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에게 역사(歷史)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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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목사

역사(歷史)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인간 사회가 거쳐 온 변천의 모습, 혹은 그 기록”이다.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관점은 인간의 행적이다. 그리고 그 행적들을 기술한 기록이 역사 기록이라 본다. 인간 관점에서 인간의 행적을 기록한 것에 객관성은 기대할 수 없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역사는 강자의 기록이라고 여겨진다. 강자에 의해 과장되거나 왜곡된다. 한 시대에 영웅이라고 여겨졌던 사람도 시대가 바뀌면 역적(逆賊)이 된다. 때문에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 역사를 통해 배우는 것은 강자들의 거짓말이기도 하다. 때문에 역사 기록은 진위(眞僞)에 대한 의심을 받곤 한다.

뿐만 아니다. 역사는 각 시대의 철학적 사조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도 한다. 동일한 역사, 동일한 기록이라도 시대의 관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이것을 소위 ‘사관’(史觀)이라 한다. 사관은 역사기록의 한 글자도 바꾸지 않아도 영웅을 역적으로, 역적을 영웅으로 바꿀 수 있다. 사관이 이런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팩트(Fact)에 대한 해석을 다르게 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동일한 역사적 사건이라도 사관이 다르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풍요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헬조선'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때문에 사관을 잘못 받아들이면 돌이키기 힘든 비극을 낳게 할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흔하게 채택하는 해석방식은 헤겔의 ‘변증법’이다. 이 사관을 따르는 사람은 역사를 인간의 대립과 갈등을 통한 진보라고 해석한다. 역사는 사랑을 통해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대립과 갈등을 통해 진보했다고 본다. 이런 사관을 가진 사람들은 대립과 갈등을 유발하는 것에 대해 어떤 죄책감이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기독교적 사관으로 보면 프랑스 혁명은 역사의 퇴보를 가져왔고 끔찍한 피의 비극적 역사로 해석된다. 그러나 변증법적 사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프랑스 혁명은 역사 진보를 가져온 위대한 사건이라고 본다. 사관이 인간의 양심과 행동 결정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신자에게 역사는 무엇인가? 또 어떤 관점으로 보는 것이 옳은가?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신자는 역사(History)를 ‘하나님의 이야기’(His Story)라고 본다. 역사는 거룩하신 성삼위께서 인간을 사용하신 사건(이야기)이다. 인간 뒤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작용한다. 우리 일상의 아주 작은 소소한 부분(우연처럼 여겨지는 부분)까지 하나님은 섭리하신다. 신자가 역사를 이런 관점으로 보기 때문에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또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을 경외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사소하게 보는 하나하나 속에서도 정확하게 일하시며, 그 사소한 일을 눈덩이처럼 차곡차곡 쌓아 올려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만드신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마치 작은 비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거대한 강을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우리의 사소해 보이는 일상 하나하나는 하나님께서 거대한 역사를 이루시는 수단이고 흔적이다. 때문에 우리는 하루와 순간의 일상을 경솔하게 보낼 수 없다.

다윗이 목동이었던 때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는 아버지와 형제들도 천대하는 목동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천대받는 일상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믿음으로 살았다. 하나님과 동행하며 성실하게 양들을 돌보고, 늑대와 곰과 사자를 물맷돌로 물리치며 살았다. 빗방울처럼 소소한 일상이 눈처럼 쌓이자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역사적 사건을 이루었다. 그 후에 다윗은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며 사울에게 쫓기는 삶을 살아야 했다. 그의 인생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삶이었다. 이 기간 동안에도 다윗은 하루하루 하나님과 동행하는 연속을 이어갔다. 그 결과 다윗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은 개인의 인생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역사가 되었다.

역사란 하나님께서 인간을 사용하신 사건이다. 인간이 위대한 것이 아니다. 역사의 이면에 행하시는 하나님이 위대하다. 이것을 깨닫는다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소소한 하루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왜냐하면 오늘의 하루도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움직이신 ‘그의 이야기(His Story)’기 때문이다. 이 하루가 차곡차곡 쌓여서 때가 되면 우리의 인생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될 수도 있다. 다윗처럼…

김민호 목사(회복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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