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이 어떻게 광명의 천사로 위장하는가요?

오피니언·칼럼

[질문]

사탄이 광명의 천사로 위장하여 사람들한테 다가온다고 합니다(고후 11:14). 구체적으로 사단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위장하고 나타나는지 몇 가지 예로 알려주세요. 그리고 밤하늘에 빛나는 UFO같이 이런 모습으로 사단이 위장하여 사람들을 현혹시키거나 꿈에서 조상님이 나와서 죽었던 영혼과 대화했다던가... 이런 방식도 사탄이 광명의 천사로 위장하는 방법 중에 하나인가요?

[답변]

박진호 목사

앞뒤 문맥에 정답이 있다.

“나는 내가 해 온 그대로 앞으로도 하리니 기회를 찾는 자들이 그 자랑하는 일로 우리와 같이 인정 받으려는 그 기회를 끊으려 함이라그런 사람들은 거짓 사도요 속이는 일꾼이니 자기를 그리스도의 사도로 가장하는 자들이니라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니라 사탄도 자기를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나니 그러므로 사탄의 일꾼들도 자기를 의의 일꾼으로 가장하는 것이 또한 대단한 일이 아니니라 그들의 마지막은 그 행위대로 되리라.”(고후 11:12-15)

모든 성경은 반드시 앞뒤 문맥의 주제에 맞추어서 해석해야 합니다. 성경에서 궁금한 사항들도 사실상 성경 안에, 그것도 바로 앞뒤 문맥이나 심지어 본문 안에 답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정 구절 하나만 따로 떼어내어서 해석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말하자면 사탄이 실제로 천사의 모습으로 위장해서 성도들에게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나타나는가보다 해석 혹은 이해해선 안 됩니다. 혹은 신자를 영적으로 뭔가 비상한 상태로 변화시키고 감정적으로도 기쁨이 넘치게 간섭하는가보다 여겨서도 안 됩니다.

바울이 지금 앞뒤 문맥에서 고린도 교회에 가르치려는 주제는 “사탄도 자기를 광명의 천사로 가장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거짓 사도들의 가르침에 주의하라는 것입니다. 초점은 거짓 선생이 의의 일꾼으로 가장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사탄이 그렇게 한다고 말한 뜻은 거짓 선생의 양태를 쉽게 이해하려면 사탄과 비교해보라는 것입니다. 거짓 선생들은 사탄의 일꾼이라서 사탄이 행하는 대로 따라한다는 것입니다. 사탄이 천사가 아닌데도 천사처럼 가장하듯이, 거짓의 일꾼도 의의 일꾼이 아니면서 의의 일꾼처럼 가장한다는 것입니다. 문맥상의 초점은 사탄이 아니라 거짓 일꾼에 모입니다.

그럼 앞뒤 문맥에서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이 바로 나왔습니다. 사탄이 직접 천사로 가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일꾼들로 의의 일꾼으로 가장시켜서 성도들을 미혹시키는 것이 바로 사탄이 광명한 천사로 가장한다는 첫째 의미가 됩니다. 그리고 거짓 선생의 가장하는 모습도 앞의 4절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만일 누가 가서 우리가 전파하지 아니한 다른 예수를 전파하거나 혹은 너희가 받지 아니한 다른 영을 받게 하거나 혹은 너희가 받지 아니한 다른 복음을 받게 할 때에는 너희가 잘 용납하는구나.”(고후11:4)

사탄은 우선 거짓 선생으로 십자가 복음을 왜곡되게 가르치게 만듭니다. 복음이란 성령의 간섭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 죽음의 은혜를 믿음으로 받아들이면 죄에서 깨끗케 되어서 구원받고 하나님의 자녀로 인 쳐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믿음 대신에 반드시 인간의 선행이나 종교적 의식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혹은 성령의 거듭남 없이 인간 혼자서 결단하면 된다든가, 나아가 예수를 믿어도 하나님께 인 쳐진 것은 아니므로 나중에 잘못하면 심판으로 떨어진다든지 등으로 잘못 가르치면 거짓 선생이 됩니다.

당시 초대교회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이단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유대주의자들로 십자가 대속 죽음의 은혜 외에도 할례 같은 율법 규정을 지켜야만 구원 얻는다고 가르쳤습니다. 둘째는 영지주의자들인데 인간의 영혼은 정결하고 육신만 더럽고 추하기에 십자가 예수님의 보혈로 이미 구원 받은 신자는 믿은 후에 얼마든지 죄를 지어도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 가르침의 내용이 언뜻 듣기에는 합리적 논리적인데다 그들 또한 교회 안에선 아주 경건하고 신령한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성도들이 의의 일꾼인 줄 속아 넘어간 것입니다. 바울이 그래서 “다른 복음을 받게 할 때에는 너희가 잘 용납하는구나”(4절) 꾸짖은 것입니다.

거기다 바울은 자기는 복음을 값없이 전했고(7절), 대신에 다른 교회에서 헌금을 받아서 너희를 섬겼으며(8절), 마게도냐에서 온 형제가 그 부족분을 보충해주었는데 오직 너희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고(9절) 말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사례비 한 푼 받지 않고 고린도교회를 섬겼는데 오직 그리스도의 진리가 너희 속에 살아 역사하게 하려는 뜻이었다는 것입니다(10절).

그럼 거짓 선생들은 복음이 온전히 전해져서 고린도 교인들이 변화되는 데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교묘하게 거짓을 진리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도리어 신자들로부터 많은 돈을 받아내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도덕적 종교적 행위를 하면 하나님께 복을 받을 수 있다고 가르치면서 자기들이 그런 지혜를 가르쳐준 수고의 대가를 받아야겠다는 식이었던 것입니다.

성경의 세 가지 예

오늘날로 따지면 기독교 이단들과 기복주의 신앙을 가르치는 자들이 바로 사탄이 광명한 천사로 가장한 첫째 모습이 됩니다. 그럼 이단을 아예 상대하지 않거나 기복주의 신앙을 배척하면 사탄의 변장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탄은 오히려 보수 정통주의 교회에 다니는 신자들만 타깃으로 삼아 아주 교묘하게 광명한 천사로 접근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자기에게 미혹되어서 노예가 된 이단이나 불신자들에게 구태여 접근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탄의 존재 목적은 오직 사람들로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게 하고 신자들도 성경의 진리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뿐입니다. 사탄이 신자 개인에게 광명한 천사로 위장해서 접근했던 대표적인 세 경우를 성경에서 들어보겠습니다.

“열둘 중의 하나인 가룟인이라 부르는 유다에게 사탄이 들어가니 이에 유다가 대제사장들과 성전 경비대장들에게 가서 예수를 넘겨 줄 방도를 의논하매”(눅 22:3,4)

사탄이 가룟 유다를 미혹시켜서 스승을 배반하고 팔도록 유도했다고 합니다. 유다는 여인이 비싼 향유를 병 채로 깨어서 예수님의 머리에 붓는 것을 보고 팔아서 가난한 자에게 주는 것이 더 옳다고 분을 내었던 사람입니다.(마 26:6-16, 요 12;1-8) 그는 예수님을 삼 년간 따라다닌 열두 제자 중의 한 명이고 특별히 돈궤를 맡았던 자였습니다. 그가 돈을 탐했다면 예수님을 믿고 따르면 현실적 복이 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고, 아니라면 메시아는 빈민들을 구제해주는 사회개혁을 이뤄줄 것을 기대하고 따른 것입니다. 둘 다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당시 인간 사회에선 의로운 생각이었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항변하여 이르되 주여 그리 마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께 미치지 아니하리이다 예수께서 돌이키시며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사탄아 내 뒤로 물러 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하시고.”(마 16:22,23)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십자가에 죽으시고 사흘 만에 살아날 것을 가르치자 베드로가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주님은 곧바로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고 야단쳤습니다. 베드로가 사탄이 아니라 사탄에게 미혹되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께서 십자가에 죽지 않으면 그 대속의 은혜로 죄로 빠진 인류를 구원하려는 계획이 무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더러 하나님의 일은 생각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한다고 꾸짖었습니다. 인간적인 판단으로는 아무 잘못 없는 스승이 십자가에 죽는 것을 말리는 것이 아주 의로운 일입니다. 실제로 그만한 선행도 없습니다. 사탄은 베드로더러 스승의 뜻에는 주목하지 않고 그 인간적 의로움에 묶이도록 만들었습니다. 고린도후서 11:14에서 바울이 설명한 그대로 사탄이 천사처럼 의로운 음성으로 그에게 속삭인 셈입니다.

“사탄이 일어나 이스라엘을 대적하고 다윗을 충동하여 이스라엘을 계수하게 하니라.”(대상21:1) 다윗이 사방 대적을 다 물리치고 나라를 굳건하게 세운 후에 하나님이 싫어하고 필요도 없는 인구조사를 다시 했습니다. 군사력을 다시 확인 정비하여서 사방에 강대국으로써 위치를 확보하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숨겨진 본심은 자신의 위세를 자랑하고픈 교만이었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거룩하고 전능하신 인도는 물론 백성들의 충성을 믿지 않는 죄였습니다. 당시 다윗 스스로는 나라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봉사한다는 의로운 일이라고 착각했었고 나중에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회개했습니다. 이 또한 사탄이 광명한 천사로 나타나 다윗더러 하나님의 뜻은 뒷전이고 인간적인 의에 사로잡히도록 만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탄이 신자든 신자의 공동체든 도덕적으로 의롭고 종교적으로 경건한 명분을 심어주어서 정작 하나님의 뜻과는 반대로 행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사탄이 광명한 천사로 위장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바리새인들이 율법의 문자적 의미만 붙들고 안식일에 행해선 안 되는 온갖 힘겨운 규정을 제정했습니다.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는 거룩한 명분에 집착하게 만든 것이 바로 사탄이 광명한 천사로 나타난 셈입니다. 오늘날에는 동성애는 죄라는 명분에만 묶이게 해서 동성애자를 교회에서 배척해버리는 일도 해당됩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UFO를 사탄이 광명한 천사로 가장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일단 카메라 영상에 잡혔기에 영적인 현상이 아니므로 과학이 먼저 그 실체를 밝혀내야만 그 다음에 어떤 도덕적 영적 판단이 가능할 것입니다. “꿈에서 조상님이 나와서 죽었던 영혼과 대화하는 것”은 평소에 그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서 꿈으로 반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문제를 초자연적 혹은 아주 특이한 현상과 연결시킬 필요나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사탄은 항상 인간의 부패한 마음을 농간 조종하려 듭니다. 사탄이 천사로 가장했다는 것은 어쨌든 겉으로는 도덕적 종교적으로 의로운 모습을 드러내면서 아주 교묘하게, 신자도 미처 모르는 사이에 아니 스스로 의롭다고 착각하는 바람에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이 훼방 받는 결과를 만드는 것입니다.

2021/4/29

* 이 글은 미국 남침례교단 소속 박진호 목사(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 담임)가 그의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올린 것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맨 아래 숫자는 글이 박 목사의 웹페이지에 공개된 날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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