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론(4) 교회는 성령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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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교수의 조직신학 에세이
정성욱 교수

지금 우리는 교회론에 대한 깊은 묵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호까지 교회에 대한 유기적 이미지 (organic images)들을 세가지로 탐구했다. 첫째는 예수님의 몸 된 교회, 둘째는 예수님의 신부 된 교회, 셋째는 하나님 아버지의 가족인 교회이다. 오늘은 교회에 대한 유기적 이미지 네 번째에 대해서 묵상해 보고자 한다. 그것은 성삼위일체 하나님의 제 3위격이신 성령과의 관계에서 교회가 성령의 전 (the temple of the Holy Spirit)이라는 진리이다.

교회가 성령의 전이라는 진리에 대해서 신약성경은 반복해서 강조한다. 대표적인 구절이 고전 3장 16-17절 말씀이다.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면 하나님이 그 사람을 멸하시리라 하나님의 성전은 거룩하니 너희도 그러하니라." 사도 바울은 이 구절을 통해서 믿는이들의 공동체인 교회가 하나님의 성전이며 동시에 하나님의 성령이 그 교회 안에 계신다고 말씀하고 있다. 따라서 교회는 성령의 전인 것이다.

에베소서 2장 19절에서 22절은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너희는 외인도 아니요 나그네도 아니요 오직 성도들과 동일한 시민이요 하나님의 권속이라 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이 돌이 되셨느니라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 가고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

21절은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 가고"라고 말씀한다. 교회는 예수 믿는 자들을 영적인 벽돌 또는 건물로 하여 지어져 가는 성전이다. 물리적인 벽돌이나 콘크리트나 철재로 만들어지는, 어떤 공간을 차지하는 실재 건축물이 아니라, 믿는 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영적인 벽돌이 되어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영적인 성전을 이루어 가고 있다. 믿는 이들의 유기적인 공동체 (organic communion)인 교회 자체를 성령의 성전으로 보는 신약성경의 가르침을 우리는 이 시대에 올곧게 회복해야 한다. 영적인 건축물인 교회의 모퉁이 돌이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22절은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고 말씀한다. 교회가 성령의 전이라고 할 때 교회에는 성령만 계신 다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오해이다. 왜냐하면 성령은 성부와 성전과 분리되어 존재하실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라는 영적 공동체 안에는 하나님 아버지와 아들 예수님 또한 함께 거하신다. 그러므로 영적인 건축물로서의 교회 공동체 안에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이 영원히 함께 거하신다. 그러하기에 22절은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라고 말씀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할 것은 교회는 영단번에 성령의 전이 되었지만 (완료), 여전히 계속해서 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그것은 교회 공동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엡 4:13) 이르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최종적인 결과물은 요한계시록 21장에 나오는 새 예루살렘이 될 것이다.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준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 (계 21:1-2).

또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교회 공동체가 성령의 전이기도 하지만, 그리스도인 개개인 역시 성령의 전이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우리 개개인 모두에게 성령은 내주하시기 때문이다. 고린도전서 3장 16-17절은 우리 믿는 자 개개인이 성령의 전이고, 믿는 자들의 공동체인 교회 또한 성령의 전이라고 가르친다. 우리는 이것을 잊지 말고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교회가 성령의 전이라는 것은 교회가 거룩의 영이 거하시는 영적 공동체임을 의미한다. 그러하기에 교회는 그 존재와 사역의 모든 면에서 거룩과 성결을 추구해야 한다. 교회 안에 세상적인 가치관이라는 탁류가 들어오게 되면, 교회의 존재의미는 퇴색된다. 그리고 그러한 교회는 그 정상적인 기능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교회의 순결을 짓밟고 더럽힌 자들은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된다.

그래서 전통적인 조직신학의 교회론은 교회의 속성을 크게 네 가지로 논의해 왔다. 그 네 가지는 사도성 (apostolicity), 거룩성 (holiness), 통일성 (unity), 보편성 (universality)이다. 그 네 가지 속성들 중의 하나가 교회의 거룩성이며, 거룩성은 교회를 규정하는 매우 근본적인 속성이다.

교회의 거룩성이란 두 가지 차원을 가진다. 하나는 교회가 이미 하나님을 위하여 거룩하게 구별된 공동체 (already set apart or sanctified)라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교회가 구성되는 순간에 교회가 이미 영단번에 (once and for all) 거룩하게 구별된 존재라고 선언하신다. 이것은 조직신학 구원론에서 다뤄지는 확정적 또는 결정적 성화 (definitive sanctification)와 연결된다

교회가 영단번에 확정적으로 거룩한 존재가 되었다 할지라도, 교회는 실재적으로 완전하게 거룩한 공동체는 아직 아니다 (but not yet). 여전히 교회는 용서받은 죄인들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죄가 상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완전한 거룩을 추구하고 그것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회가 절대적인 의미에서 완전히 거룩해질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교회가 실제적으로 완성된 공동체는 아니지만, 이미 거룩하게 구별된 공동체로서 완전과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야 하는 공동체라는 의미이다.

물론 이 땅, 이 역사 속에서 어떠한 교회도 완전에는 이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완전한 거룩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을 우리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교회를 당신의 전과 거처로 삼고 교회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은 교회가 거룩이라는 면에서 완전을 향하여 계속 자라도록 인도하시고 이끄신다. 교회가 날마다 거룩하여질 때, 성령이 마음껏 일하실 수 있는 사명의 공동체가 될 것이다. 교회가 거룩함을 잃고, 방황할 때 교회는 사람들의 발에 짓밟힐 수 밖에 없다. 교회의 선택은 오직 하나다. 그것은 거룩하신 성령을 힘입어, 지속적으로 완전한 거룩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정성욱 교수(덴버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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