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할 기회도 없이 비명횡사한 성경 속 부부

기독교 라이프
문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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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작가이자 목사 '매튜 보피' 씨는 사도행전 5장에 등장하는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죽음과 관련, 해당 이야기를 해석하는 신학적 틀을 제공하고,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소개했다.

그는 "아나니아와 삽비라 이야기는 해석하기 어렵다"며 "이들에게 내려진 하나님의 즉각적인 심판은 이들이 회개할 틈도 주지 않았다. 마치 구약시대 응징의 하나님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당시 모든 교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이들의 끔찍한 죽음 이야기가 왜 사도행전에 수록됐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다. 그는 아나니아와 삽비라 이야기를 통해 신자들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는가에 대해 성찰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나니아(역할, 우)와 삽비라(역할, 좌)는 재물을 훔치고 거짓말 하다 즉각 심판 받았다 ©유튜브 영상 캡처

1.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바나바와 대조되는 인물들이다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기만과 탐욕은 바로 앞에 나오는 사도행전 4장에 기록된 신앙 공동체의 진실성, 관대함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사도행전 4장 32절 - 37절에는 "한 마음과 한 뜻", "서로 통용", "가난한 사람이 없으니" 등 초기 신앙 공동체의 모습을 성령충만한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사도행전 5장으로 넘어가자마자 유토피아와 흡사한 공동체에 '아나니아'라는 먹구름이 덮인다. 탐욕과 기만이 바이러스처럼 신앙 공동체에 침투한 것이다. 영광스러운 교회의 확장 속에 아니나아와 삽비라는 위협으로 스며들었다.

바나바가 자기 밭을 팔아 그 돈으로 사도들의 발 앞에 둔 것과 대조적으로 삽비라는 베드로의 발 앞에 엎드러져 혼이 떠났다. 바나바라는 너그러운 제자는 하나님의 권위를 인정했고, 자기 재산을 사도들의 발 앞에 놓음으로써 하나님에 대한 경외감을 드러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정반대였다. 하나님은 그들을 눕혀서 하나님의 권위를 알게 하셨다.

2. 아나니아와 삽비라 이야기는 여호수아서 7장과 유사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여호수아 7장에 기록된 아간의 이야기와 흡사하다. 아나니아와 삽비라, 그리고 아간의 기만행위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승리를 이루고 진보하는 데 큰 장애물로 작동한다.

이스라엘이 여리고성을 점령할 때, 아간은 여리고의 노획물에 탐심을 가졌다. 그래서 그 중 얼마를 감췄다. 아간은 사람의 눈은 속일 수 있었지만 하나님은 속일 수 없었다. 아간 한 명의 범죄로 이스라엘 전체가 전쟁에서 패퇴하고 말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3가지 점에서 유사하다고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두 사건 모두 새로운 시작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아간이 죄를 지었을 때, 이스라엘은 약속된 땅으로 막 들어오고 있었으며,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죄를 지었을 때, 교회는 예루살렘에서 뿌리 내리고 태동하던 시기였다.

둘째, 두 사건 모두 본질적으로 탐욕과 소유에 관한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자손에게 바친 물건들 중에서 그 어떤 것에도 손대지 말라고 하셨다. 또, 사도행전에 나타난 초대 교회는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팔아 공유하는 걸 관행으로 삼고 있었다.

셋째, 두 사건 모두 하나님은 즉각적으로 죄인들을 처벌하셨다. 아간의 가족은 아간과 함께 벌 받았으며, 아니니아와 삽비라도 즉시 목숨을 잃게 되었다.

하나님은 왜 이들에게 회개할 기회도 주시지 않고 곧장 처벌하셨을까? 그 이유는 하나님의 백성과 성장 중인 공동체의 거룩함을 지키시기 위해서였다고 결론 지을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거룩하길 바라신다. 거룩하신 하나님의 인도를 받으려면 그의 백성들 역시 거룩함으로 옷 입어야 한다. 하나님은 결코 죄와 함께 하실 수 없기 때문에 철저하게 죄를 제거하셔야 했던 것이다.

3. 사탄이 성령의 계획을 좌절시키려 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 이야기가 담고 있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이들이 공동체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기 몫을 챙기려했다는 게 아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속이려 했다.

돈을 감춘 것도 모자라 자신을 속이려 했던 아나니아에게 베드로는 "어찌하여 사탄이 네 마음에 가득하여"라고 책망했다. 사탄은 초대 교회에서 성령이 강하게 역사하는 것을 목격했고, 이를 지켜볼 수 없어 어떻게든 발 디딜 틈을 얻고자 했다. 예루살렘의 신앙 공동체는 성령으로 충만한 반면,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사탄에게 마음을 내주는 바람에 사탄이 부리는 종이 되고 말았다.

영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지도자 '존 스토트'는 "사탄의 첫번째 전술이 무력으로 교회를 파괴하는 것이라면, 두번째 전술은 교회 내부에서 거짓으로 교회를 파괴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아나니아와 삽비라 이야기는 스토트가 말한 사탄의 두 번째 전술을 보여주는 예시로 볼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초대 교회의 단순한 탐욕, 거짓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교회 내부로부터의 공격에 관한 메시지다. 하나님의 적이 지레 겁을 먹고, 거대한 복음의 확장을 막으려고 애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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