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가족을 십자가, 골고다언덕 길에 빗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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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불법 투자 등 15가지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15개 혐의 중 입시 비리 관련 혐의 7개 전부를 비롯해, 사모펀드와 증거인멸 관련 혐의 일부 유죄 등 모두 11개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특히 정 교수의 딸 조민 씨의 대학, 대학원 진학에 사용한 표창장과 각종 경력서 등이 모두 위조된 것으로 봤다. 또 조 전 장관을 딸의 ‘스펙 쌓기’ 공범으로 판단했다. 정 교수는 중형선고와 함께 법정구속 됐다. 도주의 위험은 없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 데서 보듯이 또 다시 증거 인멸을 시도하거나 범행을 은폐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법이 정한 범위 뿐 아니라 도덕과 상식에서도 벗어난 위법 행위에 대한 준엄한 철퇴라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그런데도 조 전 장관은 부인의 중형선고와 구속에 대해 “제가 법무부장관에서 지명되면서 이런 시련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 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모양”이라는 글을 남겼다.

법무부장관 청문회 때 이미 숱한 증거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부인이 저지른 비위에 대해 초지일관 부인해 온 그였기에 그리 새삼스러울 리 없다. 그러나 쏟아져 나오는 명백한 증거들에 대해 “나는 모르는 일” “부인의 비리가 드러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던 그가 법원 판결 후에도 여전히 반성의 기미가 조금도 없다는 데 대해 대중은 혀를 차고 있다.

보통 사람에게는 양심이란 게 있다. 자신의 과오와 잘못이 드러나기 전에는 감추고 인정하지 않으려 하다가도 그것이 낱낱이 밝혀지게 되면 고개를 숙이고 반성하는 척이라도 하는 것은 양심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시련’ ‘피할 수 없는 운명’ ‘가시밭길’ 같은 감상적 수사로 순교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음은 안쓰럽다 못해 측은하다. 그와 그의 가족은 지금은 반성하고 사과할 때이지 뻔뻔한 위선으로 맹목적인 지지자들을 부추기고 선동할 시간은 분명 아닌 듯하다.

그가 보낸 시그널이 효과가 있었는지 친 조국 지지자들은 법원 판결직후 “정경심 구속 판사 탄핵” 청원에 나서 벌써 3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정 교수 판결 다음날인 24일 행정법원에 의해 대통령이 재가한 윤석렬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의 효력정지가 나자 여권에서는 “검찰·사법부 유착” “판사쓰레기” “검찰개혁에 이어 사법개혁을 해야 한다” 등 연일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여당 의원과 일부 친문 성향의 유명인이 조국과 그 부인의 처지를 ‘예수’ ‘십자가’ 등에 비유해 부적절한 금도를 넘어 성탄절기에 기독교를 모독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 교수는 이 땅의 모든 부모들 대신 십자가를 졌다” “십자가는 예수가 죄를 모두 뒤집어쓰는 희생을 의미한다”고 했다.

TV 프로그램에서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온 대표적인 친문 인사 황교익 씨는 아예 대놓고 조국 전 장관을 예수라 지칭하는 무모함까지 드러냈다. 그는 성탄절 전날인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사청문회장에서 조국을 앉혀두고 사퇴하라며 압박을 하고 그 절정의 지점에서 검찰이 기소를 할 때에 저는 예수를 떠올렸다”며 “그는 당당히 죽음의 길을 걸었다. 골고다 언덕길을 조국과 그의 가족이 걸어가고 있다. 가시왕관이 씌워졌고 십자가를 짊어졌다”고 했다. 이어 “검찰 개혁 않겠다 했으면, 법무부 장관 않겠다 했으면 걷지 않았을 길이다. 예수의 길이다. 예수가 함께 걷고 계시다”라고 덧붙였다.

황 씨가 조 전 장관을 치켜세우다 못해 신격화한다고 해도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런다고 입으로는 사회정의, 공정을 말하면서 뒤로는 반칙을 저지르며, 온갖 특권을 향유해 온 전형적인 부르주아 위선자가 신이 될리 없다. 그가 입으로 말한 정의와 진실은 거짓과 위선이었다. 법이 그렇게 규정했다.

예수님은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다. 그리고 성탄절은 죄인을 구원하시기 위해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아무리 기독교에 문외한이라도 사람을 예수님과 동격으로 연결하려 하지 않는다. 그 자체만으로 스스로의 무지와 무식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불법 불공정의 대명사가 된 조국 일가를 감히 예수 그리스도에 빗대는 무모하고 천박한 논리로 더 이상 혹세무민하지 말기를 바란다.

기독교에서는 아무나 ‘예수’, ‘십자가’, ‘골고다 길’에 갖다 부치는 것을 금한다. 신성 모독이고 우상숭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계에서 이런 반응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술에 만취해 지껄이는 주사정도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호언하면서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한때 정말 그런 세상이 올 것을 기대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이제 국민은 대통령에게 퇴임 전까지 더 이상 국민적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키지 말아 주기만을 바란다. 그런 작은 소망마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이런 광신도들에게 둘러싸여 현실을 직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지지율 추락, 국정동력 상실, 레임덕이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불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