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 칭의론과 의로움의 전가 교리(3)

오피니언·칼럼
기고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

칭의론과 의의 전가 교리의 총체적 개요

김재성 교수

초기 종교개혁자들은 중세말기 스콜라주의 신학자들이 빚어낸 로마 가톨릭의 오류와 혼돈 속에서 성경을 헬라어와 히브리어 원문으로 읽고 난 후에, 은혜로 값없이 주시는 구원에 대하여 새로운 눈을 떴다.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이 구원은 오직 믿음으로만, 오직 값없이 베푸신 은혜로만,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의를 전가 받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자, 로마 교황청에서는 저주를 선언하고, 정죄했다.

종교개혁의 유산을 물려받은 개혁주의 신학은 기본적으로 성경의 권위를 확실한 기초로 삼아, 어떻게 죄인이 구원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칭의론을 정립하였다. 성경에서 해답을 얻은 종교개혁자들은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죄인이 의롭다함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로마 가톨릭과는 전혀 다른 해답을 제시했다.

후기 종교개혁자들과 개혁주의 정통신학자들은 특별히 그리스도께서 스스로 형벌 대속적인 희생을 하시는 중에 이루신 순종의 내용으로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을 다루었다. 그리스도의 순종이 개개인 성도들에게는 전가되어지는 것과 믿음을 통하여 성취되는 칭의 교리를 체계화하게 된 것이다.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칭의의 근거가 우리 죄인들의 공로나 선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의로움을 믿음으로 전가받는 것임을 제시하였다.

1. 칭의

바울 사도는 “의롭다 하심”(칭의)과 “정죄“를 다음과 같이 대조적으로 풀이했다:

"누가 능히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들을 고발하리요
의롭다 하신 이는 하나님이시니 누가 정죄하리요
죽으실 뿐 아니라 다시 살아나신 이는 그리스도 예수시니
그는 하나님 우편에 계신 자요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시는 자시니라"(롬 8:33-34)

칭의 (justification)란 하나님 앞에서 신자들이 의롭다 하심을 받는 법정적 선언이라고 종교개혁자들과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설명했다. 타락한 죄인으로 살아가는 인간으로부터는 하나님을 만족시켜드릴 만한 것이 나오지 않는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용서를 받는다는 믿음을 가진 성도들에게만 죄가 없다는 선고가 내려질 뿐이다. 칭의는 하나님의 법률적인 선고인데,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서 믿음을 선물로 받은 자에게는 아무런 대가를 치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값없이 의로운 사람으로 인정을 받으며, 하나님께 자녀로 받아들여진다(엡 2:8-9). 칭의는 성령의 역사로 성도들의 가슴과 생활 가운데서 일어나는 거룩함의 증진인 성화와는 명백히 구별되어야만 한다. 칭의는 갱신이나 회심의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칭의는 죄인을 향한 하나님의 확정적인 선언이다.

중세시대부터 지금까지도 로마 가톨릭에서는 의롭다 하심을 얻으려면 성도에게 도덕적 변화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스콜라주의 신학자들에 의해서 개발된 바, 하나님께서는 오직 의롭게 된 자들을, 즉 칭의의 증가라고 표현되는 일들을 행할 때에만 의인이라고 선언하실 수 있으실 뿐이다. 로마 교회에 소속해서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고해와 속죄를 이행한 경우에도, 최종적 칭의에의 확신을 주장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다.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은 중세말 스콜라주의 신학자들이 칭의와 성화의 과정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고 혼합시켰기에 이러한 오류가 발생했음을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루터는 1515년부터 그 다음 해까지 비텐베르크 대학교에서 로마서를 가르쳤는데, 그는 자신이 알아왔던 구원론의 잘못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로마서 1장 17절에서 구원의 길을 발견했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에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이와같이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로마서 3장 28절에 대한 주석에서, 루터는 “사람이 의롭다 함을 얻는다는 것은 ... 율법의 행위와는 상관이 없이, 믿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인정을 받는 것을 말한다”고 하였다 루터는 값없이 주시는 칭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으면서, 비로소 천국의 문이 열리는 것과 같은 감격과 확신을 갖게 되었다.

칼빈은 보다 정밀하게 풀이했다. 칭의란 “하나님께서 은혜로 우리들을 의로운 사람들이라고 받아주시는 것을 말한다. 칭의는 죄의 용서 (remission of sins)와 그리스도의 의로움의 전가(imputation of Christ’s righteousness)로 구성되어 있다”고 정리했다. 신자들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하나님의 아들로부터 전가된 의로움을 오직 믿음을 통해서 받아들임으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다하심을 받는다. 칼빈은 성령의 비밀스러운 사역으로 믿음을 통해서 그리스도와 연합된 성도들은 언약적 관계를 맺게 되며, 칭의와 성화의 은총을 동시적으로 누린다고 하였다.

종교개혁자들은 칭의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값없이 주시는 선물이라고 확신했다. 거저 주시는 공짜 선물이지만, 값싼 선물은 결코 아니다. 값으로 계산이 불가능한 엄청난 보배를 주시는 것인데, 그저 무한하신 하나님의 은혜일 뿐이다 (고후 4:7). 하나님께서는 결코 은혜에 반응하는 사람의 의로운 행위를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으신다. 사람은 다 부패했기 때문에, 결코 하나님의 의로움을 만족시킬 수 없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의로움으로만 하나님께 만족을 드릴 수 있다.

칭의의 수단은 오직 믿음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은혜의 선물로 주어지는 바를 확고하게 믿는 것이다. 믿음은 값없이 은혜로 주시는 성령의 선물이다. 오직 믿음으로만! 오직 은혜로만! 오직 그리스도로만! 이 세 가지는 상호간에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성경이 증언한다. 이들 세 가지 주제 중에서 한 가지를 설명하려면, 다른 두 가지를 반드시 연결시켜야만 가능하다 (갈 2:16, 롬 5:1, 엡 2:8).

김재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 본지는 필자와 출판사의 양해를 통해, 필자의 책 서론과 제1장을 연재합니다. 신문에서는 각주와 인용문들이 없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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