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한국 수어'를 알게 된다면…

오피니언·칼럼
성민 기자

출근길, 아침잠을 떨쳐내며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음료를 구입하고자 점원에게 건넸을 때 수어로 "1,500원입니다"라고 이야기해주는 모습, 버스에 올라타자 기사님이 "힘내세요"라며 수어로 인사하는 모습을 그려본 적이 있다.

때론 길에서 마주친 수험생에게 수어로 "힘내, 너는 우리의 희망이야!"라는 말 한 마디를 건네고 싶었던 적도 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이지만 수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적이 참 많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대부분 음성언어 위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바쁜 하루를 살아가기에 다수인 청인이 소수의 농인 언어인 '수어'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 한 해 코로나19 상황으로 수화통역사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수어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증가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수어'와 '농인', '청각장애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큰 변화는 느끼지 못하고 있는 요즘이다. 다수와 소수를 넘어, 편리주의를 넘어 서로의 다름을 인식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소통을 위해 함께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이제 두 달이 지나면 2021년이다. 바쁘다고 지나쳐 버린 삶 속에서 우연히 만난 청각장애인에게 과연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농아인 단체에서 정부에 건의한 내용 중,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수어 교실을 개설하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 2016년에 시행된 한국수화언어법과 같이 한국어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한국 수어를 단순히 봉사의 의미가 아닌, 또 하나의 언어로 배우게 되면 어떨까.

"우리 함께 수어를 배워 보아요."

이샛별(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