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구약학의 보화이자 내러티브 설교에 최적”

김도형 박사, 10일 한국구약학회 송년학술대회서 발제
김도형 박사가 10일 한국구약학회 송년학술대회 주제발제를 하고 있다. ©한국구약학회 줌 영상 캡처

한국구약학회(김회권 회장)가 10일 오후 4시 제118차 송년학술대회를 온라인 줌으로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는 박유미 박사(안양대)의 인도로, 김도형 박사(서울기독대 구약학)가 ‘창세기와 내러티브 설교’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 박사는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일부분 고유하고 정형화한 것에서부터 유행과 같이 퍼지는 탈문화적인 현상이나 사례들에서 보는 것처럼, 한편으로는 구약성서를 익숙함 속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낯선 모습이지만 흥미롭게 읽거나 설교할 수는 없을까”라고 물었다.

이어 “구약을 읽는 독자로서 목회와 연구를 전문으로 하거나 혹은 일반 신앙인들에게 가장 친숙하면서도 첫 부분에 접하게 되는 책이 창세기”라며 “여기에는 가장 오래되거나 폭넓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으며, 바벨탑이나 요셉 이야기와 같이 일부 내용은 일반 대중에게도 상당히 알려지기도 했다. 창세기는 하나님의 천지창조부터 인류의 시작과 죄와 죽음, 순종과 불순종, 배신과 화해, 위기와 기회 등 삶의 필수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런데 창세기의 멋스러움은 이러한 부분을 발견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롭게 다가오는 낯선 모습 또는 ‘낯설게 하기’(Ostraneniye) 라는 문학적인 장치를 통해 현대적인 시각으로도 충분히 전달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서에 언급된 내용은 역사성 이외에 초월성을 담고 있으며, 시대착오적인 표현이나 자료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있음에도 독자가 어떻게 잘 이해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봉착한 상태이다. 이것은 마치 클라인즈(D.J.A. Clines)가 지적한 것처럼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나 독자의 상상력이 동원되고, 사로잡힐 정도로 이야기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그것을 통해 독자가 영향을 받고, 그 세계의 참여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며 “마치 최근까지 넷플릭스(Netflix)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Squid Game)이 상당 기간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광풍으로 불었던 것과도 같다”고 했다.

그는 “내러티브 방법론은 텍스트를 중심으로 문학적인 방법을 찾거나 고안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라며 “내러티브에서 우선적인 관심은 텍스트 바깥의 실제 독자와 실제 저자에 관한 문제 이전에 텍스트 안에서 인물(character), 배경(setting), 사건(event), 초점화(focalization) 등의 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텍스트 세계에서 내레이터(narrator)와 내레이티(narratee) 이외에도 내재된 저자(implied author)와 내재된 독자(implied reader)의 역할은 크다. 이런 점에서 성서 내러티브는 이야기를 읽고(story-reading), 이야기를 말하며(story-telling), 이야기를 연구하는 것(story-doing)이 그 초점이 된다”며 “이 가운데 스토리텔링의 목적이란 텍스트가 추상적인 내용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전달 역할을 하고, 독자의 공감을 자극하며,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telling stories, narrating)은 텍스트에서 일차적으로 내레이터에 의한 것이거나 때로는 등장인물의 직접적인 대사에 의해 진행될 수 있다. 구약에 나타난 스토리텔링은 주로 텍스트의 줄거리나 개요를 통해 내러티브 구성을 보여준다”며 “이것은 일종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같아서 순서와 절차에 따른 단계적인 모습을 의미한다. 구약 내러티브 연구에 일조를 한 아밋(Yiarah Amit)은 텍스트에서 이러한 방향성을 다섯 가지 과정(발단-전개-변화-해소-결말)으로 소개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창세기는 구약학의 보화이자 설교의 총화이다. 오랫동안 끊임없이 학문적인 논의가 제기되어 왔고, 수많은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내러티브 설교에도 최적화한 책”이라며 “현대 사회에 적용할만한 각종 이슈와 주제와도 어울릴만한 내용이 가득 들어있다. 물론 창세기의 사건은 역사적으로 고대이며, 더욱이 고전적인 부분이 많아서 해석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가장 보편적이고 익숙해 보이는 내용과 여전히 어딘가 낯설게 다가오는 부분 등 괴리감 사이에서 독자는 적지 않게 방황하기 마련이다. 목회자와 학자는 이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해석의 지평과 가능성을 찾고 적용 가능한 방법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서 본문 중심의 내러티브 방법론은 텍스트 안에서 텍스트와 더불어 치열하게 싸운다. 그러면서도 텍스트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세상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며 “이미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시간과 장소와 관계없이 이용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가상과 초월의 세계나 우주를 의미하는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가 통용되며 모든 실생활에서 구현되는 세상을 꿈꾸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창세기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독자에게 무한한 메타버스의 시대를 열었으며 지금도 열려있다. 그렇다고 해서 창세기를 상상의 나래 속에만 올려놓으라는 것이 아니”라며 “창세기는 어떤 시대 어떤 민족에게도 보편적으로 어울릴만한, 그러면서도 선택받은 백성들의 특정한 이야기와 같이 양단의 궤적을 쉽게 넘나들고 있는 책이다. 누구에게나 말하고 싶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듯이 창세기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의 리듬이 문화와 예술 부문에서 르네상스 시대로 도래한 것처럼 어느 때보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창세기를 읽고 듣는 이들에게도 고유한 리듬(Feel the Rhythm of Genesis)을 발견하고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구약 학자들은 창세기를 포함한 성서 본문 탐구를 통해 교회와 사회에 다양한 시각을 제시할 의무가 있으며, 목회자는 교회와 사회 현장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이슈들을 성서 본문에 입각하며 계속해서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패널토론 및 자유토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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