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판과 안일한 대응이 부른 ‘코로나 대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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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며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검사 숫자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확진자 숫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 최근 들어 확진자 수가 두 배로 껑충 뛴 것도 문제지만 1·2차 유행 때와 달리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생활 속 감염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이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 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절체절명의 시간이자 실로 엄중하고 비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그 동안의 코로나 관련 메시지가 국민들로 하여금 방역에 경각심을 주기보다 오히려 느슨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은 각종 국제회의 연설 때마다 “전 세계가 한국의 코로나 방역시스템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며 정부의 방역 능력을 자화자찬하기에 바빴다. 3차 대유행기에 접어든 지난 9일에도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하면서 코로나 상황의 심각성과 동떨어진 듯한 말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임상실험도 안 끝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겨우 구매 계약을 맺은 단계에서 대통령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사흘 뒤인 12일에는 “실로 방역 비상 상황”이라며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송구한 마음 금할 수 없다”며 전혀 다른 말을 했다. 터널의 끝이 아니라 이제 막 터널 입구에 도달했음을 알게 된 것일까.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훨씬 이전부터 있었다. 지난 2월 20일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한다고 청와대에 영화 ‘기생충’ 제작진과 배우들을 초청해 ‘짜파구리’ 파티를 연 것이 결정적이었다. 당시는 대구 신천지 집단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고, 첫 사망자까지 나오는 등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던 시점이었다.

문 대통령과 정부가 그토록 침이 마르게 자랑해 온 K-방역 성과는 헌신적인 의료진과 국민의 희생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런 성과를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일부 외신이 치켜세운 K-방역을 정부의 성과로 포장했다고 해서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 상황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자아도취에 빠져 시간을 허비해도 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이전에 코로나19 확산은 중심 거점이 비교적 뚜렷했다. 2월에 1차 유행은 대구 신천지 집단, 5월에 이태원 클럽, 2차 유행은 보수단체의 8.15집회와 사랑제일교회처럼 방역 대처가 복잡하지 않았다. 이때는 방역의 책임을 추궁하기 쉬운 표적이 있어서 여론을 주도할 수 있었다.

정부와 여당이 이들을 코로나 진원지로 규정하고 일부 언론과 합세해 낙인찍기식 맹공을 퍼부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8.15 광화문집회에 대해 “국가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을 ‘살인자’로 지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확산세는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기 어려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게다가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감염되었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확진자 또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누구를 희생양 삼기 곤란한 처지가 되었다.

이런 양상은 결국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오류를 심어준 청와대 비서진과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부른 참사라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10월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내리면서 서둘러 관광숙박 소비쿠폰 발생을 재개한 것이 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때는 거리두기 1단계 요건이 채 충족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수집회는 차벽을 겹겹이 쌓아 원천봉쇄하고 민노총 등 진보단체엔 한없이 너그럽게 대한 방역 편가르기 또한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게 만든 요인이다. 이런 것들이 쌓여 국민들로 하여금 코로나가 끝나간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었고, 그간의 방역 성과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3차 대유행의 기폭제가 되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4일 5개 서울시내 대형교회 목회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교회시설을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간담회에 부른 교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명성교회 등 주로 수도권에 기도원 수양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교회이다.

여당 대표가 기도원과 수양관 시설을 부족한 병상 대신 활용하겠다고 대형교회 목회자들을 부른 것만 봐도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다급하고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수도권 중환자 병상은 포화 상태고 경증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도 대기자가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위급한 상태다. 그런데도 병상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발표를 누가 믿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 확산의 책임소재를 따질 때가 아니다. 정말 국가적인 대재앙이 초래되기 전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틀어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숱한 오판과 안이한 인식과 대처로 혼선을 초래한 집권층의 진솔한 사과와 반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아무리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과 독선에 빠져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는 분간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