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교회 위한 ‘시너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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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교회다운 참 교회가 없는 위기, 사도행전과 같은 교회가 없는 위기, 종교개혁 시기에 일어났던 운동이 없는 위기에서 헤매고 있다”.

21C목회연구소가 지난달 30일 ‘처치 플랜팅과 포스트 팬데믹 교회’을 주제로 개최한 새해 목회계획 컨퍼런스에서 첫 강사로 나선 김두현 목사는 한국교회의 오늘을 “위기”라는 단어로 집약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들이 하나 되지 못하는 병폐는 큰 아픔이다”라고 했다.

김 목사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 하에 드러난 한국교회의 민낯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순교를 가르쳐야 할 교회가 가장 먼저 겁을 먹고 교회를 포기한 것, 하나님의 말씀보다 세상 권력이 무서워 무릎을 꿇은 것, 그리고 교회를 끝까지 붙잡고 영적 전투에 목숨을 거는 목사를 찾지 못한 게 된 것”이라며 “마지막 날 하나님 앞에 서기 부끄러운 참혹한 교회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권력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데도 교회가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지 않은 것에 대해 “겁먹어 교회를 포기하고, 무서워 무릎을 꿇었다”는 식의 극단적인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치 일제 강점기에 장로교 총회가 신사참배를 가결하던 당시를 연상케 하는 참담하고도 신랄한 비판이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해법은 비교적 간단명료하다. 그토록 망가져 버린 교회들이 다시 일어나기 위해 첫째, 교회 안과 밖에 만연한 반목, 비난, 분쟁을 깨끗이 청산하고, 둘째, 회개, 세움, 연합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셋째, 위대한 미래를 여는 주님의 교회를 세우는 데 하나 되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3가지 해법을 다시 정리하면 한국교회의 고질적 병폐를 치유하는 것과 교회로서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은 것을 실행하는 것, 그래야만 비전을 가지고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한 방향으로 모아진다. 즉 결론은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하나 됨은 오랜 숙제이다. 어쩌면 풀릴 듯 풀리지 않는 고차원 방정식처럼 모두를 번민케 해 왔다. 그 숙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해 확실히 제대로 풀어보자며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으는 듯 했으나 미완으로 끝났다. 엄밀히 말하면 혹 떼려다 혹 붙인다는 격으로 하나가 더 만들어졌으니 실패라고 해야 맞다.

그러나 코로나 펜데믹이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심기일전할 기회를 다시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교회가 비록 생명과도 같은 예배마저 침해당하는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으나 이제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문제 해결에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예장 합동 측이 총회적으로 한국교회 연합과 통합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선 것은 그냥 우연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총회장인 소강석 목사 개인의 의지와 신념이 전제되어 있으나 그보다 분명한 것은 한국교회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과 절박성이 막다른 골목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야 할 이유로 공권력에 대항하는 힘을 키우고 세상이 기독교를 깔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그것이 첫 번째는 아니다. 오히려 그런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다. 한국교회가 하나 됨으로써 권력이 종교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할 수 없게 되고, 교회는 교회대로 사회적 책임을 더 무겁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종교와 정치가 가야 할 바른 길이다.

한국교회가 위기와 절망감에서 벗어날 길이 ‘통합’에 있다면 지금 멈칫하거나 주저할 때가 아니다. 방역정치에서 보듯이 권력은 점점 더 한국교회를 얕보다 못해 깔아뭉개려 할 것이다. 편을 가르고, 교회의 목줄을 쥐고 겨우 숨만 쉬게 만들 것이다.

통합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누가 한국교회의 수장이 될 것인가로 시간을 허비하다 결국 판이 깨지기도 했다. 하나님 앞에서 신실한 지도자라면 누가 되든 교회를 바르게 세워나갈 용기와 지혜는 하나님이 주실 것이다. 또한 천만 성도들의 기도가 부족함을 채울 것이다. 따라서 어느 교단의 누가 대표가 되는 문제보다 큰 교단은 작은 교단을 존중하고, 작은 교단은 큰 교단을 배려하는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한다면 이번엔 소망이 있다.

이제 예장 합동 측이 시동을 걸었으니 통합, 백석, 기성 등 한교총을 함께하고 있는 교단들이 화답할 차례다. 다음 주에 총회를 개최하는 한교연도, 변호사가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한기총도 한국교회 대통합의 대열에 동참하겠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이에 화답하는 목소리가 모아져 한국교회를 위기와 절망 가운데서 건져내는 ‘시너지’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