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락사무소 폭파한 김여정, 60년 된 조평통 폐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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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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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통, 1961년에 설립된 대표적 대남 기구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6일 한미연합군사훈련에 항의하며 대남기구들을 해체하겠다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예고하고 이를 실행한 바 있어 향후 실제 해체 여부가 주목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는 남조선당국이 대화를 부정하는 적대 행위에 짓궂게 매달리고 끈질긴 불장난으로 신뢰의 기초를 깡그리 파괴하고 있는 현 정세에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조평통 정리를 예고했다.

그는 또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금강산국제관광국 해체를 언급했다.

아울러 김 부부장은 "우리는 앞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며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김 부부장이 대남 총괄 역할을 수행하고 있긴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과정에서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를 임의로 파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면 조평통 정리와 금강산국제관광국 해체는 가능성이 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 중 "이러한 중대 조치들은 이미 우리 최고수뇌부에 보고 드린 상태에 있다"며 실행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평통은 1961년 5월13일 부수상 홍명희 등 북한 각 정당·사회단체를 대표하는 준비위원들을 모아 설립한 노동당 외곽단체다. 4·19혁명 직후 우리 측에서 학생 운동권과 재야 등을 중심으로 통일논의 열기가 고조되자 북한은 이를 대남 혁명 전략에 활용하기 위해 조평통을 결성했다.

조평통은 조선노동당의 통일문제·남북대화 관련 입장을 대변·옹호해왔다. 조평통은 우리 측에서 주요 사건이 있거나 새로운 정책이 제시될 때마다 서기국 보도를 발표했다. 조평통은 성명과 제의는 물론 고발장·공개질문장·백서·비망록 등을 통해 대남 비방과 규탄 등 선전·선동 활동을 벌였다.

조평통은 명목상으로는 조국통일을 위한 각계각층 연대기구지만 실제로는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외곽단체다. 조평통은 당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나서서 수행하기 어려운 일들을 분담한다.

조평통은 국내인사와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통일전선 형성, 남한 내 국론분열·친북여론 조성을 위한 선전 공세 등 임무를 수행한다.

조평통은 위원장이 포함된 중앙위원회를 중심으로 상무위원회와 서기국을 두고 있다. 중앙위 산하에 조직부·선전부·회담부·조사연구부·총무부와 자료종합실 등이 있다. 과거 남북회담 때 북측 회담대표들은 조평통 직함을 갖고 나오는 사례가 많았다.

김 부부장이 언급한 금강산국제관광국은 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 내 우리측 시설을 철거하겠다고 선언한 뒤 관광사업 독자 운영을 위해 2019년 꾸린 조직이다.

2019년 10월 통일부가 발표한 북한 통지문의 발신 주체가 금강산국제관광국으로 명시되면서 이 조직의 이름이 처음 공개됐다. 금강산국제관광국은 금강산 관광 사업권 관련 업무, 외국인 관광객 유치 업무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부장의 이번 위협을 단순히 엄포 정도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6월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살포에 항의하면서 개성공간 안에 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당시 김 부부장은 6월4일 대북전단 관련 첫 담화에서 처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를 언급한 뒤 같은달 13일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16일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실제로 폭파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조평통, 금강산 국제관광국 폐지 문제가 이미 김정은 총비서에게 전달됐고, 곧 결정하게 될 것임을 암시했지만 건의 상태인 점에서 실제로 단행할지는 미지수"라며 "지난해에도 군사행동계획을 마지막에 김 총비서가 철회한 전례가 있다. 따라서 행동 예고보다는 본질 문제를 재확인하고 한 차원 높은 경고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또 "조평통은 사실상 기능을 못해왔고 금강산국제관광국의 경우도 북한 당국의 독자적 개발 계획에 따라 남측과의 사업을 접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 기구의 폐지는 실질적 타격보다는 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은 상징적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한미연합군사연습 막바지에 당장 물리력을 동원한 군사적 대응이 아닌 조평통 정리, 금강산국제관광국 해체와 같은 비군사적 대응을 내놨다"며 "향후 군사적 대응으로 수위를 높여가는 특유의 점증법을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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