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방역, 소나기 피하느라 둑 무너뜨리는 홍수는 안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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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8일부터 3주간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 곳곳이 신음하고 있다. 교회들도 또 다시 현장 인원 20명 이내의 비대면 온라인 예배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문제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교회의 현장예배가 금지되는 기간이 기독교 최대 축일인 성탄절과 겹치는데 있다. 방역 당국이 이 기간 중에 단계를 완화하지 않는 한 주님의 성탄을 축하하는 성탄절에 모든 교회가 문을 꽁꽁 걸어 잠가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방역당국은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진자가 500명 수준을 넘어 600명대를 넘나들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2.5단계로 격상했다. 이 조치로 수도권의 교회들은 또 다시 현장 대면 예배가 금지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지만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 미칠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게 될 거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지 못하고, 다시 단계를 격상함으로써 국민들께 더 큰 부담과 불편을 드리게 돼 매우 송구하고 무거운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국민들에게 “강화된 방역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국내 코로나19 방역 체계는 전 세계에 K-방역이란 이름으로 널이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에 붐을 일으키고 있는 K-Pop을 떠올리게 하듯 각종 국제회의 연설 때마다 K-방역을 침이 마르게 자랑해 왔다. 그런 대통령이 “국민들께 송구스럽고 무거운 마음”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니 K-방역에 단단히 구멍이 뚫린 것을 국민들이 모를 리 없다.

최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취임 이후 최저치인 37%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놓고 여권은 최근 확진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최근의 코로나 확산세에 대해 강공전략을 펴기로 한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이 수석보좌관들에게 “공무원·군·경찰 등 가능한 인력을 이번 주부터 현장 역학조사 지원 업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이 그것인데, 듣기에 따라서는 ‘비상계엄령’이라도 선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섬뜩하다.

교회의 방역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고 공무원과 경찰이 동원되는 일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대통령이 직접 군대 동원령까지 언급하자 교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교회가 방역 지침을 위반하면 군대를 동원해 강단에서 설교하는 목사를 끌어내리겠다는 것이 아니겠냐며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부풀려서 예단하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문 대통령이 지난 8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어떤 종교적 자유도, 집회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주장할 순 없을 것”이라고 한 것을 두고 그런 불행한 사태가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자조섞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세계에 자랑해온 K-방역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마당에 방역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일은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여당 주도로 9월에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내용 중에는 교계의 우려가 과도한 예단이 아님을 보여주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제49조 3항과 4항에 “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3항에 따른 폐쇄 명령에도 불구하고 관리자·운영자가 그 운영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관계 공무원에게 해당 장소나 시설을 폐쇄하기 위한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서헌제 목사는 이 법률 각호 1,2를 근거로 “최악의 경우 교회를 폐쇄하거나 십자가와 교회 간판을 내려야 하는 극한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분위기에 반응한 듯 한교총과 한교연, 모두 비슷한 어조의 비판적인 성명을 냈다. 한교총은 7일 논평에서 “코로나19 방역은 과도한 제한을 통한 통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자발적 행동을 유도하는 방역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교연도 “K-방역의 결과가 오늘 또다시 온 국민의 삶과 생활 전반을 옭죄고, 모든 것을 멈추게 하는 강압적 통제를 통해서만 유지되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를 반문하게 된다”고 했다.

최근의 코로나19 확산세는 방역당국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점점 더 심각한 단계로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도식적이고 구태의연한 방역지침으로는 장기간 통제에 따른 국민적 피로감을 감안할 때 효과가 없이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는 전문가의 진단도 있다.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 격상 조치가 실효를 거두려면 국민 스스로가 각자의 생활 환경에서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이 필수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차단은 당국의 무조건적인 폐쇄명령보다 마스크 쓰기 등 생활방역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 자발적 방역 대신 공무원, 경찰에 이어 군인까지 동원하는 강압적 통제와, 더 나아가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기본권의 침해가 일상화된다면 장차 우리 사회 곳곳에 어떤 상처를 남기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당장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우선 처마 밑에 몸을 피하고 보자 할 수는 있다. 더 큰 문제는 둑을 무너뜨리는 홍수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