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을 뚫어줬더니 고막도 재생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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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염 1

머리앤코글로벌한의원 이태훈 대표원장

30여 년이라는 세월을 의료인으로 있다 보니 별의별 인연을 다 만든다. 개업한 지 3년쯤 됐을 무렵, 그러니까 매우 젊었을 때 세 살배기 남자아이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천식으로 치료받던 그 아이가 호전된 이후로는 그의 누나 둘과 부모님, 할머니까지 온 가족의 주치의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에도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시던 아이의 할머님한테서 일이 터졌다. 소리가 들리지 않고 귀에서 쩌걱쩌걱거리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어머니, 들리세요?"

딴청을 부리신다.

"잘 안 들리시죠?"

입 모양을 보시고 아는 척하신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눈치로 아는 거다.

따님이 말했다.

"어머님께선 중이염이 지병인데, 요즘은 아예 말을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아요."
"당연하죠. 중이염이 이렇게 심하게 오래되면, 중이(中耳) 내부의 소리 전달체계가 손상되니까요."

이관(耳管)이 막혀서 귀에 염증이 차는 병이 중이염이다. 내시경으로 본 양쪽 귀의 고막 주변이 점막과 엉켜서 구분되지 않았다. 고름이 얼마나 심한지 화산의 분화구처럼 부글거리고 있었다.

"치료 오래 받았어요. 배출관(튜브)도 여러 번 박았고요."

치료 12회차에 할머니께서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교회에서 설교를 듣고 있는데 목사님의 목소리가 거의 안 들리다가 갑자기 '빵~'하며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너무나 잘 들리는 거예요."

이관이 열리면 소리도 열린다. '귀 출구'인 이관은 콧속의 뒤쪽으로 열려 있다. 부비동염(축농증)이 심해져 부비동이 내려앉고 비갑개가 처지면 이관도 좁아진다. 코 숨길이 막히면 눈과 귀의 청소액과 부비동에서 나온 분비물 때문에 콧속이 더욱 답답해진다. 코가 막힌 상태에서 세게 풀어버리면 귀, 눈, 부비동으로 청소액이나 염증이 역류하여 이관, 코, 눈물관, 부비동의 출구가 막힐 수 있다. 중이염이나 결막·각막염, 부비동염(축농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통뇌법 중 이관통기법으로 할머니의 이관을 뚫어주었더니 고름이 빠져나가 청력이 회복된 것이다.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니 고막까지 재생되어 있었다.

중이염 2

매서운 칼바람이 불 때 경남에서 20세 된 청년이 내원했다. D그룹 사장으로 퇴직한 환자의 소개로 왔는데, 내시경 카메라로 본 귀의 상태가 예사롭지 않았다.

병명은 우측 귀에 발생한 '진주종성 중이염'. 수술은 세 번이나 받았다고 한다. 청력이 많이 저하돼 우측으로는 잘 듣지 못했다. 상황이 좋지 않아 여름방학 때 4차 수술을 받으려 한다고 했다.

진주종성 중이염(otitis media with cholesteatoma)은 합병증이 무서운 병이다.

진주 모양의 종양이라 '진주종성'이라는 이름을 가졌을 뿐이다. 염증이 고막 안쪽 점막에 있는 상피 조직에 침투하면서 각질이 쌓이며 주변의 뼈 조직을 파괴한다. 난청이나 안면신경마비, 현기증 같은 합병증을 일으킨다. 20회 치료가 꽉 찬 날, 그가 말했다.

"귓속이 깨끗해졌대요. 수술은 당장 안 해도 된다네요."

이관을 뚫어준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 이관통기법(耳管通氣法)이 없다면 난청 치료는 어렵다. 섣불리 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하지 말고 반드시 내원하기를 강권해본다. 이관통기는 2017년 이후부터 통뇌법의 치료 범위에 들어와 놀라운 성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외이도염

여자아이가 까불대며 엄마 손에 이끌려 들어왔다.

"어떻게 오셨는지요?"
"아이가 자꾸 귀를 만져요. 이비인후과에 가니까 외이도염이라 하던데요."
내시경으로 귀를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모여 있는 개구리알처럼 투명한 물주머니들로 귓속이 가득 차 있는 게 아닌가.
"알레르기성 외이도염이네요. 아주 심한데요."
"왜 이렇게 반복해서 심해지는지 모르겠어요. 속상해 죽겠어요."

외이도는 귀 입구에서 고막까지의 길을 말하는데, 먼지나 세균, 심지어는 벌레까지도 들어올 수 있는 개방형 구조다. 귀 바깥쪽을 향하는 섬모(솜털) 운동과 면역과 청소를 담당하는 점액이 나와서 청결을 유지한다. 이렇게 나오는 것을 '귀지'라고 한다. 귀는 큰 탈 없이 스스로를 잘 관리한다.

외이도의 자가 관리 시스템이 본인 과실로 망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가장 흔한 행위가 '면봉을 이용해 귀가 시원할 때까지 파주는 것'이다. 어머니가 어릴 때 귀 후비개로 청소해주시던 귀 청소 방법과 거의 유사하다. 도구만 다를 뿐이다.

면봉의 순백이 귀를 청결하게 해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그런데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기대와 달리 날카로운 표면을 많이 갖고 있다. 외이도염(otitis externa)의 상당 경우가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됐음을 많이 보아온 터라 반대편 귀도 내시경으로 들여다보았다. 역시 찰과상을 동반한 피딱지가 보인다.

"귀 자주 파주시죠?"
"예. 귀 밖으로 귀지가 보이면 불결하잖아요."
"귀지는 저절로 배출되니까 보기 싫어도 그냥 놔두셔요. 귀지가 나오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면봉으로 파고 싶으면 의료용 알코올을 묻혀서 하세요. 소독도 되고 상처가 안 생깁니다."

아이는 중이염에다 충혈과 알레르기까지 있는 상태인데, 면봉으로 건드려 외이도염까지 생긴 경우였다.

통뇌법 중 코 숨길을 정상화시키는 비강내치(鼻腔內治)요법과 코 뒤편에 있는 이관을 뚫어주는 이관통기법(耳管通氣法), 통비탕(通鼻湯), 외이도 염증을 잡아주는 귓속에 넣는 약을 처방하여 귀 만지는 습관의 원인을 깔끔하게 제거해주었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