌었다. 법원은 국가가 불교종단의 연등회 행사 등 다른 종교단체의 유사한 종교적 행사에도 보조금을 지급해온 점 등에 비추어 문화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은 종교적 행사에 대한 지원으로서 정교분리원칙이나 공무원 종교중립의무 등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해마다 문화재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막대한 정부 예산을 독차지해온 불교가 불과 10억원의 캐럴켐페인 지원을 문제삼아 법원에 가처분까지 신청하였으나 결국 기각당한 것이다. 법원 결정과는 별도로 불교계의 항의에 문화부 장관이 조계종을 찾아가 백배 사죄하는 촌극도 벌어졌음은 심히 유감이다.

명성교회 목회세습

김삼환 목사의 후임으로 명성교회 담임목사로 위임받은 김하나 목사에 대한 법원의 교회 대표자(담임목사) 지위 부존재확인 판결은 교회 안팎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법원은 명성교회의 청빙은 목회직 대물림(교회세습)을 금지한 예장통합교단 헌법을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위임목사 및 당회장으로서의 지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하였다.

사안의 당부를 떠나 국가법원에 의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명성교회 담임목사의 지위가 부인되는 현실이 너무나 당혹스럽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해에는 이런 일로 교회가 가이사의 법정에 서는 일이 없기를 기원한다.

서헌제 교수(중앙대 법대, 중앙대학교 교회 목사, 한국교회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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