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메르스처럼 종식 안 돼…장기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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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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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과 중앙임상위원회의 역할' 온라인 기자회견
과거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 감염병(코로나 19)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의료진이 사망자 폐사진 등을 보여주며 임상 개요 및 사망 원인 등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던 모습.. 왼쪽부터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 센터장,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 고임석 국립중앙의료원 진료부원장. ©뉴시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관련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때처럼 종식시킬 수 없다"며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코로나19 억제정책은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개학 후 환자가 다시 늘어나면서 가을에 재유행 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 위원장은 2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중앙임상위원회의 역할' 관련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관측을 내놨다.

"가을까지 백신 못 만든다"

오 위원장은 "지금까지 정부 방역 정책은 한 마디로 억제 정책이다. 막고 찾아내며 번진 것까지 솎아 없애버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 2m 거리 두고 바이러스 확산되지 않는 정책을 써 왔다"면서도 "그 결과 국내 코로나19 유행은 어느정도 안정적으로 컨트롤 됐으나 모든 방역조치를 총동원한 억제정책은 계속 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당장 개학을 언제까지 미루느냐는 한계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면서 "백신이 나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데 억제정책을 일부 완화할지 또는 유지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의 예를 들며 억제 일변도 정책의 한계를 재차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독감 연구를 보면 유행을 막기 위해 억제했다가 학교 문을 열었을 때 첫 몇 주간 감염 학생 수가 늘어났다"며 "코로나19 역시 개학 후 환자가 늘어날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억제를 풀면 스프링이 다시 튀듯 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으며, 가을이 되면 유행이 다시 찾아오게 된다"면서 "장기전에 대비해 학급에서 학급으로, 학년에서 학년으로, 학교에서 학교로 전파되지 않도록 미리 방역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임상위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도 "이번 가을에는 아무리 빨라도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 수 없다"며 "가을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임상자료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임상위와 국내 연구진은 말라리아와 에이즈, 에볼라 등 다른 감염병 치료제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안전성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해 빠른 시일 내에 백신을 내놓기 어렵다는 경과를 이날 처음 공개했다.

방 소장은 "호흡기 바이러스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가을이 되면 다시 유행할 수 있다"며 재유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항체가 얼마나 생기느냐에 따라 장기간 재감염이 될 것인지, 이 병이 다시 유행할 것인지 여부, 면역학적 방법의 치료제 개발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협력을 원하고 있다"며 치료제 관련 협력 연구를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도 치유 가능하다는 발언도 나왔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진 시) 80%는 그냥 가볍게 지나가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에 대한 특별한 치료제가 없더라도 걱정할 게 없다"고 말했다.

개학으로 억제 완화 통한 집단면역 높이기 제안도

이날 중앙임상위원회는 추후 코로나19 유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 '집단면역'을 언급했다.

향후 방역대책을 세울 때 집단 내 인원이 바이러스에 노출돼 자연스럽게 항체를 얻어 면역을 형성, 유행을 원천 차단하는 '집단면역' 대응방식을 고려할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한 것이다.

집단면역은 집단 내 코로나 바이러스 면역을 가진 사람의 비중을 크게 높여 바이러스 유행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인구 중 60%가 면역을 얻으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이론적 접근이다.

오 위원장은 "우리 (억제 위주) 방역정책은 바이러스 노출로부터 보호하고 있어 그 결과 감염되지 않고 면역도 갖고 있지 않다"며 "제일 좋은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한없이 가면 한 집단이 일정 수준 면역도가 도달하기까지 어쩔 수 없이 유행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개인의 바이러스 노출도를 높여 집단감염이나 재유행할 우려가 높고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에서 희생이 뒤따를 수 있다.

오 위원장도 유치원·학교 개학시기 등을 정할 때 정책적 딜레마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경고했다.

그는 "집단면역이 올라가려면 억제 정책을 풀어야 하는데 유행이 다시 올 수 있다는 정책적 딜레마가 있다"며 "개학을 앞두고 분명하게 억제 또는 완화 정책이 어떤 목표가 있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잘 이해하고 이러한 정책에 협조 또는 나름대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임상위원회는 실제 정책적 결정을 할 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억제 정책을 지속할 것이냐, 완화할 것이냐 여부는 사회·문화·교육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방역정책을 결정하는데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가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하는 점은 물론이이지만, 사회 구성원의 이해와 사회적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감염병 대응 공백없게 중앙감염병병원 설치 서둘러야"

이날 중앙임상위는 코로나19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국면을 맞은 상황에서 국가의료체계 중추 역할을 할 중앙감염병병원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앙감염병병원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설립 근거가 있지만 사태 종식 이후 장기과제로 정한 바 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임시방편으로 사태를 넘기고 사태공백 후 종결이 지속되면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의료인들의 희생은 지겹도록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두달여 코로나19 사태의 매 고비마다 수행해야 했던 '임시적' 기능은 그동안 감염병 대응 역량에 공백이 있었다는 반증"이라며 "분절된 감염병 대응 역량을 정상화, 기관화(institutionalisation) 하는 것이 시급한 정책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또한 "신종감염병 의료체계의 중추로서 그 기능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방 소장은 "주민들 반대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하지 못했지만 사실 주민들에게는 안전하다"며 "감염병 의심자는 다른 경로로 검사를 받을 수 있고 다른 환자들에게 섞일 일이 없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연희 김정연 기자

#메르스 #코로나 #오명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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