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속도전' 붕괴아파트, 눈보라 속 공사강행 의혹

인근 주민, 1년여 전 겨울철 공사 촬영… "졸속 공사"
광주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가 난 2단지와 인접한 1단지 현장에서 2020년 12월~지난해 1월 사이 눈발 날리는 궂은 날씨 속 콘크리트 타설 강행하는 모습. 독자 제공. ©뉴시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아파트 붕괴 현장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막무가내 속도전' 시공을 뒷받침하는 1년여 전 영상이 공개됐다.

현대개발산업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인근 주민은 지난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자신이 직접 촬영한 공사 동영상 2편(21초·58초 분량)을 15일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이번 붕괴 사고가 난 2단지와 바로 인접한 1단지 시공 장면이 담겨 있다.

1·2단지는 각각 광주 서구 화정동 23-27번지와 23-26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시공사·시행사·감리사가 모두 같다. 사업 승인일(2019년 4월15일), 착공일(2019년 5월21일), 층수(지하4층~지상 39층)에 공정률(현재 62%)마저 같은 사실상 '쌍둥이' 단지다.

나란히 같은 공정 속도로 아파트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고, 1단지 인근 주민 A씨는 낮과 밤, 폭우·대설 등 기상 여건을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진행되는 공정을 지켜보며 영상 기록을 남겼다.

21초 분량의 영상 속 장면은 지하층(1~4층) 막바지 공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강한 바람에 눈발이 날리고 얼어붙은 눈이 녹지 않은 날씨에 콘크리트 펌프차가 붐대를 이용해 구조물에 타설을 진행하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인근 레미콘 차량도 가동하고 있었다.

현장 곳곳에 흰 콘크리트 보양천이 덮여져 있었지만, 콘크리트 타설 후 충분히 굳을 때까지 수분을 유지하고 얼지 않도록 비바람 등으로부터 콘크리트를 보호하는 '양생' 작업을 하기에는 부적합한 날씨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58초 분량 영상 속에서는 작업자 3~4명이 철근 콘크리트 기둥 등 구조물에 덮어놓은 보양천을 걷어내는 모습이 찍혔다. 보양천을 걷어 낸 자리 곳곳에는 쌓인 눈과 함께 물기를 띄고 있다.

콘크리트 양생은 '도시'(온도와 시간)가 생명으로, 기온이 뚝 떨어진 영하권 날씨에는 공사를 중단하거나 충분한 양생시간이 필요했음에도 공정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 콘크리트 전문가는 "콘크리트 내강을 확보하기 위해선 최소한 수천도시가 필요한데 겨울철엔 안전 공사를 위해선 여름보다 훨씬 오래 걸려 최소 20일 이상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2단지 붕괴 직전 촬영된 201동 39층 콘크리트 타설 공정 영상에도 겨울철 기상 악조건 속 부실 양생의 정황이 포착됐다.

A씨는 "뭐가 그렇게 급한지 이른 아침부터 장비 소리가 들리기 일쑤고, 눈보라치고 비바람 몰아쳐도 공사를 해댔다"며 "현장은 제대로 된 안전 조치 하나 없이 공사 기간 단축에만 급급했다. 졸속 공사다"라고 주장했다.

또 A씨가 공사 관계자를 통해 입수했다는 사진에는 철골빔이 세워진 지하층에 흙탕물이 들어차 있다.

이 사진에 대해 A씨는 "지난 2020년 7~8월 장마철 비가 많이 쏟아진 직후 지하층 구조물이 잠겨있는 것이다"며 부실 시공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시공 방식의 초점이 '안전'보다는 '공사기간 단축'에 있었다는 방증은 과태료 처분 내역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광주 서구청이 해당 현장에 대해 내린 행정 처분 27건 중 5건의 위반사항은 '특정 공사 작업시간 미준수'였다. 소음 방지를 위한 특수건설 중장비를 새벽 6시 이전, 오후 8시 이후 심야에도 운용했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단순 계도성 조치까지 포함하면 '빙산의 일각'일 정도로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피해 주민들은 털어놨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201동 39층 옥상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슬래브와 외벽 등이 무너져 내려 현재 5명이 실종된 상태다. 사고 사흘 째인 13일 지하 1층 난간 사이에서 발견됐던 실종자 1명은 전날 발견됐으나 숨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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